무명천 할머니 스콜라 창작 그림책 59
정란희 지음, 양상용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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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은 전부터 막연히 알고 있었던 우리의 아픈 역사였어요.

제주도에 잠입한 일부 빨갱이들을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것이

무고한 제주 도민까지 죽이게 된 사건!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스콜라]에서 출판한 <무명천 할머니>를 통해

제주 4.3은 미군정과 우리 국가 권력이 함께 한 대량학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ㅜ.ㅜ

 

 

 

 

4월이면 제주의 하늘은 붉게 타오릅니다. 

 

어두운 밤, 마을에 들이닥친 토벌대는 총을 쏘기 시작했고,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아영은 부모님의 뒤를 따라 무작정 뛰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대숲, 소낭밭, 묘 뒤, 굴 안 등

몸을 감출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숨었어요.

입김을 감추려 흙에 얼굴을 묻었고 들키지 않으려고 우는 아이의 입을 틀어 막고...

집이 불탔어도 불을 끄러 달려 나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요.

사람들은 그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무사히 날이 새기만을 바랐지요.

 

 

 

 

아영은 곡식이 담긴 항아리를 가지러 집에 다녀오는 도중,

토벌대가 쏜 총에 턱을 맞아 턱이 없는채

평생을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아야만 했어요..


 

<무명천 할머니>는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평생을 약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진아영' 할머니를 통해

제주의 아픈 역사를 들려주는 책이에요.

할머니의 이야기와 제주 도민들이 당한 고통들이 함께 나오는데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끔찍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집에서, 마을에서, 밭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폭포에서 총소리가 울렸어요.

삼만 명의 사람들이 죽고, 수많은 사람이 사라졌지요.

큰넓궤, 터진목, 함덕 해수욕장, 섯알오름, 만벵듸, 정뜨르 비행장, 성산 일출봉, 천지연 폭포...

끔찍하고 잔인한 학살은

제주의 유명 관광지라 불리는 곳에서도 자행되었어요.

토벌대는 '초토화 작전' 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마구 죽였거든요.

어느 마을에서는 삼백여 명의 ​사람들이 죽음 몰이로 한날한시에 희생되기도 했답니다.

 

 

 

 

또한 언제 빨갱이로 변할지 모른다며 '예비 검속'으로 잡혀 온 이들은

한 명씩 세워 놓고 총을 쏘아 구덩이 안으로 떨어지게 해

암매장된 사람들의 뼈가 하나로 엉키기도 했어요.

백 서른두 명의 뼈가 하나로 된 것이지요.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어 '백조일손지묘'라는 묘비가 세워질 수밖에 없었던 슬픈 사건!!


 

그당시 우리가 현재 알고있는 아름다운 섬, 제주는

불타는 섬, 피에 젖은 섬, 비명이 가득한 섬, 숨죽인 울음에 덮인 섬이었더군요.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충격적인 건

제주 도민중 10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과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관광지에서도 학살이 자행되었다는 거에요.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제주 4.3때 학살당한 사람들의 뼈를 발굴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곳이 바로 제주 공항 근처였어요.

겹겹이 쌓인 뼈들이 어찌나 많고 서로 엉켜 있던지

제가 그 학살의 현장에 있는 것마냥 충격적이고 몸이 다 떨리더라고요.

 

누군가는 그러더라고요.

제주 4.3때 부모 형제를 잃은 그 어린 아이들이

불탄 터전을 이렇게나 아름다운 섬으로 만들어주어 정말 고맙다고!!!

책을 읽으며 그 말의 의미를 더 깊이 알 수 있었습니다.


<무명천 할머니>의 후반에는 할머니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한번 나와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어찌나 가슴아프고 아리던지요!!

 

 

 

이야기가 끝난 책의 뒷 페이지에는

부록으로 '작가의 말'과 '제주 4.3'에 대한 역사 기록도 나옵니다.

이야기를 읽고 슬프다는 감정 자체에 끝나지 않고

제주 4.3에 대해 더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 좋더라고요.


 

[스콜라] 그림책 마을 18. <무명천 할머니>를 통해

무명천 할머니의 삶과 제주 4.3에 대해 알 수 있었어요.

<무명천 할머니>는 초등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이 쉽게 쓰여져 있고

잘못된 국가 권력으로 인해 제주 도민 전체가 당해야만 해던 아픔 역사를 들려주는 책이에요.

이 책을 읽으며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아픔이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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