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3주

좋은 고전 명작은 영화와 드라마의 영원한 뮤즈이다. 시대 배경은 과거일지언정 그 안에 담겨있는 인물들의 감성과 이야기는 보편적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불멸의 고전들을 한번 자기만의 스타일을 살린 영상으로 구현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 그리고 또 그렇게 나오는 작품들을 계속해서 찾아 보게 되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동서고금을 초월해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고전 명작들 중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이 있다. 바로 최근 오랜만에 다시 영화화 된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비롯하여 제인 오스틴 등의 영국 여류작가들의 소설들이다. 물론 이전에도 여류작가들이 존재해왔겠지만... 일단은 여류작가들과 그 작품들이 주목받고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한 19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상화에의 영감을 가득 불어넣어주고 있는 그녀들의 작품들을 만나보자.  

 


샬롯 브론테 (Charlotte Bronte) 1816.4.21 - 1855.3.31

<제인 에어> 

두 말이 필요없는 너무나 유명한 원작. 샬럿 브론테의 작품은 제인 오스틴의 뒤를 이어 로맨스의 고전이랄만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인 동시에, 단순한 로맨스를 뛰어넘는 강렬함을 지니고 있다. 조용하지만 내면적인 강함과 열정을 지닌 여인 제인 에어와 그런 그녀의 감춰진 열정을 헤집는 남자 로체스터. 그리고 무엇보다 제인 에어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제인이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그녀를 옭아매는 부당한 시련들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모습에 있다. 사랑에 관해서도 말이다. 1996년의 제피렐리 감독의 <제인 에어>는 이전의 너무나 고전적이고 우아한 전형적인 헐리우드 클래식 스타일의 여성상을 보여주던 모습을 탈피하여 겉으론 약하지만 내면은 강한 여성으로서의 진정한 제인 에어를 보여준 영화였다. 하지만 나이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활력이 넘쳐야 할 로체스터가 세상사에 지친 중년의 모습인 점과 후반부의 지나친 각색이 흠이었다. 이후 BBC드라마를 제외하면 영화로는 오랜만에 다시 나온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제인 에어>는 여태까지의 영화들 중 가장 원작에 충실한 모습이다. 주연 배우들 역시 흠잡을 곳 없이 캐릭터에 부합하며, 로체스터와 세인트 존이라는 두 남자를 통해 대변되는 제인의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당당함과 열정 그리고 도덕성과 진실을 중시하는 두가지 모습을 가장 균형있게 그려냈다.    

  

 

 

 

그 동안 소설 <제인 에어>는 여러 번역본이 있었으나,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용으로 편집된 책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영화 개봉 덕에 드디어 민음사 이외에도 열린책들과 펭귄클래식처럼 고전명작 전집으로 신뢰가 가는 출판사에서 제대로 완역되어 나오게 되었다. <제인 에어>의 팬이라면 번역은 물론 표지에서도 더 마음에 드는 쪽을 골라잡을 수 있다. 독자에게 이런 기쁨을 좀 많이 누리게 해 달란 말이다~!

 

 

에밀리 브론테 (Emily Bronte) 1818.7.30 - 1848.12.19 
  
<폭풍의 언덕> 

샬럿 브론테의 동생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역시 영국에서, 헐리웃에서 끊임없이 영상화되어 온 최고의 고전 중 하나이다. 제목처럼 폭풍같은 격정적인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애증의 관계가 휘몰아치는 소설로, 서로를 결국 파멸로 몰아넣을 정도로, 속된 말로 '징하게' 사랑하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악마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이 펼쳐진다.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존재 자체부터도 너무나 강렬한 남자주인공 히스클리프를 고향에서 벗어난 적도 없다는 한 젊은 여성이 창조해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정도이다. 영화로는 1939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폭풍의 언덕>이 유명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히스클리프의 집시스러운 강렬한 이미지에 좀더 어울린다고 느껴진 인물은 바로 피터 코스민스키 감독판에서 히스클리프를 맡은 랄프 파인즈이다. 그의 어둠이 가득하면서도 격정으로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라. 히스클리프의 현신 그 자체이지 않은가. 1인 2역을 열연한 줄리엣 비노쉬 역시 청순한 외모로 열정을 숨긴 도도한 캐서린을 완벽히 소화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린 캐시로 분했을 때의 금발머리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서 몰입도를 반감시켜버린다. 또한 불행히도 두 주연배우의 연기를 제외하면 이 영화의 각색은 거의 재앙 수준이다. <폭풍의 언덕> 역시 젬마 아터튼, 에드 웨스트윅 주연으로 또다시 영화화가 진행중이니 이번엔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해보자. <제인 에어>만큼 괜찮은 작품이기를....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1775.12.16 - 1817.7.18   

