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과 함께 예수 찾기 - 예수를 만나는 31일간의 여정
김형국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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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은 요한일서와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제자 요한이 쓴 복음서이다. 요한복음은 공통적인 내용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마태, 마가, 누가복음과는 달리 독특한 내용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요한복음 1장은 태초에 말씀으로 하나님과 함께 계셨던, 성육신 하신 예수님을 나타내는 중요한 본문으로 꼽힌다.

 

또한 요한복음에는 주옥같은 본문들이 많다. 밤에 예수님을 몰래 찾아와서 사람이 어떻게 거듭날 수 있냐고 물었던 이스라엘의 선생 니고데모와 당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사람이 없는 시각에 홀로 뜨거운 땡볕 아래 물을 뜨러 왔던, 사실은 그 누구보다 해결되지 않는 갈급함이 많았던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요한과 함께 예수찾기’(저자 김형국)31일동안 요한복음을 통해 예수님, 그분은 누구신가에 대한 여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책은 주제별 서문과 함께 매일 큐티처럼 본문이 등장하고, 독자 스스로가 예수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끔 질문을 던진다.

 

각 파트마다 주제가 다른데, 나는 그 중에서도 마지막 파트인 하나님의 사랑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가 가장 인상 깊게 기억에 남는다.

 

이 본문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하고 처절하게 실패를 경험한 뒤에 다시 본업인 어부로 돌아갔을 때의 이야기로,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을 찾아가셔서 그들을 먹이시고 베드로와 이야기하시는 장면이다. 성경 구절을 보면 베드로는 자신에게 찾아온 분이 주님인 것을 알자마자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나온다. 그때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 예수님의 수제자라고 자처하면서 절대 나만큼은 주님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주님 앞에서 자신만만했던 제자 베드로, 그러나 사실 주님을 자기 목숨만큼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자 심히 통곡했던 베드로. 그런 그에게 예수님이 다시 한 번 찾아오신 것이다.

 

아마 그는 예수님이 너무나 반가우면서도 내심 두렵고 떨리지 않았을까? ‘예수님이 나를 보면 뭐라고 하실까? 나를 꾸짖으실까? 꾸짖으셔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주님이 너무나도 보고 싶다. 그분을 다시 한 번 가까이서 뵙고 싶다.’ 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베드로의 예상과는 달리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버리고 도망쳤던 제자들에게 아무런 책망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빵과 물고기로 먹이신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조용히 물으신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 때 베드로는 이미 자신이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다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이전처럼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아마 주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 속에 여전히 예수님을 사랑하고 갈망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베드로가 대답한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 양떼를 쳐라, 내 양떼를 먹이라.”

 

사실 예수님은 베드로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부인할 것을 이미 알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제자로 선택하셨다. 베드로가 3년 동안 예수님과 동행하면서 많은 기적들을 체험하고, 스스로 높아져서 그가 교만했을 때도 주님은 그가 사실 여전히 많이 부족한 사람인 것을 알고 계셨다. 주님은 그가 말이 앞서는 사람인 것을 알고 계셨고, 열정적이지만 동시에 충동적인 사람인 것도 다 알고 계셨다. 베드로는 스스로를 이정도면 나 많이 성장했어, 이정도면 나도 주님을 따라갈 수 있어, 주님을 위해 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예수님은 그 때의 베드로는 목숨을 잃기는커녕 주님을 따라오는 것조차 못할 것을 알고 계셨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난 후 신앙생활의 시간과 경력들이 쌓이면서 자기 힘으로 주님을 따를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도 나 정도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베드로처럼 내가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면서, 호기롭게 사역들을 감당하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분명하게 알게 되는 것은, 우리 힘으로는 절대 주님을 따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내 육신에서 나온 것은 무엇이든지 그것이 신앙적인 지식이든, 사역의 전략이든, 나의 재능이든 -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닫는 시간들이 온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가 진짜 은혜의 때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주님 앞에서 우리의 밑바닥까지 철저하게 깨어질 때, 비로소 주님께서 우리 안에서 자신의 일을 행하실 수 있다. 우리가 삶의 주도권을 전적으로 주님께 넘겨드릴 때, 그제서야 주님이 우리의 인생의 주인이 되셔서 내 삶을 통해 그분께서 이 땅을 살아가실 수 있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진짜 열매들이 맺히고, 진정한 회복과 변화가 일어난다.


예수님은 자신을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똑같이 세 번을 물으셨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아마 베드로는 배신했던 기억이 다시 한번 떠올라서 예수님께서 세 번째 그에게 질문하셨을 때는 정말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주님, 다 아시지 않습니까.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는 아십니다.” 그러나 이 세 번의 질문이 바로 베드로에게는 진정한 회복의 시작이었다.

 

주님, 내가 주님을 정말 사랑하는데, 내 힘으로는 주님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님,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것은 진심입니다.” 이 고백을 들은 순간 주님은 이렇게 생각하셨을 것이다. ‘좋다, 나는 내내 이 고백을 기다렸다. 너의 처절한 실패 가운데서 이제 내가 새 일을 행할 것이다. 네 힘으로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영으로는 할 수 있다. 이제 너는 비로소 진실로 나를 따라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새로운 사명을 주신다. “내 양떼를 먹여라.”

양떼란 모든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맡기신 사람들을 뜻한다. “내가 너를 사랑함과 같이, 그 사랑을 아는 너가 가서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기고 가르쳐라. 사람들을 내게 가까이 이끄는 역할을 해라. 사람들이 너를 통해 나를 발견하도록, 내 안에 있는 넘치는 생명을 받아 누리도록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해라.”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실패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주님의 사랑은 실패를 역전시키는 사랑이다. 주님은 우리의 실패를 비난하지 않으신다. 다만 우리를 끊임없이 다시 일으켜 세우신다. 주님을 깊이 인격적으로 만날수록 우리는 자기 자신의 연약함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바라보게 되고,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며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이 땅에서 주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누린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경험하면 할수록 신이 나고, 알면 알수록 어째서 나를 이토록 사랑하시는가, 감사해서 눈물이 나고, 내 안에 계신 예수님으로 충만해져서 내게 주신 사람들도 주님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이것이 오늘날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께서 하시는 일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매일의 삶의 현장 속에서 만나주신다. 그는 매일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 속에서 우리를 만나주신다. “00, 내가 오늘 너와 교제하고 싶단다. 너의 마음 문을 내게 열어주지 않겠니?” 주님은 너무나도 인격적이신 분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마치 나 한명만 존재하는 것처럼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주시는 분이다.

 

주님은 오늘도 동일하게 우리의 마음 문을 두드리신다.

그 세밀한 음성에, 사랑에 더욱 반응하는 내가 되기를 기도한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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