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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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우리의 짦은 생 안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한 줌의 지혜와 희망을 얻기 위해, 역사를 돌아보기로 했다. " -(p18)



 BBC 다큐멘터리 진행자이자 고고학자인 저자가 세계를 누비면서 발굴한 숨겨진 유물과 유적을 소개한다.  단 그 유물이 어떤 역사적 가치가 있는가에 촛점을 맞추지 않고, 그 유물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어 우리에게 따스하게 전해준다.  그렇기에 이 책은 고고학자가 쓴 역사서가 아니라 에세이라 할 수 있다. 부제가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인 이유다.  36가지의 유물을 통해 사랑, 죽음, 상실, 기억, 집등 우리가 기억하고 되살려야 할 것들에 대해 조곤조곤 들려준다.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수십년 사이에 과학자들은 엄청난 기술 발전을 이룩하여 수십억 인류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과연 우리는 정말  몇억년 전 살던 그들보다 진보한 삶을 살고 있는게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수십만년전  지구에 살았던 인류들의 삶은 우리보다  훨씬 모질고 험난했다.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맹수들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사랑과 돌봄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태고적 유물들을 통해 들려준다.



선천적인 장애와 한쪽 눈마저 멀었던 동료를 보살피고, 그가 죽자 꽃을 바치며 애도했던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을 보며,  5만년전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따스한 돌봄과 연대와 사랑이 있었음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사랑은 오래되었고, 우리의 전유물도 아니다.  우리보다 수 10만년 앞서 지구상에 등장한 인류는 삶과 죽음의 자리에서 동료를 보살폈다. 어쩌면 언어보다 먼저 사랑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의 감정들은 우리가 새로 익힌 것이 아니라 상상하기 힘들 만큼 척박한 세상에서 근근히 살아가던 우리의 선조가 남겨준 유산이다.(P44)


지구는 45억살이고 우주의 나이는 이보다 3배 더 많다.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동안 이 땅에 주인공으로 존재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다. 지금까지 살았던 동물과 식물 중 90%가 절멸했다.  지난 200년간 우리 인간은  마치 지구의 주인인것처럼 너무 많은 것을 훼손시켰다.  지구 한쪽에선 홍수가, 다른 한 쪽에서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그리고 산불이 지속되고 있다.이 상태로 계속 살아간다면 우리 또한 200년 안에 절멸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살고, 이름을 부여하고, 목숨 걸고 지키며 이방인을 내쫓으려 하는 이 곳에 ,우리는 아주 잠시 머물 뿐이다. 우리가 속한 종,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호모 에렉투스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지구의 주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집문서도 없는 세입자에 불과하다.(P121)






수십만년 전 유적에 새겨진 그들의 감정을 읽어내며,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근본적 가치들을 일깨워주는 저자의 통찰력과 인문학적 사유에 감탄하는 시간이었다.  유물하면 위대한 문명정도만 생각했었는데, 지금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 깊숙한 곳에서 수만년전 어떤 인류가 그들의 삶을 살았고, 그 시간들이 지금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니 사못 겸손해지고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다큐가 아닌 400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고고학을 만나는 건 처음이기에 살짝 부담감을 안고 읽어나갔다. 하지만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근래 내가 만난 책 중에 가장 좋았고, 읽어보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 최근에서야 우리는 행동과 몸짓, 오고 가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우리에게 단어와 이야기는 필수적이지만 때로 행동은 우리가 말하는 어떤 이야기들보다 더 중요하다. (P298)



좋은 책 읽을 기회를 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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