<오만과 편견>

영국 여류작가들 중 빠지면 섭섭할, 아니 절대 빠지면 안될 작가 "제인 오스틴". 그녀는 브론테 자매에 비해 작품 수도 많고 그만큼 더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거의 그녀의 모든 작품들이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졌고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심지어는 <비커밍 제인>처럼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 자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만들어졌다. 브론테 자매의 작품들과 달리 오스틴의 작품들은 밝고 서정적이다. 비록 '신랑찾기' 내용일 뿐이라며 폄하당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시대상의 묘사나 여성들의 세심한 심리를 그려내는 능력은 시대를 관통해 현대까지도 많은 공감과 사랑을 받을만한 흥미로운 요소임은 분명하다. 수많은 작품 중 역시나 가장 사랑받는 그녀의 대표작이라면 <오만과 편견>을 말할 수 있다. 가장 원작에 충실했던 BBC드라마 시리즈는 그린듯 완벽한 다아시이자 원작 그 이상을 넘어 여심을 흔든 다아시 '콜린 퍼스'를 배출해냈다. 그리고 이 정석적이고도 완벽한 드라마 시리즈의 그늘 아래에서 더이상 <오만과 편견>으로 무얼 울궈먹을까 싶을 때, 조 라이트 감독의 <오만과 편견>이 나왔다. 놀랍게도 이 신예감독은 원작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또 완전히 새로운 감성적이고 달달한 <오만과 편견>을 선보였다. 차도남 다아시씨의 매력은 사라졌지만 여주인공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따스하고 섬세하게 잡아낸 점이 무척 좋았고, 순정남의 면모가 부각된 다아시의 새로운 모습도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이렇게 보는 재미들이 있으니 또 이 고전이 영화화 된다고 하면 안 보고 넘어갈 수 있을까~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1882.1.25 - 1941.3.28 

