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열 시 반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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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에서 숨어있던 고전을 휴대성 좋은 문고판으로 기획한 '문지스펙트럼'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와 선물 받았다. 평소 생각만 하고 있던 고전을 어렵지 않게 맞이할 수 있어 기뻤다.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로맨틱스러움에 반했지만, 역시나 '여름밤 열 시 반'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1960년에 발표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책, 어떻게 그녀는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그녀가 이끌어가는 이야기 흐름, 필력에 놀라움을 느낀다.

부인 마리아와 남편 피에르, 그들의 딸 쥐디트, 그리고 부인의 친구 클래르. 이렇게 네 사람은 마드리드로 여름 휴가 여행을 가는 길 폭풍우를 만나 한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그들이 마을에 도착한 날, 그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자신의 아내와 내연남을 살해하고 도주 중인 로드리고 파에스트라. 폭풍우 속 마을은 온통 로드리고 파에스트라의 이야기이고, 경찰은 밤새 그를 쫓고 있다.

한 자리에서 '여름밤 열 시 반'을 다 읽었다. 나는 책을 펼쳤을 뿐인데 이야기가 나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이 소설에는 살해라는 큰 사건이 등장하지만, 사실 책을 읽다보면 그것이 큰 일이 아닌 것만 같은, 나아가 잔잔함까지 느껴진다. 어쩌면 뒤라스는 "삶에 대한 권태, 기다림 또는 부재감"이 살해만큼 큰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느껴지는 그 잔잔함이 이는 주인공 마리아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생각까지 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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