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대화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스릴러 소설도 아니고 연애 소설도 아닌데

얼마 안되는 나의 집중력을 끌어모아주는 소설을 만났다.

 

길을 가다가 도를 아십니까 사람들이 여자들을 만났을 때 대부분 던지는 말이 '겉보기와 달리 여리네' 또는 '생각이 많네'라는 말이 많은데

아마 대부분의 여자 사람들이 스스로를 생각할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특히 스스로의 10대와 20대를 돌아보면서 난 감정이 무뎠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아마 10대는 좀 덜익은 감정들의 서투른 시작이라면

20대는 섬세한 감정들의 향연인것 같다.

 

한 명쯤은 있는 주위에 예쁘고 부유하고 또는 귀티나고 지적인 그래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친구. 그 친구가 나와 친하다면, 나도 그 친구를 사랑하고 그 친구도 나를 사랑하는 둘도 없는 베프이지만 그녀 옆에서 때때로 느껴지는 상실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일듯.

대학때도 사회생활 할 때도 친한 사람들이 참 예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선배는 술자리에 항상 나를 부르며 친구들좀 데리고 오라했었지)

내가 예쁜 사람을 좋아하나보다. 외모도 예쁘지만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운 마음씨의 그녀들은 항상 주위에 사람들이 모였고 챙김을 받았다.

질투 또는 스스로에게 그러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도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프랜시스도 그러했다.

한 때는 애인이고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인 보비는 항상 빛난다.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한다.

둘이 함께 알게된 매력적인 작가 멀리사 또한 보비를 좋아한다.

객관적으로 프랜시스가 작가니 어쩌면 멀리사와 더 잘 통할텐데 말이지.

 

멀리사가 나보다 보비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두 사람의 관심을 받으려고 나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서 두사람의 새로운 우정에 다가갈 방법은 알지 못했다. 나는 우리 둘 다 작가였으니 멀리사가 나에게 관심을 갖기를 바랐었지만 그녀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고 나 역시 멀리사가 좋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는 멀리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가 없었다.(35쪽)

 

음 어떻게 보면 책 소개와 같이 프랜시스가 보비와 멀리사와의 관계에 소외를 느껴 멀리사의 남편인 닉을 만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프랜시스의 처음 의도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닉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 닉도 느꼈을 감정을 진짜가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아쉬운 부분이기도하다.

닉이 마치 프랜시스의 도움으로 생기를 되찾고 회복되는 것처럼 그려졌는데 이 부분은 너무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프랜시스가 닉과 만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감정들은

아마 20대의 치열한 열애감정을 느꼈던 30대 이후들이 공감할만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아마 상대가 유부남이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우리가 남자를 잘 모르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괜히 사랑이 아닌척 해보고,

우리의 관계는 일시적인 것이라 먼저 선포도 하고

선도 먼저 그어보고

내가 더 사랑하는 것이 불안해 질투해보고

그러다가 나를 필요로한다는 상대의 말에 녹아도보고

상대방의 인정에 마음이 놓이기도 하는

그런 어쩌면 부끄럽기도하고 어쩌면 귀여운 20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21살의 아일랜드에 사는 프랜시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때문일 것 같다.

 

결말은 아직 다듬어 지지 않은 듯 하지만

읽는 이들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듯 하다.

 

관계를 규정짓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친구와 애인과 동경의 대상 사이에 치열하게 느끼는 20대의 감정을 잘 표현한 이야기 인 것 같다.

 

프랜시스의 감정이 위주이지만 사색이 어렵지 않아 쉽게 읽히고

모든 상황과 감정이 이질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소설로,

지난 나의 20대를 괜히 자꾸 떠올려 보게 되었다.

 

20대를 감정적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또 그런 20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로 완전 추천하고 싶다.

 

#아일랜드 소설이지만 이렇게 흡수가 잘 되는 것은 아마 번연의 유려함도 있을 듯하다. 열린책들이 좋은 이유는 번역이 참 매끄럽다는 것!
아쉬움이 있다면 제목이 영 와닿지는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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