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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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은 학교와 관련된 괴담 하나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학교 시계의 시침, 분침이 밤이면 거꾸로 돈다던가 책을 읽는 동상이 밤이 되면 책을 덮고 일어나 학교를 돌아다닌다던가 하는 것들과 학교 부지가 공동묘지를 밀고 지어져 밤이면 원한이 깊은 귀신들이 나와 학교를 돌아다녀 밤 늦게까지 학교에 있는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이야기 등.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 이런 오싹한 괴담 이야기는 한 번 시작하면 너도 나도 "야 그 애기 들어봤어?"하며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에 약간의 msg를 첨가해 릴레이 경주처럼 이어진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을 보며 학교의 괴담들이 떠오른 건, 주인공들이 재학중인 풍영중학교에도 '종이학 귀신'이라는 괴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움직이는 동상도 아니고 종이학 귀신이라니. 종이학 귀신은 말 그대로 종이학을 접어달라고 요구하는 귀신이다. 주인공 세연도 종이학 귀신을 만나 종이학을 접어주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풍영중학교의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의 부원은 세연, 모모, 소라 세 명이 전부인 소규모 클럽으로, 원래는 도서부였으나 종이접기를 좋아해 종이접기도 하게 되었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부원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일심상조불언증(한 마음으로 말이 없는 가운데 서로 비추고 있다)'라는 뜻의 문구는 도서부가 생겼을 때부터 내려오는 문구다. 이 문구가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여 책을 읽다보면 수시로 등장하기도 한다.
세 명의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부원들이 종이를 접다가 마주치는 상황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학교의 괴담과 얽힌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며 이들은 타임슬입을 하게 된다. 그것도 과거의 풍영중학교로. 과거의 내 모교를 본다는 것도 놀라운데 무려 일제강점기 당시의 학교에 도착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아쉬웠던 점은 주인공이 자신의 생각이나 설명을 서술하는 부분이 호흡이 길거나 흐름을 끊고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 몰입이 자주 깨졌다. 또, 하나의 소설 안에 여러 요소가 들어가 약간 산만한 감도 없지 않았다. 도서부 종이접기 친구들을 따라 괴담을 쫓아 시간여행을 하는 것으로도 벅찬데, 그 시간여행이 일제강점기와 관련되어 마치 작은 시냇물을 따라가다 갑자기 큰 한강을 만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하나다. 10대 친구들의 진한 우정을 보고 있노라면 사는 것이 바빠 잊고 살던 학창시절 친구들 얼굴이 떠오른다. 세연, 모모, 소라 세 친구가 서로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모습을 보며 내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되돌아보게 된더. 이 시기는 친구 관계에 예민해서 곧잘 서운해지고, 그러다 멀어지게 되는 경우도 잦은데 이 세 명의 친구들은 서로를 향한 무한한 신의를 보여주며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그때그때 표현해 서운해하지 않는다. 왜 이번 소설Y클럽 미션 중 학교 도서부 소개하기가 있는지 알 것 같은 대목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읽어보기 좋은 청소년 문학을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점점 더 자극적이고 짧은 시간 내에 도파민이 차오르는 것을 선호하는 요즘세대가 이런 따스하고 청량한 청소년 문학 작품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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