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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최진영 외 지음 / 픽션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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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느낌의 산문은 아니었다. 마음에 팍팍 꽂히는 문장이 있는 산문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추상적인 편이고 밑줄 그을 만한 문장을 찾지 못했다. 좋아하는 저자들인데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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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좋다! 1~2 세트 - 전2권 꼴, 좋다!
박종서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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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니가 부흥(?)하면서 포니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도 주목받고 있다. 내가 운전도 안 하고 자동차에도 별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것 같은데 폭스바겐의 골프도 디자인하고, 니콘 카메라, 총, 심지어 산책로도 디자인했다고 한다. 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활동하는데 결과물도 좋은 걸 보면 확실히 능력 있는 디자이너인가 보다.


아무튼,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선정된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 책을 추천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스쿠프, 티뷰론, 쏘나타, 싼타페 등을 디자인했다. 1970년대부터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했던 거면 정말 살아 있는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자동차 디자인이 없던 시절에 어떻게 위와 같은 자동차를 디자인할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은 이런 의문이 드는 독자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실무적으로 이런 게 도움이 된다, 와 같은 이야기는 없지만 어떤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이런 자동차를 디자인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풀리기 때문이다. 뭣보다 나에게는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주는 위압감이 엄청났다.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 아닌가...?


1권과 2권을 나란히 놓으면 두 표지가 이어진다. 1권은 풍뎅이, 2권은 자동차 그림인데, "자연 속에 가장 완벽하고 훌륭한 디자인이 있다"는 저자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표지가 암시하듯 1권에는 자연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고, 2권에는 저자가 실무 현장에서 일했던 시기의 이야기와 직접 세운 자동차디자인미술관 FOMA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책이 큼직큼직하고 180도로 펼쳐지는 누드제본이라 여러 시각 자료를 감상하기도 좋았다. 사람에 따라 징그러울 수 있는 곤충 사진도 있지만...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멋진 사진도 많았다. 양쪽에 걸쳐진 이미지를 쫙 펼쳐서 보니 볼 맛 났다ㅎㅎ 특히 2권에 있는 저자의 러프 스케치가 신기했다. 이렇게 이미지를 감상하면서 휙휙 넘기다 보니 금방 다 읽었다. 두 권이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라 둘 중 어떤 걸 먼저 읽어도 상관 없을 것 같고, 나는 개인적으로 2권이 더 좋았다!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가 본 것들, 그의 철학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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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두꺼운 베일 같아서 당신을 볼 수 없지만 - 오늘의 시인 10인 앤솔러지 시집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권민경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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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는 왠지 마음 편히 집어들게 된다. 이 많은 작가들 중에 한 명은 내 마음에 들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시집에는 시인 10명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특정 주제를 정해놓고 작품들을 모은 것이 아니라 경기문화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들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딱히 공통된 소재는 보이지 않았고, 독특하고 개성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인들의 등단 연도도 제각각이고, 이름을 많이 본 시인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시인도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을 차치하고 오로지 시만 감상해봤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는 시가 몇 가지 있었다. 김안 시인의 ⌜맏물⌟, 이유운 시인의 ⌜최후의 애도⌟, 임지은 시인의 ⌜유기농 엄마⌟이다. 이 얇은 책에서 마음에 드는 시 몇 편을 만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겠지. 그중 김안 시인의 ⌜맏물⌟ 부분을 인용한다.



간밤에 폭우가 있었어.

온밤 꼬박 새우고

짚 앞 천변에 나와 당신이 돌아올 길 바라보고 있지.


<중략>


천 갈래 만 갈래

나뭇가지들 바람의 목울대 움켜쥔 채 흔들어대고

목울대 뜯겨나간 성난 바람이 하나둘 그들을 삼킬 때쯤이면

응달 속에서 풀잎 냄새가 올라와.

때론 시간은 두꺼운 베일 같아서 당신을 볼 수 없지만,

나는 그너머에서 풍기는 당신의 손목 냄새도 맡을 수 있지.

