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는 바뀌었다고 하지만 정말 바뀐 것은 무엇일까.
바꾸려고 했지만, 우리는 바꾸지 못한 현재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상황에 따라 신념을인격을 바꾸어 기생충처럼 살아남은 존재들 덕에
마치 시대가 바뀐 거 같은, 더 좋은 세상이 온 듯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할 뿐이다.

 

 

1980년대 대학가는 부당한 정권에 반대하며 최루탄에 휩싸이지 않는 날이 없었다
내가 직접 체험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80년대의 대학가는 이른바 시위 문화로 점철되어 있었다.

정부기관에서는 데모의 주모자를 찾는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시위 현장에서 붙잡힌 자들에게 뒤를 캐기도 하고, 학교에 감시자를 심어두기도 했다. 소설은 이 배경에 있다. 최민식이라는 운동권의 숨겨진 영웅과 그 뒤를 캐려는 정보부 요원 김기준, 그리고 기준의 상관이자 베일에 싸인 관리자, 이들과 무관한 듯한 연극인 이태준과 그의 연인 이진아의 인연들을 통해 어디까지 계획된 것인지. 아직도 연극은 계속되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게 한다.

 

 

유대인 철학가 한나 아렌트는 나치 선봉장 아이히만의 재판에서 무지의 죄에 대하여 의견을 발표헀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연극 작가이며 연출가인 이태준은 관리자의 선택을 받아 연극계에 공작원으로 잠입한다.
연극 대본을 쓰고 연극인으로 활동을 하며 암암리 관리자의 지시를 받아 임무를 수행한다.
공부를 이어갈 돈이 없어 선택 당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최민식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연출한 연극 무대에서 조작된 테러행위로 검거되었다.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당했다는 사실을 그는 다행스럽게 여겼다.

거짓된 삶을 선택한 또 다른 한 명. 정부요원 김기준은 최민석을 추척하다 결국에는 스스로가 최민식이 되길 선택했다.

자신이 서 있는 현실의 토대가 그토록 기만적이고 부실한 허구였다는 것을 기준을 믿을 수 없었다.

태준이 문화, 예술계에 심어진 공작원으로써 무슨 역할을 했는지 자세히 밝혀진 바는 없어 나는 그의 죄를 묻지 않을 테다. 그저 연극을 하고 싶은 개인이 권력에 선택당하여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것이 개인의 죄일까 의문할 뿐이다.

한나 아렌트는 사고하지 않은 무지도 죄라고 아이히만에게 유죄를 고했다. 그러나 본인이 누군가로부터 선택당해 어떤 삶이 계획의 일부인지도 모른 개인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인가. 어떤 과정과 결과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그저 선택된 개인, 영문 없는 행위에 옥살이를 하고 이후의 삶이 모두 파괴된 개인에게 모든 죄를 넘길 수 있을까.  파괴된 개인과 별개로 변화된 세상에 모습을 바꿔 숨어 기생하는 조종자들에게는 어떻게 죄를 물을 것인가.


파괴된 개인과 별개로 변화된 세상에 모습을 바꿔 숨어 기생하는 조종자들에게는 어떻게 죄를 물을 것인가. 의문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