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 크기의 생물학
모토카와 타츠오 지음, 이상대 옮김 / 김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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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관한 건 동물의 왕국몇 번 봤던 게 전부인 나에게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은 도전이었다. 식물도감, 동물도감을 제외하곤 동물학, 생물학 분야의 책이 한권도 없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저하다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을 고르게 되었다. 생물은 인간과 길가의 비둘기밖에 없는 도시에서 오랜만에 동물의 이야기, 자연으로 시선을 돌리고 싶었다.
 사실 책은 그렇게 감상적인 책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들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내용들을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나간다. 가만 생각해보면 몸집이 큰 사람이 추위에 더 강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또 대부분의 포유류처럼 몸집이 큰 동물들은 번식과 세대교체가 느린 것 같다는 것을 인지할 때가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그 사실들,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은 그것들이 어떤 이유로 발생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준다.
 책 내용 전체를 이끌어가는 개념은 크기와 시간이다. 여기서의 시간은 우리가 아는 시간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에게 시간은 24시간의 절대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책에서의 시간은 상대적이다. 쥐와 코끼리의 수명은 큰 차이를 보이지만 살아 숨쉬는 동안 그들은 똑같은 심장박동 수를 가진다. 이들의 수명은 결국 같은 길이가 아닐까? 템포의 개념이 가미된 시간의 개념으로 책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 책은 크기에 집중한다. 코끼리와 쥐의 크기차이에서 시작하여 납작벌레,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리고 크기차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운동량 등의 이야기에 접근하여 산호 등 움직이지 않는 동물들과 곤충에 대한 이야기로도 이어져 나간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들었던 생각은 두가지다. 먼저 자연에는 절대적으로 좋은 것이 없다. 크기가 크면 추위에 강하다. 그러나 그들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자연의 법칙이다. 또한 자연은 굉장히 정교한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동물들의 움직임과 음식섭취, 그들의 생김새와 유형에는 다양한 규칙과 법칙들이 숨어있다. 이는 함수로도 나타낼 수 있으며 수식으로도 나타낼 수 있다. 자연은 정교하다. 그러면 인간은 어떨까?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들 보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할 때가 있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자연스럽게 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몸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더 큰 행동권을 가진다. 그러나 자신의 몸집보다 더 작은 서식밀도를 보인다. 우리가 힘들고 팍팍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웠다. 오랜만의 생물학이었지만 책은 친절했고 예시로 나오는 동물은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들이었다. 그것들에 대한 심화탐구 시간이었다. 또한 중간중간 포함된 엉뚱하면서도 인상깊은 질문들, ‘바퀴가 달린 동물은 왜 없을까?’와 같은 질문들은 호기심을 유발했다. 그러면서도 책은 정보전달과 교육에 그치지 않았다. 책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모든 동물들은 각자의 시간을 살고 있다. 법칙과 규칙 하에서 이루어진 각자의 크기와 시간이다. 인간은 어떤 시간을 살고 있을까? 인간에게도 각자의 몸집에 따른 시간이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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