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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의 교환 - 몽골 제국과 세계화의 시작
티모시 메이 지음, 권용철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점점 책을 읽으면서 그 범위가 좁고 깊게 파고드는 덕질의 영역으로 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세상 뭐는 안 그렇겠습니까만 때때로 내가 가볍다고 생각하는 것이 남들에게는 아닌 것이 아닐까?라는 간단한 의문을 떠올리기도 하죠. 이번에 읽은 <칭기스의 교환>이라는 책도 그러합니다.
최근 유목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일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런저런 대륙과 해양의 수많은 나라들의 역사들을 겉핥기 식으로 돌다 보면 문득 정주 문명이 아닌 유목민의 역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의문이 듭니다. 책의 제목처럼 칭기스가 들어간 몽골이라면 사실 완전한 유목민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지점이 생깁니다만... 그러나 유목에서 시작한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만들었고, 그것이 또 어떻게 그렇게 빨리 무너졌는지, 그리고 몽골의 제국이 세계에 미친 영향이라는 것이 무엇이 건데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지 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책이네요.
책을 대강 살펴보면 아주 긴 저자의 이야기가 나오고 (책을 읽을 분이라면 이 서론을 그냥 넘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칭기스칸으로 시작되는 몽골 역사의 개괄이 건조하게 진행됩니다. 이 책의 뒤쪽에 나오는 많은 레퍼런스 자료들을 보면 아실 수 있겠지만 감정보다는 중립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자칫 지루할 수 있겠지만 말이죠. 그러나 이것을 보지 않으면 교과서에서 본 그 거대 제국 몽골이 왜 그렇게 빨리 사라졌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그것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단순히 몽골은 원나라가 아니며, 그 많은 칸국이 어떤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유목민의 전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머릿속에 넣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역사에 대한 개괄이 끝나면 이제 제가 이 책을 보고 리뷰를 하게 되는 이유 <칭기스의 교환>이라는 타이틀처럼 칭기스칸의 몽골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것들이 두 번째 챕터를 통해 나오게 됩니다. 전 이걸 원했어요!!
다른 정주 문명과는 많이 떨어졌던 몽골이 어떻게, 무엇을 받아들이며 나갔는지 처음에는 전쟁과 관련된 것들을 보여주다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적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들을 보여주고, 다음으로는 종교 이야기가 나옵니다. 재미있는 건 "몽골은 관대하다"라는 시점이 아닌 몽골인의 눈으로 종교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었기에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관대함이 아닌 '이익'이라는 관점으로 받아들인 종교들이 몽골의 세계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고 몽골 세계의 장인들과 사상, 문화, 예술과 함께 그들의 식생활과 같은 미시적인 내용들도 보여줍니다. 유럽인 혹은 평범한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 많은 근현대 엔터테인먼트들이 보여준 몽골의 이미지- 들을 이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물론 아쉬운 것은 사실 자체를 보다 보니 원하는 만큼 더 많은 것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소설을 쓸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D
그리고 정말 재미있다고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아주 사소한) 그 긴 서론에 비해 결론은 정말 짧게 서술했다는 것.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