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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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의 『젊음의 나라』는 제목과 내용 사이의 간극이 먼저 느껴지는 작품이다. ‘젊음’이라는 단어가 환기하는 활력과 가능성의 이미지와 달리, 소설 속 세계는 오히려 ‘노인의 나라’에 더 가까운 분위기를 풍긴다. 만약 이미 No Country for Old Men이라는 제목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노인의 나라’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작품은 AI를 통한 미래 예측, 이민자 문제, 노인 혐오, 청년 실업, 세대 갈등 등 동시대의 첨예한 이슈들을 한꺼번에 다룬다. 문제의식은 분명하고 야심차다. 그러나 다양한 쟁점이 병렬적으로 제시되다 보니 각각의 갈등이 충분히 깊어지기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인상을 준다. 그 결과 서사는 속도감은 있으나 촘촘함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세대 갈등을 경제적 기여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지점에서 설득력이 약해진다. 아이가 태어나면 소비를 통해 경제에 기여하지만, 노인은 돈을 벌지도, 쓰지도 않는 존재처럼 그려지는 암묵적 전제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노인이 되면 병원, 약국, 건강관리, 미용, 성형,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가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지출이 아니라 의료 산업, 요양 산업, 서비스 노동 시장을 지탱하는 경제 활동이기도 하다. 노인은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소비의 측면에서도 결코 ‘비기여적 존재’라 말할 수 없다.

또한 부의 격차 문제 역시 단순히 ‘세금이 많이 쓰인다’는 차원으로 환원되기 어렵다. 현실에서는 돈이 많은 노인은 더 좋은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렇지 못한 노인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다. 이는 세대 간 갈등의 문제라기보다 계층 간 불평등의 문제에 가깝다. 

청년들이 노인 시설 ‘유닛’을 폭파하는 설정 또한 극적 긴장을 위한 장치로 보이지만,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감정적 충돌로 치환한 인상을 준다. 마치 연애의 불타는 감정을 결혼 생활 내내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현실의 다층적인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한 대립 구도로 밀어 넣은 느낌이다.

작가는 말미에서 “작가의 힘듦을 눈치채지 못하기를, 모든 페이지가 물 흐르듯 쉬어 넘어가기를 바랐다”고 밝힌다. 그러나 독자는 그 고민의 무게를 충분히 감지하게 된다. 문장은 빠르게 읽히지만, 설정의 전제에서 자주 멈추게 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지루하지 않다. 이모의 이야기를 후반부에 배치해 궁금증을 유도하는 구성은 효과적이다. 특히 민아 이모가 마치 ‘시카모어’를 만든 카밀리아 레드너인 듯 암시되는 장치는 서사의 긴장을 높인다.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드는 힘, 그 서사적 흡인력은 분명 이 작품의 장점이다.

결국 『젊음의 나라』는 완결된 해답을 제시하는 소설이라기보다는, 동시대의 불안과 갈등을 한꺼번에 끌어안으려 한 문제작에 가깝다. 다만 세대 문제를 경제적 기여도의 단순 비교로 환원하는 순간, 현실의 복잡성과 어긋나며 설득력이 흔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질문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완벽하지 않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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