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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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를 좋아해요."
후배 나루세에게서 받은 고백.
당연히 거절하려 했지만 나도 모르는 새 이런 말을 내뱉고 말았다.
"사귀어도 되지만 조건이 있어.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것.  지킬 수 있어?"


사귀어도 좋지만 정말로 좋아하지 말라니?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생각하며 읽어나갔다. 첫사랑! 이런 느낌이 이제는 좀 아득하게 느껴져서 과연 이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있을까 의구심을 품은 채.


와타야는 자신의 첫사랑 가미야도루를 닮은 후배와 그렇게 연애놀이를 시작한다.  
다정한 남자를 싫어하고, 집안일 잘하는 사람도, 요리를 잘하는 사람도 싫다는 그녀. 도루는 그렇게나 다정하고 섬세하고 따스한 사람이다. 하지만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이다.  그녀의 절친인 히노 마오리의 남자친구니까.. 그녀는 첫사랑을 잊으려 발버둥치지만 그럴수록 기억이 선명해져 괴로워하고, 그런 그녀에게 도루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후배 나루세.


밤에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사라지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히노 마오리를 자신보다 더 사랑한 도루.  그렇게 순수하고 아름답고 안타까운 세 사람의 이야기는 그려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 해주고 싶어. 
아니 해준다는 건 오만한 말이네. 하고 싶어. 
히노가 기뻐 할 일이면 뭐든 하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p76)



친구의 연인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숨기려 꾹꾹 눌러담는 이즈미의 애절한 마음이 잘 묘사된 작품이다. 눈물까지 주르르 흐르진 않았지만 등장인물들의 사랑과 이별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저릿했다.  작가가 이별의 애닳음에만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인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과하지 않게, 아름답게 잘 묘사해서 더 좋았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겪었던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 냉담한 사람. 그게 나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나는 달랐다. 그 사람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기뻐서 견딜 수 없다. 그런 마음이 드러나듯이 따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절친인 마오리와 함께 찍혔을 때의 나와는 다르다. 나 자신도 본 적 없는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p174)




책 후반에 등장하는 도루의 누나를 그냥 누나라고 번역해서 읽는 도중 잠시 혼동이 왔다. 어느 인친님의 지적도 있었는데,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다.
사랑과 이별의 아픔으로 힘들어하는 분들, 사랑소설 매니아분들께, 그리고 이 가을 감성적인 소설이 필요한 분들께 추쳔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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