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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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한국사와 세계사는 내게 그저 시험을 치르기 위해 연표와 왕의 업적을 외우는 재미없는 과목에 불과했다.그랬던 나를 변화시켜준 이가 있었으니. 
한국사와 세계사, 인문고전까지 그의 입을 거치면책속에 갇혀있던 지식들이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가 되어 내 삶으로 들어왔다.

바로 언어의 연금술사 설민석. .
그보다 역사 지식이 해박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전달하는 능력은 내 기준으로 그가 최고가 아닐까 싶다. 설민석님 덕분에 데미안부터 사피엔스, 그리고 그리스로마신화까지 다시 읽어보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설쌤이 소설을 썼다기에 "오잉?"했는데, 심지어 요괴 판타지 소설이다. 요괴소설류를  선호하지 않기에 찾아 읽지는 않는 편인데, 설민석님 첫 장편이라기에 기대와 약간의 우려를 안고 읽어보았다. 소설은 설쌤과 웹소설 작가 원더스가 공동집필했다.



이야기는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날 밤 왕은 국운을 예언하는 괴이한 꿈을 꾼다. 다음날 행차도중 죽은 아비가 요괴가 되었다면서 아비의 천도를 도와달라는 어린 아이 '벼리'를 만나게 된다. 평소같았으면 어림없는 일이었지만, 지난 밤 꿈이 예사롭지 않았기에 아이를 궁으로 데려오는 정조. 그리고 어머니 홍씨가 정조에게 그간 숨겨온 사도세자의 서신을 조심스레 꺼내보인다. 


🖌산아, 혹여 네게도 사특한 것이 보이고 들리거든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이 아비가 네 곁을 지키며 혼을 다하여 도와주마. 그리하여 산 백성뿐 아니라 죽은 백성까지 보듬는 희세의 성군이 되기를, 이 아비가 바라고 또 바란다.​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 , 망자천도(亡者遷度)​


한 나라의 백성들을 잘 보살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런데 죽은 자들의 억울한 사연까지 풀어준다니.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괴이한 꿈에서 '우리'를 찾으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벼리와 같은 특출난 능력을 지닌 이들을 수소문해 팀을 꾸리는 정조. 이름하여 '요괴어사대'가 탄생하게 된다.


"너희는 요사스럽고 괴이한 일을 살피는 어사가 되어 원한의 굴레에 빠진 이들을 구하라"



그렇게 하여 죽은이를 보는 아이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는 보는 기생출신의 무령, 지옥에서 온 신수 해치가 한곳에 모이게 되고. 그들은 7년간의 수련을 마치고 첫 임무를 시작하게 되는데...



양반집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장애를 지녔다는 이유로 모진 멸시와 이용만 당하다 죽은 반쪽이, 물살에 떠내려가는 막내동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처녀귀신과 평생 일만하다 사고로 죽은 총각 귀신이 짝을 이루는 이야기, 양반에게 협박받다 살해당하는 기생이야기가 담겨있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 남과 여가 유별하고 양반과 상놈의 계급이 분명했던 만큼 소외당한 이들의 억울한 사연이야 오죽할까. 

​저자는 멸시당하고 억울한 사연을 지닌 백성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요괴어사를 통해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다. 오랜만에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만나니 속까지 후련해지는 기분이다. 500년이 지났지만 돈과 권력앞에 애꿎게 희생당하는 억울한 민초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서글픔도 느끼며.


역사 소설 판타지답게 정약용같은 실제 인물과 설화로 익숙한 처녀귀신, 홍련등이 등장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고전소설의 멋을 살려주는 맛깔난 문장들이 어우려져 완성도를 높여준다.



특히 기구한 사연을 지닌 무령에게 마음이 쏠리며 집중해 읽어나갔는데..
두둥...이 책은 완결판이 아니었다. 이럴수가!!
2편은 언제 나오는건지ㅠㅠ

설민석쌤팬이라면, 그리고 역사나 소설 덕후라면 새로운 매력의 요괴어사 추천해봅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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