봐, 푸른 풀잎 위에 가만히 누우면

나는 아주 잠시 당신의 손목을 움켜잡을 수도 있어.

미지근하고 고요하게

내 손등은 순식간에 푸른 물 들고

폭우 쏟아지고

머리카락 붉게 풀어지고

내 옆에는 죽은 나무들 나란히 놓여 흘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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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조직을 움직이는 미래 에너지
기업문화Cell 지음 / 아템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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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직원들이 모여 기업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쓴 책이다. 몇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문화 혁신이 화제가 되면서 기업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대기업 직원들이 바라보는 기업문화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추천사에도 나와 있듯이 기업에서 쓴 기업문화 책들은 해당 기업의 성공적인 기업문화를 늘어놓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기업문화가 등장하게 된 배경부터 시작해서 왜 기업문화가 혁신의 대상이 되었는지, 기업문화와 관련한 오해, 의문, 문제점들을 소개한다. 오히려 신한은행은 어떤 기업문화를 갖고 있고, 어떻게 성공적인 기업문화를 갖추게 되었는지 저자들을 붙들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신한의 조직문화에 관한 내용은 많지 않다. 그래서 신한은행의 기업문화가 궁금해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성공적인 기업문화를 그저 쫓아가기 바쁜 기업 혹은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내용이 기업문화의 본질부터 파악하고 각 조직에 어울리는 기업문화를 고민하며 끊입없이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멈춰 있는 조직은 성장할 수 없고, 성공한 기억에 갇힌 조직은 변질될 수밖에 없다. 조직의 비상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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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닮아서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반수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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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 ‘바다’가 드러나 있듯 이 산문집은 바다와 밀접한 인생을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년에 펴낸 소설집 통영도 온통 푸른빛이었는데 그 책과 연관이라도 있는 듯 이 책도 푸르르다. 실제로 나는 바다를 닮아서는 소설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기도 하다. 대놓고 ‘그 소설은 이렇게 탄생했다’고 밝히는 것이 아니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소설 속 인물이 떠오르는 식이다. 그 때문에 소설집을 먼저 읽은 사람들은 산문집에 숨겨진 등장인물들의 전신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소설집을 먼저 읽으라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좋다. 무엇보다 작가의 저서를 한 권이라도 읽는다면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에는 작가의 다사다난했던 지난 삶이 담겨 있다. 이렇게 적으면 ‘역경을 뚫고 소설집을 펴낸 (대단하지만 흔하디흔한) 소설가’로 단순히 정의내려질까 우려된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과의 마찰, 가까운 이의 투병과 죽음 등 누구나 겪었을 법한 고난이 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그것에서 도출해내는 작가만의 통찰이 눈부시다. 한 가지 더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이라면 ‘이민’이라는 키워드일 것이다. 한국에서 자라 한국에서 글을 쓰고 있는 소설가가 아니라 한국에서 자랐지만 해외에서 글을 쓰고 있는 소설가이기에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이야기들로 네 차례 재외동포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적으면 또 걱정 하나가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이민자이기에 과대 평가를 받았다는 의심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고향을 떠나 자리 잡은 터전이 외국이라는 것이 조금 다를 뿐, 어떤 장소, 어떤 대상, 어떤 시간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이야기를 하기에 많은 이가 작가의 글을 찾는다는 것을 말이다.


표지에 실린 문장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멀리 떠날 것. 그리고 돌아올 것. 힘껏 돌아올 것.

그것은 오래되고 익숙한 리셋의 방식이었다.”


“이제 내게 너무 익숙해진 이국의 시간과

손님처럼 어색한 고향의 시간이 서걱거리며 부딪혔다.”


떠나고 돌아오는 , 서로 다른 것이 서걱거리며 부딪히는 . 작가가 그의 삶에서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파도 치는 바다와 닮지 않았는가. 파도 치는 삶에서도 소소하고 다정한 것들에 위안을 얻고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인생을 힘껏 응원하고 싶다. 지금 그의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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