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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로버트 판타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죽음에 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삶의 반대는 죽음이기에. 잠을 자고 일어나고 씻고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음악을 듣는, 이 모든 나의 일상적인 행위의 맞은편에 죽음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물어볼 때면 자연스럽게 죽음과 삶을 양손에 쥐게 된다. 죽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내게 삶이 있는 것처럼 죽음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실화인지 허구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실화가 아니라 허구임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안도감, 혹은 배신감 따위의 감정에 내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고? 죽음을 앞둔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죽기 때문이다.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우리 모두는 정말 매 순간 죽음을 앞에 두고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짧은 호흡으로 쓰인 총 82개의 글의 집합이다. 후루룩 읽어내려가기가 참 어려운 책이다. 자꾸 멈춰 서게 되고, 밑줄 치게 되고, 오래 앉아 생각하게 된다.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분명 언젠가는 떠올려 본 생각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생각들을 활자화하는 사람. 한 인간의 부단한 기록에의 노력 덕분에 나도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내 생각을 이렇게 쓸 수 있게 되었다.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