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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The Bees - 랄린 폴 장편소설
랄린 폴 지음, 권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인도계 영국 작가 랄린 폴의 데뷔소설 '벌'입니다.
뉴욕타임스의 커버스토리로 리뷰가 실렸고,
2013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핫 타이틀로 각국 출판 편집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엄청난 책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샛노랗고 심플한 표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과 배경과 그외 모든 내용이
벌과 벌집의 생태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독특한 소설이에요.
'벌'의 이미지는 현실적으로는 봄에 무서움을 안겨주는 존재?
혹은 위의 사진처럼 만화영화같은 귀엽고 가족같은 분위기의 벌 캐릭터
이미지가 강한데요,
랄린 폴의 '벌'은 그런 환상은 아그작아그작 부숴버립니다.
베르베르의 '개미' +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라는
수식어처럼,
화목하고 감동적인 벌집의 가족이야기가 아니라
생존과 정치과 계급사회로 가득한 잔혹한 이야기에요.
전체적인 내용은 벌집의 계급제도중에서도 최하위층인 플로라 일족의
청소병 플로라 717이 겪는 이야기입니다.

덩치마저 크고 시커멓고 못생긴 플로라는 태어나자마자
기형으로 의심받으며 척출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벌집의 상황이
좋지 않아
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살아남게 됩니다.
플로라는 강한 신체 조건과 뛰어난 후각, 감지력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벙어리인 다른 청소병들과 달리 말을 할 줄 압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신분에게는 철저히 금지된 지식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이 있죠.
'수용하고 순종하고 봉사하라'라는 절대모토 아래 유지되는
벌집사회에서
그녀는 상위계급 벌들에게 성가신 존재입니다.

하지만 벌집왕국이 추위와 폭우로 기아의 위협에 맞닥뜨리자
그녀는 보급병으로 신분이 상승되어 바깥 세계로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됩니다.
다른 벌들과 마찬가지로 플로라 717도 여왕벌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충정을 느껴요.
그리고 왕국에 도움이 되고싶어하는 열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여왕에게만 허락된 권위인 '생식', 즉 알을 낳는 일이 벌어진
거죠.
그녀는 무섭고 당황하여 알을 숨기지만, 알은 곧 발각되어
죽게됩니다.
벌집에서는 알을 낳는 반역자에 대한 이야기가 서서히 퍼져나가요.

여왕에 대한 궁극의 사랑과 충정심,
하지만 동시에 알에 대한 사랑과 모성애를 느끼는 플로라
717.
그녀는 두 알을 잃고 세번째로 낳은 알을 가까스로
부화시킵니다.
질병에 걸린 여왕이 동족에 의해 살해당한 이후
벌집 안에서 몰래 숨겨져 길러온 공주의 존재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공주들은 유일한 여왕이 되기위해 혈투를 벌여요.
플로라의 딸과 세이지의 공주가 남아 결투를 벌이고
말벌의 침입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플로라의 딸이
승리합니다.
그러나 수벌과 혼인하지 않은 딸은 공주일 뿐, 여왕이 아니라서
벌집을 이룰수가 없어요.
이때 도움을 주는 것이 플로라 717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수벌
린든입니다.
결국 공주는 성혼에 성공하고
새로이 탄생한 여왕의 주위로 벌들이 본능적으로 모여들어 새로운
벌집을 형성하게 됩니다.
벌의 생태계는 오묘하고 신비로운 것 같아요.
개미들와 여왕개미처럼,
여왕벌이라는 하나의 절대군주에 대한 무한복종과 사랑으로 형성된
집단.
어린이 동화와 만화의 벌 캐릭터는 어머니같은 여왕벌과
여왕벌의 무한한 자애로움으로 살아가는 화목한 벌들이
보여졌는데
'벌'에서는 여왕벌이 단순한 어머니가 아니라 '성모'라고
일컫어지며
거의 신격화되는, 그러나 생식기능이 손상된 후에는
가차없이 살해당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잔인하다고 생각되지만,
벌들 입장에서는 종족의 생존을 위해 그럴수도 있겠지 싶기도
해요.
단순한 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사회와 닮은 점이 많은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안하지만
남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전하'로 숭배되고 권력을 휘두르는
수벌.
일평생 신분제 아래에서 주어진 일만 하다가
필요가 다하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하층계급의 일벌.
여왕을 모시면서도 훗날의 권력을 도모하는 고위급 사제들과 경찰병.
특히고위급 사제인 세이지 계급 벌들이
월동준비를 위해 거미들에게서 정보를 얻는 대가로
나이든 벌이나 낮은 계급의 청소벌들을 거미먹이로 내어주는 부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벌집 사회의 잔혹 보고서 정도의 내용으로 보기보다는
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인간사회의 참혹함에 대해
얼마나 가시있고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서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좀 생뚱맞는 것 같지만
'벌'하면 떠오르는 노래 '왕벌의 비행(Flight of
bumblebee)'입니다ㅋ
소설 제목을 딱 보자마자 이 노래가 떠올라서요ㅋㅋㅋㅋ
첼로 소리가 진짜 벌소리 같네요
와 진짜 주변에 벌이 우글우글하는 느낌이 나서 소름돋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