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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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학동네 북클럽 티저북 이벤트에 당첨되어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을 먼저 읽어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밝은 밤 티저북 도착 후 설레는 맘으로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느낀 점은 '오늘은 할머니께 전화를 드려야겠다.'였다. 밝은 밤 속 할머니와 나의 관계성이 따스하고 찬란해 괜스레 눈물이 나왔다. 나와 할머니의 관계가 현실이 나와 할머니의 관계와 비슷해 더 마음이 가고 자연스럽게 나를 대입하여 책 속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항상 할머니라고 외쳤었다. 시골에 가는 날이면 아침잠이 많은 내가 벌떡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할 정도였다. 할머니댁에 가는 동안 여러 노래를 부르며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우리가 오는 날엔 민물새우를 사다가 찌개를 끓여주시고, 갈치를 사다가 구워주시기도 했다. 식사 후 다들 휴식을 취할 때 조용히 나를 불러다가 옷장 속에 숨겨두었던 알사탕이나 젤리, 시장에 갔다가 손녀가 생각나 사둔 양말과 잠옷 등을 몰래 주셨는데 나는 그 시간이 할머니와 나만의 비밀을 만드는 소중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할머니와 친했는데, 아빠가 돌아가신 후 자연스럽게 왕래가 줄어들며 1년이 흐르고, 5년이 흐르고 어느덧 17년이 흘러 할머니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가끔 할머니가 생각나는 날에는 익숙한 할머니댁 번호를 눌러볼까 하다가도 긴 시간의 공백이 주는 어색함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밝은 밤을 보며 나와 할머니가 만나는 그 순간이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우리 할머니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직도 옷장에 다 커버린 손녀를 위한 전해주지 못할 선물을 하나, 둘 모아두고 계실까, 항상 무릎이 아프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괜찮으실까...밝은밥에서 내가 용기를 내어 할머니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겼다. 오늘은 꼭 할머니께 전화를 걸어 그동안 못다 나눈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소중한 책을 만난 덕분에 소중한 인연을 다시 이어가게 되어 감사하다.

할머니는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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