<올란도>

이제 조금 시대를 뛰어넘어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 여류작가이자 선구적 페미니스트인 버지니아 울프로 넘어와보자. 버지니아 울프는 어린 시절의 복잡하고 불우했던 가정사와 감당하기 힘든 아픈 상처부터 이후의 자유분방하고도 선구적이었던 삶과 자살로 인한 마감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산 작가이다. 어찌보면 <제인 에어>의 제인과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이 합쳐져 보이는 듯도 한... 그렇기에 버지니아 울프는 그녀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보다 얼마전 타계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나 니콜 키드먼의 <디 아워스>처럼 버지니아 울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가 더욱 드라마틱하게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만큼 작가 자체가 이미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특별한 인물로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는 소리. 어쨌든, 그래도 주제에 맞게, 영화화 된 그녀의 작품들을 찾아보자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올란도>이다. 울프가 그녀의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비타 색빌웨스트를 모델로 써서 그녀에게 헌정한 소설을 원작으로, 엘리자베스 시대부터 현대까지 늙지 않으며 남성이었다 여성으로 변하는 신비한 존재 '올란도'를 중성적 매력 가득한 틸다 스윈튼이 멋지게 구현해낸다. 시대와 성별을 초월하는 올란도를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압박과 그것을 벗어나 자아를 정립하는 한 인간의 완성을 보게 되고 마지막에는 올란도가 흘리는 한방울 눈물과 미소와 함께 가슴이 벅차게 될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1890.9.15 - 1976.1.12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1971년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서 추리소설에 대한 공헌으로 데임(Dame) 작위까지 하사 받은 추리소설계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 앞선 작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그녀의 소설들 역시 시리즈로, 영화로 만들어지는 단골 중의 단골이다. 국내에서는 캐릭터의 강렬함의 차이 때문인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탐정 에르큘 포와로나 미스 제인 와플이 그다지 유명하지는 못하다. 이 둘도 상당히 재미있는 성격의 소유자들인데 홈즈가 워낙 개성 강하다 보니... 단지 '추리'의 측면으로만 말하자면 홈즈 보다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훨씬 치밀하고 함께 상황을 따라가며 증거를 모으고 맞추며 '추리'를 해보는 재미가 있다. 그나저나 그녀의 작품도 영화화된 것도 많다 보니 무엇을 집어 말해야할지 어려운데, 어린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를 집어 말하자면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 생각난다. (그러고보니 시드니 루멧 감독도 최근 타계 ㅠㅠ) 열차 안의 다양한 손님들의 군상이 재미있었고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여유있어 보이지만 차분하게 하나하나 짚어가며 사건을 해결하던 포와로가 기억에 남았던 영화이다. 물론 이런 스타일은 영상보다는 원작 소설로 읽는 편이 훨씬 재미있긴 하지만 재미있게 영상화하기 어려운 것을 영화로 옮긴 만큼 꽤 만족스러운 작품. 당시엔 모르고 봤지만 잉그릿드 버그만 등 쟁쟁한 유명배우들도 대거 포진되어있으니 배우들을 아는 지금 다시 한번 봐도 또다른 보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이야 어느 하나를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재미가 있고 유명하다. 그리고 또 '추리 소설'이라는 확실한 장르 소설이기 때문에 오히려 너무나 방대한 '고전 명작'이라는 분류보다는 훨씬 일찌감치 소개될 수 있었을지도... 얼마 전에는 '무한도전' 덕분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기분이 묘하더라는... 음... 다음엔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 모티브 따와서 하나 만들어 주실래요? ㅎㅎ 

  

 

조앤 K. 롤링 (Joan K. Rowling) 1965.7.31 -
 

 

 

 

<해리 포터> 시리즈

이제까지 과거의 작가들을 살펴보았다면 이제는 현재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동시대 최고의 영국 여류작가다! 바로 전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이다. <해리 포터>를 창조한 어머니라는 것 이상 더이상 무슨 부연설명이 필요하랴. 처음에는 읽어보지도 않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아닌가? 애들 보는 소설가지고 왜 다들 난리여? 하는 무식한 반응을 보였던 나였다... 읽기 시작하면서 온갖 전설과 환타지를 모아 재미있게 잘 쓴 환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시리즈가 이어질 수록 결코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은 장대한 세계관과 한 소년의 성장담이 펼쳐지게 된다. 실제 주인공들과 똑같은 나이의 아역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책과 함께 영화에서 실제 아이들의 성장까지 지켜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시작된 영화시리즈. 실제로 온갖 고비와 고난을 넘어 무사히 그 캐스팅을 유지하며 이제 마지막 한 편만을 남겨두고 있다. 뒤로 갈수록 커지는 내용을 짧은 영화 안에 담기는 힘들고, 글로 읽으며 상상하는 무한한 환타지를 눈에 보이게 구현해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현재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해리 포터 영화들은 보여주고 있다. 감독들에 따라 매편마다 분위기나 각색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해리 포터라는 전체 시리즈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들쑥날쑥한 퀄리티라는 불만사항이 될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각 편마다 새로운 느낌을 찾는 재미는 있을 터. 해리 포터에 모든 걸 바쳐준, 이제는 성인이 된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올 여름 개봉될 마지막 편을 벌써부터 시원 섭섭한 기분으로 기다려 본다. 

