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사람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한 뼘 더 깊은 지식 (리커버 에디션)
마크 베코프 지음, 장호연 옮김, 최재천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반려견을 키우고 있지는 않지만 개 연구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다. 일차적으로는 개를 좋아하고, 더 깊게는 1. 인간과 가장 밀접한 동물이자 2. 현대 사회가 반려견, 반려묘를 중심으로 변화 중인 것 3. 따라서 앞으로 개를 이해하고자하는 움직임이 더 늘어날 것이란 걸 통해 나와도 먼 이야기가 아님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의 감각, 지각능력, 감정 등 신체적 정신적인 특성과 놀이, 지배관계 등 개들 간의 사회생활, 그리고 목줄, 담장, 학대 등 반려인이 반려견과 함께하기 위해 고민해야할 주제들을 이야기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파트는 역시 개들의 놀이다.

 먼저 놀이 행동에 일정한 절차가 있다는 것과 길거리나 공원에서 자주 관찰했던 특정한 포즈가 바로 놀이 인사였음을 알게 되었다. 앞다리를 앞으로 쭉 펴고 엉덩이를 올리고 꼬리를 흔드는, ‘막 뛰쳐나가기 전 포즈라고 불렀던 그 포즈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맨 처음 든 생각은 그렇게 놀이 인사를 많이 한다고?’였다. 네다리로 서 있는 모습보다 자주 본 포즈가 놀이 인사였다니, 개의 학명을 카니스 루덴스로 바꿔야한다는 저자의 말이 공감 간다.

 책을 읽기 전 개의 몸집이 개체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 특히 대형견과 소형견이 함께 있을 때 같은 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외형 차이가 나는 것을 생각했을 때 과연 소형견과 대형견이 함께 노는 것이 정말 논다고 표현될 수 있는 일인지 걱정했었다.

 저자는 체급 차이가 많이 나는 개들이 놀이를 지속하기 위해 자기 불구화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줄다리기 놀이 중 너무 신이 나서 작은 개를 번쩍 들어 올린 큰 개는 줄을 놓고 재빨리 작은 개에게 달려가 놀이 인사를 했다.’ 체급과 힘에서 차이 나는 개들이 서로 어울리기 위해 힘을 조절했다는 건 개들에게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사회생활인지 알려준다.

 개의 지능에 대해서는 뼈다귀로 등긁개를 만들어 사용한 개의 사례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한편으로 저자는 푸들은 똑똑하다’, ‘비글은 영리하다등 흔히 알려져 있는 품종에 따른 지능 줄 세우기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같은 품종 내에서도 개체 별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고, 보호자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개가 찾기 놀이에선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등 저마다의 분야에서 저마다 영특하다는 것이다. 사람의 지능 검사도 일괄적으로 성적 기준만을 적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강점을 측정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목줄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이 든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현대사회는 인간과는 사고도 생활양식도 전혀 다른 구성원을 맞이하게 됐다. 특히 한국은 층간소음, 산책 시 입마개 착용 여부, 동물복지 문제를 한참 통과하는 중이다. 목줄에 대해서도 의견이 많다.

 목줄과 담장이 존재하는 개 산책 공원 또한 억압이 다소 완화된 공간일 뿐 근본적으로 억압이 해소된 공간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개의 행동을 반려인이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다. 현대 도시는 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에 개 공원처럼 따로 마련된 공간이 아닌 한 개에게 위협이 될 요소가 널려 있다.(, 유리조각, 자동차 등) 인간의 도시는 인간의 생활방식에 맞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개에게 목줄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노즈워크 등 개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려는 다양한 방법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우리가 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면, 개들의 특성을 알고 이해할 수 있다면 이들이 현대 사회에서 느낄 억압을 다른 방법으로 해소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반려견 문화가 생활의 일부로 완전히 자리 잡아 개들이 목줄을 하지 않고도 담장 너머로 나서는 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러스티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있어서 자신이 뭔가 나쁜 행동을 했을 때는 수긍하는 반면 가끔 제인이 화를 벌컥 내거나 부당하게 대할 때는 수긍하지 않았다. 장난을 칠 때는 영리했고 파자마를 입히면 좋아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자신의 꼴을 보고 소리 내어 웃으면 낑낑거리며 끝내 파자마를 벗어 질질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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