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무서운 사람들을 위한 책 - 불안 전문 심리치료사가 알려주는 스트레스 없는 대화법
리처드 S. 갤러거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화는 기술이다



모든 사회생활은 결국 대화의 연속이다. 아무리 사회가 각박해지고, 단절된 개인이 늘어난다고 해도 타인을 자기 삶에서 완전히 배제한 채 살아갈 수는 없다. 생각보다 사소한 곳 하나하나에 타인의 손길이 닿아 있기에 그들과의 접촉은 끊는 건 불가능하다. 극단적으로 방 안에 틀어박혀 산다 해도 결국 가족이나 친지의 도움 없이는 그 폐쇄된 삶은 유지할 수 없으니 말이다. 몸과 마음, 그 둘의 접촉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지만, 타인을, 대화를 피할 수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터득하던 대화 스킬은 이제 특별한 재능으로 변했다. 오래전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사람 사이에 섞여 갈고닦은 대화법이었을 텐데. 요새 사람들은 스피킹 학원이니, 웅변 학원이니 그런 사교육 시장에서 특별히 돈을 주고 배우고 있다. 스펙이 된 대화 스킬. 이 현상을 보며 각자도생 하며 유리된 사회에서 그나마 대화 교육이라도 받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아니면 비싼 돈 치러가며 그런 걸 배우러 학원에 가는 사람들에게 한심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걸까. 필자는 두 입장 사이에서 약간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돈 내더라도 대화 한 번 잘해보겠다 노력하는 이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들은 대화가 어렵고, 두렵고, 또 피하고 싶지만 어쨌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 ‘대화가 무서운 사람들을 위한 책’은 대화에 특별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저자는 ‘리처드 갤러거’. 불안 전문 심리치료사인 그는 대화 기술을 가르치는데 적격인 인물이다. 사실 이러한 주제의 책은 흔히 여러 자기 계발서가 되지도 않는 정신론을 들먹이면서 온갖 곳의 사례를 끌어오곤 한다. 자신감을 가지라느니, 옛 위인들은 어떠했다느니 하는 그런 거.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책 ‘대화가 무서운 사람들을 위한 책’은 그런 것들과는 다르다.


책은 우선 대화 이전에 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에서 시작한다. 단순히 수줍은 자, 내향적인 자, 그리고 사회불안을 가진 자로 나누어 이들이 왜 대화를 꺼리는지 원인을 분석한다. 이후 두려움에 의해 표출되는 외부 증상과 내부 증상을 꼼꼼히 거론하고,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우선 다양한 대화 상황에서 기억하면 좋을 전반적인 방법을 가르친다. 이후 대화 상황에 맞춰 세세하게 요령을 추가해 알려준다. 마지막은 이렇게 알려준 방법을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마무리한다.


이 책의 장점은 책 중간 중간에 내용에 맞는 다양한 실전 연습 방법을 추가해 놨다는 점이다. 예컨대 독자가 간단히 따라 할 수 있는 호흡법도 있고, 종이에 적어가면서 오래 고민해야 할 자기 분석도 있다. 중요한 건 이 책을 계속 읽으면서 막히는 부분에 딱 알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만약 꼼꼼한 성격의 독자가 여기 나온 과제를 풀면서 시간을 들여 독서한다면 100% 자신의 대화 능력이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대화가 어려워서 전화로 음식 주문 배달을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언론에서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런 간단한 대화조차 이제 어렵다는 말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에 놀랐고, 또 같은 청년인 나도 배달앱이 생겨서 배달주문 전화를 안 해도 되어 기뻤던 경험이 있어, 필자 같은 사람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필자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들이 대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이 도서를 펼쳤다면, 꼭 책 안의 과제를 모두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장담하건대 드라마틱한 능력 상승은 없을지라도 대화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책 ‘대화가 무서운 사람들을 위한 책’의 제목처럼 대화를 꺼리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독서를 하는 시간이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으로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