 

 

 

 

너무 많아서 한권씩만 넣었다. 우리나라는 어찌나 분권도 많이 해서 내놓던지 소장하기도 힘들다. 그저 영어 못하는 내가 죄지... 어쨌든 이 방대한 양을 보라. 대하 드라마시리즈로 용을 쓴다면 몰라도 원작 그대로를 영화로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다. (영화가 책과 똑같기를 요구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지만.) 왜 그렇게 원작의 광팬들 중 영화에 투덜투덜하는 사람이 많은지 궁금하면 책을 보시라. 그리고 장담하건대 책이 영화보다 백만 배 더 흥미진진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법학교 교과서, 마법세계의 동화책까지 실제로 책으로 출판되어 나왔고, 별별 희한한 해설서 등등 관련 책들도 많다. 하지만 별 영양가는 없으니 본편만 충실히 읽어도 해리 포터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충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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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 Jane Eyr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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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원작은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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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3주

동화든 전설에서든 절대 빠지지 않는 - 특히나 주로 악역 담당인 동물이 바로 늑대! 늑대가 나타났다~~~ 하면 십중팔구 절대 좋은 의미는 아니며, 늑대는 인간이나 여린 동물들을 습격하는 무서운 위협으로 등장하곤 한다. 게다가 이러한 이미지가 인간의 상상력과 결합하면 늑대인간이라는 공포스러운 괴물로 변용되기도 하며, 어쩌다 음흉함의 대명사까지 되어 늑대 하면 여자를 홀리는 남정네를 지칭하는 말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또 한편으로는 일찍이 늑대의 강함과 고고함을 숭배하기도 하며 늑대와 관련된 위인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늑대 젖을 먹고 자란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 형제라든가, 푸른 늑대의 후손이라는 몽골의 시조신화라든가... 또한 실제로 충절 강한 일처다부제에 외로우면서도 사회생활을 할 줄 알 며 영리한 늑대의 본모습이 '시튼 동물기' 등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알려져있기도 하고 소설이나 영화에도 꼭 험한 모습만이 아니라 친근한 모습으로도 종종 등장한다.  

그럼 이 늑대들의 이미지가 영화속에서는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한번 찾아볼까.  

 

 레드 라이딩 후드 (2011)
그림 동화 중의 하나인 <빨간 두건>이야기를 새롭게 탄생시킨 영화로, <빨간 두건>의 21세기적 재해석이라고 하기엔 그다지 동화 원래의 뼈대도 주제도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동화의 요소들을 차용했다는 정도로 보는 게 나을 듯 싶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사람을 잡아먹는 늑대의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 동물을 제물로 바치며 불안속에 살아왔지만, 발레리의 언니가 죽임을 당하면서 오랜 규칙은 깨진다. 그리고 드디어 마을을 습격하며 모습을 드러낸 늑대는 발레리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함께 떠나자'고 요구한다. 전설의 늑대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마을사람들 속에 위장해 숨어있는 늑대인간이라 주장하는 솔로몬 신부와, 늑대의 말을 알아들어 마녀로 몰리는 발레리.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 마녀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발레리의 할머니, 그리고 비밀을 가지고 있던 부모님... 도대체 이 중 누가 늑대일까.
동화에서 흉폭하기 보다는 음흉하고 비밀스런 음모로 순진한 빨간 두건 소녀를 덮쳐왔던 늑대는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의 곁에서 은밀히 그녀를 삼켜오는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여기에, 늑대의 정체가 과연 무얼까 하는 무지의 공포까지 더해졌으니..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발레리의 위험한 사랑과 늑대의 진실을 추적하는 스토리는 그야말로 '로맨틱 스릴러'라 할 만 하다.   

 

 블러드 & 초콜렛 (2007) 
<레드 라이딩 후드>에 이어 '늑대'와 '로맨틱 스릴러'라는 키워드로 떠올린 영화. 제목에서부터 그러한 의도가 이미 감지되지 않는가. 피와 초콜렛이라니. 그런데 제목이 무색하게도 그 키워드를 성공적으로 조합시키지는 못한 영화이기도 하다.
소수의 늑대인간들이 인간들 속에 숨어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루마니아. 사냥꾼들에게 몰살당하지 않기 위해 그들은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키지만, 만월밤에는 인간 하나를 잡아와 게임을 하듯 미끼로 풀어놓고 이를 뒤쫓아 잡아먹는 사냥의식을 행한다. 쾌감마저 느끼는 듯한 본능밖에 느껴지지 않는 사냥과 포식의 현장에서 그들의 모습은 인간보다는 동물에 가까운 모습이다. 재미있는 건, 요즘 여타 영화들에서 늑대인간이 반인반수같은 괴물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데 비해, 이 영화에서는 매우 고전적으로 동물 그대로의 늑대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점은 '공상의 괴물이 아닌 순수한 짐승이 인간을 공격할 때의 공포'와 '그저 늑대라는 동물의 모습 자체에서 느껴지는 웬지모를 우아함'이라는 매우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주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늑대인간이란 존재 자체도 한편으로는 인간을 사냥하는 위협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인간의 박해를 두려워하는 소수 약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인간과 늑대 사이에서 정체성이 모호한 상태에서, 이들 중 여주인공만이 가장 확실하게 늑대의 본성을 이성으로 컨트롤하는 '인간'에 가까운 존재이다. 그리고 그녀가 '인간'과 사랑에 빠져 종족 무리와 갈등을 일으키면서 스토리는 진행된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재미있는 소재를 그다지 잘 풀어내지 못하고 밋밋해져 버린 영화라 안타깝다...  

