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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비밀 하나 ㅣ 파란 이야기 7
황선미 지음, 김정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평점 :
표지에 그려진 어린 꼬마가 주인공이겠다 싶었다. 밝고 똑똑해 보여서 또래친구사이의 일에 대한 이야기라고 짐작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자물쇠로 단단히 걸어 잠근 대문의 모습에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열 한 살짜리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찰랑 대는 여자아이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봄인이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다. 마치 여자아이가 내 옆에 앉아 쨍쨍대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것을 어른의 시각으로 이해하니 주인공을 향한 짠한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머리카락이 찰랑찰랑 대는 당당하고 똑 부러지는 여자아이의 모습에 그 아이의 집안사정에 대해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부모님은 아프리카의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러 떠나셔서 함께 살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어른인 삼촌을 따라가면서도, 같이 살면서도 무시한다. 아직까지도 당당하다.
길고 검은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주인공 여자아이의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매개체와도 같다. 교감선생님이었던 할머니의 꼼꼼함으로 긴 머리카락을 유지하며 나름 잘 지내고 있었는데 삼촌을 따라가면서 긴 머리카락은 단발로 뚝 잘렸다. 여자들의 심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의 가장 흔한 방법이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것인데, 봄인이는 원해서 자른 것은 아니었다. 아직 어렸으니까. 강하지만 기존의 삶의 방식을 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에 대해 자신이 부정하고 있는 것 조차모르고 있는 아직 어린아이임을 상기시킨다.
돈, 할아버지, 쥐 때문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려고 작전을 짜는 아이.
이야기의 전개에 중요한 매개체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빠른 전개로 금방 읽어낼 수 있었다. 친구와의 문제는 아주 잘 해결해 나간 멋진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므로 맘 졸일 필요는 없었다. 누구나 비밀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지만 봄인이처럼 당당하고 그 비밀과 마주볼 수 있는 용기가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