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관객지에서 꾸는 꿈 - 최선주 에세이
최선주 지음 / 청동거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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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글이 선명하고 간결하다.
수식어가 별로 없는 글들은 군더더기 없는 뼈대만으로도 일상의 이미지와 색깔을 충분하게 느끼게 한다. 읽는 사람의 감각과 지각을 써서 자신의 생각에 동감하게 하는 글은 힘이 있다. 저자만의 힘이 아닌 독자의 소화력까지 합해져서 글 읽기에 속도가 붙고 재미를 창출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듯 하다. 화려함과 호사로움에 대한 유혹을 견뎌내야만 쓸 수 있는 글의 형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수필에서 보이는 화려함이란 색감있는 감상 같은 것이고, 호사로움이란 지식이나 견문과 관련해서 자신을 전시하는 글을 읽을 때 독자들이 은연중에 느끼는 부러움 혹은 거리감 같은 감정을 유발하는 글이 가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시종 독자와 더불어 쓴 듯한 편안함과 소박함을 느끼게 하는 독특함이 있다. 읽고나면 당연시한 일상과 주위를 기분좋게 아하~ 하고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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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관객지에서 꾸는 꿈 - 최선주 에세이
최선주 지음 / 청동거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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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사람은 무엇을 행하든 스스로 편안하다.

-15쪽


사랑과 잔소리는 서로의 빈자리를 향해 침노하는 적수와 같다. 사랑이 많은 자리에는 잔소리가 낄 틈이 없으며 잔소리가 널린 곳에는 사랑이 희박하다.-23쪽


남녀를 막론하고 행복한 사람은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26쪽


유행가 가사처럼 ‘언제 한번 울어 울어 볼 날’을 그리는 남자들은 외딴 섬의 해송처럼 쓸쓸하다.-31쪽

외로운 알몸들이 만나는 것이 사랑이기에 형식없이 수수한 나신으로 서서 초라한 서로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연민과 이해의 장을 위해 우리는 다시 봇도랑을 치며 가슴 깊숙이 적시게 할 새해의 봇물을 채우기에 힘쓸 것이다.-83쪽


무례하고 뻔뻔한 행동이 마치 민주시민의 자유나 지구화 시대의 신세대적 태도로 오해되는 사회는 무질서한 사회다. -89쪽


안면몰수나 식언이 용납되는 사회는 집단적 타락 증후군이 있는 사회다.-89쪽


안위와 관련해서 자신의 몸의 일부를 잘라내면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픔조차 없는 도마뱀의 자생력을 인생에 적용할 일은 아니다. 산다는 것은 편리보다는 도리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02쪽


잘라낸 자리에 상흔없이 다시 꼬리가 자라는 재생력을 부러워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상흔없이 치유되는 상처는 의미없는 고통에 불과하고 아픔없이 채워지는 상실은 비정이 전제된 것이기 때문이다.-103쪽


마음은 집에 가족이나 손님들이 들고 나듯이 익숙하거나 낯선 생각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140쪽


영혼의 동반자는 바로 우리 영혼의 심연에서 우리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끌어내지 못하는 값진 것들을 길어 올려 거울로 비추듯 우리에게 비춰주는 사람이다.

-169쪽


방 안은 어질러져 있었어도 아이들의 기억이 큰 소리나 잔소리로 인한 기억으로 어지럽혀지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179쪽


생의 덧없음을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은 어떤 슬픔도 껴안을 줄 안다.-205쪽


그 어떤 관객보다 스스로를 심판관으로 삼고 사는 이는 소신껏 사는 사람이며 개성은 그런 이에게 고유하게 붙여지는 브랜드 와도 같다.

-217쪽


우리는 우리의 등장이 다른 사람에게 소리없는 아우성인지, 지루한 독백, 친근한 대화 또는 내용없이 장황한 연설문인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231쪽


외로움을 담보로 빚어진 인연은 영혼의 독을 경험하게 한다. 죽음에 이르는 병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외로움을 피하고자 하는 몸짓에서 비롯됨이다.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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