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 시간이 만드는 기적, 그곳의 당신이라는 이야기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세형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던 고1의 여름방학,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그 한권으로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그의 책을 선물했으며 내가 김영사의 서포터즈 활동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내가 처음 읽었던 그 책 영향이 컸다. 그런 내가 그의 신간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를 만난 날, 나는 잠시 공부를 접어 둔 채 한숨에 책을 읽어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다가오는 강세형 작가의 글은 따뜻한 날카로움이다. 글은 주로 작가가 영화, 책을 보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담아 내는데, 그는 나도 보고 읽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을 골라내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나 그 예리한 시선의 태동이 불편함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글은 따뜻한 날카로움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도깨비너의 이름은.’을 통해 초월적 존재에 기대고 싶어하는 지친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하는 탄성을 내게 된다. 그런 기대없이 살아가기에 너무나 지쳐버린 나와 내 주위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본다. 그러나 그의 글은 각자가 모여 서로에게 초월적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따뜻하게 마무리한다. 놓쳤던 부분을 날카롭게 짚어 따뜻하게 풀어 내주는 그의 이야기, 그래 나는 이걸 기다리고 있었다.  

냉정하기 그지없는 나조차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
초월적 존재에 기대고 싶을 만큼, 나는 혹은 우리는
지금 몹시도 어지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또한 그의 글은 한편으로는 꽤 신선하다. 그는 우리의 삶이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별다른 일 없이 시시콜콜하게 흘러간 우리의 시간은 이야기가 되며 누구나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니 각자는 의미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항상 잘할 순 없는 것이고 과거의 나를 뛰어넘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니 그저 내 자리에서 행복하자고. 그러면 주변이 보이고 친구가 보이고 그렇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는 글이 이어진다. 사실 이건 신선한 부분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는 많다. 그러나 강세형 작가의 에세이를 찾게 되는 이유는 이런 지쳐버린 마음, 세상에 대한 한탄과 다짐을 따뜻하게 풀어낸다는 점이 신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로의 말을 우리 곁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일상과 뒤섞어 감정 쓰레기통처럼 마구 토해내는 작품을 자주 만나 지쳐 있던 시점에서, 그는 이런 불평도 따뜻하게 풀어내 주었다.

‘이건 사랑일세, 스토어 군.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따뜻한 날카로움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 글의 정점은 ‘82년생 김지영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한 나는 여자입니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작년부터 시작되어 날이 갈수록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는 남녀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처럼 잔잔히 풀어나간 글을 만난 것은 실로 간만이다. 작가는 어느 쪽의 편에 서지도 않았으며 글을 급하게 풀어 나가지도 않았다. 잔잔히 젖어 들게 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 느낌이다. 차근차근, 강세형 작가의 힘이다.
  큰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단한 노력을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를 존중하고 나의 주어진 삶을 마주하며 그 속에서 길을 찾아 나간다. 우리는 성장해 나가며 잃어버리는 것이 생기고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 그러나 괜찮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그리고 그 모든 건 나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잔잔한 위로가 담긴 책 한권으로 잠시 여행을 한 기분, 나도 이 한마디로 마무리하고 싶다. ‘잘 쉬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