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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평점 :
매주 월요일 아침 8시 즈음, 학교 지하철 출입구에 있는 ‘대학내일’을 집어 든다. 그리고
수업 시작 전 짬을 내어 빠르게 잡지를 읽어 내려간다. 월요일을 시작하는 나의 루틴이었다. 그래서 나는 ‘고민과 소설가’에
나오는 사연들을 전부는 아니지만, 연재시작시점에 나는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여러 사연들을 봤다. 또 작가가 연재를 그만두기 직전 즈음 해서
잡지에 실린 인터뷰를 봤었고,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많았고,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답변도 마음에 들어 무려 그 인터뷰를 찢어서 파일에 넣어두고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나에게 ‘고민과 소설가’는 꽤나 반가운 책이었다.
책은
진로, 연애부터 시작해서 ‘검은 사제들’을 보고 잠이 오지 않는다는 별의 별 고민들에 작가가 답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잡학다식하고 말 잘하는 친구가 고민상담
해주는 책’이다. 무리를 지어서 다니다 보면 꼭 한 명씩
끼여있는 친구들이 있다. 말 잘하고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은 친구(괄호를
잘 쓰는 작가의 어투로 말해보자면, 내 친구들의 무리에서는 내가 그런 역할이다) 그 친구보다 조금 더 많이 살아보고, 조금 더 많이 경험해본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말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써서 그 진지한 고민도 즐겁게 답해줄 수 있다! 작가의 글에는 유머가 있다. 작가의 책 홍보 라던가, 자신의 이야기를 간간히 섞어서 재미를 만들어낸다. 질문에서 빗겨
나가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재미있게, 묘한 밸런스를 잘 맞추면서 작가는 질문에 대한 조언을 써내려 나간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책이 20대의 복판에서 고민은 늘어가고 쉽게 털어놓기도 어려운 지금, 꽤 반가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책에 나오는 고민들 중
최소 한가지는 고민해본 적이 있을 테니까, 그 고민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었다. 작가의 칼럼을 읽을 시기 나도 고민이 많았던 때였고, ‘고민과 소설가’를 읽은 지금에도 나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 작가가 말하는 ‘프로 고민러’에
해당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친구가 썩 많은 편은 아니며 그 마저도 나와 편도 4시간 거리에 떨어져 살고 있는 고향 친구들이 전부다. 공무원 만을
종용 했었던 부모님이 불편해 부모님과 자주 연락하는 편은 아니며 또 워낙 인원이 많은 학과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다. 혼자만 끙끙대고 있던 나에게 꽤 반가운 글들이었다.
‘아, 나만 고민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그래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와 같은 내 고민에 대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나의 고민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작가의 답변을 받은 질문자분들도 그럴지도 모른다. 오히려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공감과 소통이었다. 남한테 털어놓고 싶지만 징징대는 것 같고 어딘가
부끄럽기도 하고, 괜히 이런 이야기를 꺼내서 혼자만 ‘진지충’이 되어버리는 것 아닐까 하고 숨겼던 저마다의 고민을 펼쳐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작가는 특유의 재미 있는 문체로 무거운 질문도 시원시원하게,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조언을 준다. 고민 많은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당신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책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