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말들 - 현재를 담아 미래를 비추는 거울 문장 시리즈
오수경 지음 / 유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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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는 드라마에서도 요령있게 한마디를 건져내고, 명작이다 싶은 작품에서도 검소하게 한마디를 추려내서 그 극중에 반영된 한국 사회를 읽어낸다. 과거와 현실과 바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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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 삶의 완성으로서의 좋은 죽음을 말하는 죽음학 수업
박중철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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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모님과 늦은 시간까지 이전에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했다. 남기시는 것들부터 연명치료에 대한 생각, 장례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미 결정하신 것들도 있고 아직 미처 생각 못하신 것들도 있지만 일단 화두를 던지고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지난 세월 검소한 삶을 사셨던 분들이라 크게 남기실 것도 욕심내서 물려달라 것도 없으니 별로 복잡할 것도 불편할 것도 없지만 분의 의사를 우리가 짐작하지 않고 확실히 알고 싶기에 여쭈어 보았다. 자식에게 독립할 시기를 묻는 것만큼이나 부모님께 떠날 준비가 되셨는지 여쭙는 것은 어색하더라


어색한 대화를 시작하게 도와준 책이 바로 호스피스 의사 박중철이 쓴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덕분이다. 저자가 페이스북에 쓰는 에세이는 그의 일터인 호스피스 현장에서 겪은 일화를 무척 잔잔하게 기록한 일기 같았다. 그가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나는 그런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올 법한 에피소드가 가득한 에세이집으로 생각하고 부모님께 한 권 보내드리며 심심하실 때 읽어보시라 말씀드렸다. 


막상 내가 이 책을 받아 펼쳐 읽으면서 내 예상은 매우 빗나갔으며 내심 부모님께 권한 것이 좀 실수였다 싶었다. “인간극장”을 예상했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 한국인의 죽음편”이었던 것이다. 저자가 학교에서 관련된 내용으로 강의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실제 책 내용을 보니 흔히 경험하는 병원 에세이가 아니라 본격 인문학책이다. 첫인상의 반전은 책을 읽어가면서 바로 잊혀졌다. 병원에 위치한 장례식장을 익숙하게 경험했지만 장례식장까지 오기 직전의 그 병원의 의료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고서로 읽은 것 같다. 최첨단 의료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아니라 죽지 못하게 하는 기술로 변한다면 그것이 인간에게 필요한 “의료”인지 묻는다. 새삼스럽기까지 한 사실이지만 그 의료라는 제도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하는 숙명인가 했었다. 저자는 분명 다른 대안이 있고, 모두가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삶을 매듭짓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물과 영양공급 의무조항같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조항은 속히 삭제되길 바란다. 


괜한 심려를 끼쳐드린 것 아닌가 염려했는데 어머니께서 먼저 말을 꺼내셨다. 당신께서는 이 책에서 나온 몇몇 분들처럼 연명치료를 거부하신다고 말이다. 이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당연히 두 분 모두 이미 죽음을 준비하고 계셨단다. 내가 당부드렸다. 이제 두 분이 어떻게 준비하시고 계신지 우리들과 이야기 하실 때가 왔으니 함께 이야기 하자고 말이다. 


이렇게 나는 부모님과 작별 인사 The Long Goodbye 이제 시작한 셈이다.

떠나시는 날 진짜 마지막으로 “안녕히 주무세요.”를 말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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