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시대 - 하얼빈의 총성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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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려다 엉뚱한 일본인을 죽였다. 그렇다면 나는 독립 의병인가, 살인자인가"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든 두 줄이다. 이우작가의 책은 처음 접한다. 그것도 희곡의 형태로 쓰인 독립 의병에 관한 소설로. 



책의 도입 부분에서 매국노 이완용을 처단하러갔던 정의태는 총을 겨누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다. 이완용이 부인, 자식과 함께 있었던 것이 그 이유다. 무고한 아이와 아내에게 비극을 안겨줄 수 없어 그냥 돌아온 의태의 성정이 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의병이 되기 전 사제의 길을 걸으려 했던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동료인 형두는 거세게 그를 비난한다. 


형두: 너는 방아쇠를 남겼어야 했어! 알잖아. 대의를 위해서는 희생도 필요한 법이야.

의태: 하지만 아무리 대의라고 하더라도 눈 앞에 보이는 순수한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야. 정의에도 분명 선이라는 게 있다고.
이 세상 그 누구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명분이나 권리를 갖고 있지  않아.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위해 하얼빈으로 홀로향하는 의태. 하지만 이토 히로부미가 온다는 소식은 오보였다.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형두가 급하게 하얼빈으로 향하지만 의태가 이미 방아쇠를 당겨버린 뒤다. 누구보다 정의를 중요시 여기는 의태는 엉뚱한 두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지고 만다. 과연 의태는 의병의 이름으로 "정의"를 행한 것일까,  아니면 실수로  "살인"을 한 것일까.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의태에게 동료 형두는 사망자들이 우리나라 수탈에 앞장섰던  일본인 "고위관료"이므로 죽어 마땅한 이들임을 계속 주지시킨다. 의병들의 활동을 세계 언론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일본은 의태를 그저 개인의 살인으로 위장시키려 갖은 회유를 한다. 


노름판에서 싸움을 하다 홧김을 살인을 저지른 죄수, 천주교도인 사망자의 아내, 미리엘 신부까지 모두 의태에게 "정의"가 아니라 "범죄"였을뿐이라고 말한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목숨과 맞바꾼  독립투사로서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의태의 운명은...



이책은 2016년 모로코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초기의 제목은<하얼빈의 총성>이었고. 묵혀두다가 희곡형식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김훈 작가의 <하얼빈>이 먼저 출간되는 바람에, 제목을 변경하게 되었다고한다.


의병역시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일이다. 저자는 정의태라는 인물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지,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물음을 던져준다.  정의를 위해 행해진 불가피한 희생은 마땅한 것일까. 위대한 독립투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희곡 형식으로 섬세하게 그려내어 몰입하게 만든다. 연극 무대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정의의 시대>를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파괴해도 허용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거야.(160)





#정의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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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사가들 #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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