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28
헨리크 입센 지음, 이재호 외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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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억압받던 여성의 가출 희곡을 마디로 정의한 문장은 한편으로 시원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시원하지 못했다. 한번이라도가출 떠올려 사람이라면 말에 공감해 있지 않을까. ‘가출이라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릴 나도 가출을 꿈꿨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짐을 잔뜩 쌓아두고는 나갈까, 말까,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위에서 엎어져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가출은 실패였고, 나는 나를 억압하는 우리 집에 20살이 때까지 눌러 살았다. 


무언가로부터해방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페미니즘 수많은 여성에게 딜레마를 가져다주는 것도 때문이다. 여성은 스스로를 위해 화장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자리라면 왠지 그래야만 같아서 사회와 타협하고 화장을 하기도 하고, 밖에서는 여성해방! 외치면서도 제사가 있는 집에서 가여운 엄마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돕기도 한다. 이는 비단 여성에게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불의를 당하고도 한숨과 함께 하고 싶은 마디를 삼키는 것은, 나의 안전과 경제적인 안정성을 버리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한다. ‘진정한 해방 이루기까지 수많은 상황의 딜레마 속에서 고민하고 선택하고, 결국엔 탈출이라는 선택을 있다. 


그래서 <인형의 > 노라의 가출은 어째서인지 너무 간단해보인다. 노라의 속마음을 내가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순종적이던 여성이 순간에 가출을 말한다는 것은 어쩐지 진짜노라 고민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같다. 노라가 가출을 말할 , 해방감을 느끼기보다는, 어째서지? 라고 묻게 되는 까닭이다. <인형의 > 수많은 속편과 패러디를 나은 작품 하나라고 한다. <노라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나>, <인형의 그리고 이후>, <노라의 귀환>, <인형의 집은 수리됐다>, <노라 또는 힘에 벅찬> 등등의 이름으로 노라가 집을 떠난 , 집을 다시 돌아와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입센의 <인형의 > 채워주지 못한 부분들을 속편을 통해서라도 채우려고 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열정은 자유롭되, 자유는 불안하다. 하지만 노라의 열정이 자유를 만들 때까지의 불안이 생략되어 있었다. “오늘날의 여성은 자기 자신이 없다.”라는 노라의 말처럼 스스로 자기 자신이 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이 좀더 주체적으로 묘사되었으면 좋았을 했다. 그렇다면 불안 속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좀더 깊은 울림을 있지 않았을까. 


당시에는 입센의 <인형의 > 충격적이었을지 몰라도 오늘날에 우리가 원하는 아니었다. 시대에 따라 필요한 페미니즘의 모습은 변한다. 그리고 우리도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입센의 <인형의 > 아직까지 읽힐 가치가 있는 것은 아마도 노라가 행동했다는 점이다. 남편에 기대어 비루한 생존을 이어가기보다 자아를 깨닫고 삶의 의미를 찾아 불안한 세계로 나아갔다우리는 불안을 끌어안고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타성과 관성이 아니라 불안한 열정이 이끄는 곳에 삶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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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단편선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33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재호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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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안톤 체홉의 단편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핸디북으로 나와서 좋았다. 안톤 체홉은 작가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작가들이 작가이기도 하다. 많은 작가들이 단편을 체홉의 단편소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거나 단편 소설의 이상으로 거론하는 것도 많이 봤었다. 안톤 체홉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그가 죽고나서 점점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기대만큼, 아니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고 흡입력이 좋아서 지하철에서 읽다가 역을 놓칠 하기도 했다. 


안톤 체홉의 단편은 생각보다 매우 유쾌하다. 체홉의 <벚꽃 동산>이라는 연극을 보기도 했었는데, 단편 그가 희곡에 비해 단순하게 보일 수도 있다. 체홉의 희곡에는 극적인 사건을 배치를 되지만, 단편 소설은 달랐다. 갑자기 주인공이 죽어버리기도 해서 처음에 읽었을 때는 그래서 이게 무슨 얘기지? 하다가도, 다시 읽다보면 처음엔 알지못했던 인물의 변화가 포착된다. 여러 읽지 않더라도 인간의 섬세한 갈등과 누구나 겪었을 법한 딜레마를 둘러싼 묘사가 아주 현실적이라서 책을 붙잡고 읽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내적 묘사로서만 끝나지 않는다. 인간의 탐욕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리 분별, 이기심이 복합적으로 깔려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로 읽혔다가도,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혔다가도,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했다. 여기 실리지 않은 다른 단편들도 모조리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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