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분 세계사 - 매일 한 단어로 대화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
김동섭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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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영어단어들의 어원을 찾고

그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들도 함께 소개해주는 컨셉이 신선했다.


특히 영어의 변천이 영국이 겪은 외침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과

영어 어휘의 절반이상이 침략자들의 언어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

놀라웠는데, 비단 영어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스페인어에도 침략자 로마인들의

언어였던 라틴어가 상당히 남아 있다는 대목에선 우리말의 역사가

자연스레 떠오르게 돼 비교하면서 읽게 되었다.


현재 한국어의 어휘 중 한자말로 된 게 70%에 이른다고 한다.

거기다 지금은 많이 순화됐지만 약 반세기에 걸쳤던 일제식민지의 흔적들이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있는 실정이다.


외래문화의 영향으로 우리말이 상당부분 사라진 점은 아쉽지만, 

이 책을 보고나니 굳이 그렇게 수치스러워해야할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화는 끊임없이 이동하며 섞인다. 크게는 각 민족단위에서 부터

작게는 한 민족 내의 계층간에도 늘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한자어가 우리말 고유의 어휘를 상당부분 대치한 것 역시

하나는 한자어가 지배계층이 향유하는 고급문화로 시작되어 점차 일반

대중의 일상어휘에까지 스며들게 된 결과이고

또 하나는 근대문물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근대지식을 함양하고 있는 어휘들이

함께 이식된 결과이다. (일본학자들에 의해 한자로 번역된 어휘들)


문명의 태동기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동북아시아에서 문화강국으로서 중국이

차지했던 영향력을 생각하면 라틴어가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전 유럽에 뿌리를

내린 것 처럼.한국어에 중국어휘가 들어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말을 기록할 고유의 문자체계를 갖지도 못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우리어휘 안의 외래어가 마치 몸 안의 바이러스인 양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보도해온 언론의 입장을 너무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려말 원간섭기에 몽고의 어휘가 우리말에 들어오면서 동시에

우리말도 몽고에 들어간 사례를 국사시간에 보고 흥미로웠던 점이 생각난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 명나라시절 귀족 여성들에겐 한복이 큰 유행을 끌어

너도나도 한복스타일로 입고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는 몇년째 한류에 뿌듯해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음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10년 넘게 쏟아붓고 있고

예전엔 '떡실신'시리즈라 해서 외국인들이 한국문화 중 놀라워하고 감탄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소개하는 글들이 인터넷에서 각광받기도 했다.

(지금도 외국인들이 한국문화를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보람차하면서

우리가 외래문화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마치 침략이라도 받는 것인양

호들갑을 떨 게 있을까?


우리 말 어휘 중 외래어가 압도적인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를 외래문화 vs 민족문화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또하나의

민족주의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문화교류의 결과였다고 인정하고, 대신 비율이 너무 높으니 우리말의

비중을 좀 더 늘려 균형을 맞추자는 식으로 방향성을 잡아가는 게

21세기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적절한 마인드가 아닐까 한다.



나도모르게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써내려갔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이 책에서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프랑스,스페인 등 영어 외의 외국어 어휘들의 발음이

전혀 표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스펠링만으로도 영어와 프랑스어, 라틴어, 스페인어가 어원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어휘는 발음이 함께 어우러져야

더 머리에 오래 남고 인상도 길게 남는 법인 점을 생각하면 참 아쉽다.


그랜드-그랑데 처럼 같은 스펠링이지만 발음이 다른 것들을

발음기호로도 설명해줬다면 읽는 사람도 따라읽으면서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단어들을 주제별로 묶은 구성은 좋았지만

책 서장에 로마제국의 확장과 영국이 겪은 침략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해주었으면 어떨까 싶다.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이 스페인과 프랑스는 몇년도에 정복당해 몇년이나 로마의

지배하에 있었는지, 그리고 영국은 몇년도에 어느 민족에게 침략당했고 몇년이나

지배를 받았는지 정도만 지도와 연혁으로 표기해줬다면 이 후 시작되는 본문을

읽을때 훨씬 편했을 것 같다.

단어들을 주제별로 묶다 보니 이런 배경지식들이 책 곳곳에 흩어져 있어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영어공부에 열심인 사람들을 위해 책 맨 뒤에

영어 속에 남아있는 프랑스어휘들을 표로 만들어줬으면 소장가치가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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