 

 폭풍우 치는 밤에 (2005)
이번엔 늑대인간이 아니라 늑대 자체가 등장하는 동화 한편. 보통 동화속 늑대란 연약한 주인공 동물들을 괴롭히는 절대 악이다.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라든가... 늑대는 아무 죄없는 아기 염소들을 잡아 먹고 엄마 염소에게 복수의 대상이 되지 않던가. <폭풍우 치는 밤에>의 세계에서 역시 늑대는 염소를 잡아먹는 공포의 대상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어린 염소 메이가 늑대의 습격으로 엄마를 잃는 장면이 무시무시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예쁘고 연약한 염소와 대비되는 거칠고 포악한 늑대는 전부 사악한 존재인가? 비록 세상에서 염소고기를 제일 좋아하는 '늑대'지만 우연히 친구가 된 염소와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늑대가 여기 있다. 폭풍우 치는 어느 밤,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허심탄회한 대화로 친구가 되어버린 염소 메이와 늑대 가브. 늑대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간이 배밖에 나온 염소도 대단하지만, '먹이'인 염소를 친구로 대하려고 애쓰는 늑대에게서 정말 무한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비록 다른 늑대 무리들은 여전히 악당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긴 하지만, 그만큼 서로 상극인 두 존재가 서로에 대한 편견 없이 순수하게 우정을 지키는 모습은 더욱 부각된다. 어찌 보면 가브는 동화속 늑대 이미지 개선의 선봉에 서 있다고나 할까. 그가 겪는 그 처절한 시련도 모두 선구자가 겪어야 할 길인지도... 또 그래서 더 찡한 것이고...  

 

 늑대개 (1991)
이번엔 완전히 친근한 존재로서의 늑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들. 인간의 누구보다 가까운 동물 친구라면 뭐니뭐니 해도 개가 최고. 그리고 늑대와 개는 친척지간 아니겠는가. 늑대를 길들인 게 개의 시초가 되었다는 말도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충성스럽거나 사랑스러운 개에 대한 영화들이 많은데, 크게 보면 1991년 영화 <늑대개>도 그런 부류에 넣을 수 있겠다. 제목 때문에 늑대의 피가 섞인 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영화의 주인공은 순수하게 '늑대'이며 새끼 때 한 소년에게 구해진 이후 소년의 둘도 없는 충직한 친구가 되어 여러가지 모험을 겪어나가는 이야기이다.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어린 시절에조차 꽤 감동적으로 보았던 추억의 영화로, 아마 그래서 더 늑대에 대한 이미지가 좋게 남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울프스 레인 (2003)
마지막으로, 이것은 영화는 아니지만 '늑대'에 관한 이미지 변용 중 최고봉이라고 생각하여 덧붙이는 애니메이션 작품.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함이 가득한 세계. 늑대는 이제는 사라진 동물이지만, 사실 그들은 인간들 속에 숨어 살아가도 있다. 환영처럼 인간의 모습을 하고... 그리고 달의 꽃과 함께 낙원을 찾아가는 그들의 여정... 달을 향해 고독한 울음을 내지르는 고고한 늑대의 이미지를 기가 막히게 살려내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한편의 환타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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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고 - R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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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만으로도 매력만점의 조니뎁이 연기하는 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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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 Black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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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포트만이 아니면 누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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