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정글 1
캔디스 부쉬넬 지음, 서남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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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아닌  미드를  통해서  립스틱 정글을  먼저 접했었다. 케이블  채널에서  우연히  접하고는 재밌게 첫 시즌을 시청한 기억이 난다.  뉴욕에 사는 세 명의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라는 진부한 클리셰를 감각적으로 재치있게 풀어간 내용에 한동안 푹 빠져 역시  캔다스 부쉬넬은 감각적인 칙릿 작가라고 추켜 세웠었는데 책은 사실 드라마 만큼의 재미는 없다. 드라마도 회를 거듭할 수록  살짝 쳐지기 시작하더니  한참 후의 시즌에선 좀 유치하다 못해 눈살 찌푸리는 빅토리 포드의 허무맹랑한 패션쇼 장면을 보고는  드라마도 그만 보기를 결심하게 됐다는.... 

무명에서 일류 패션디자이너로 성공한 빅토리 포드는 억만장자사업가 린 베넷과 툭탁거리며 연애하는 와중에 자신의 일도 착착 진행시켜 나가고 

<본파이어>잡지 50년 역사상 최연소 편집장이 된 니코 오닐리는 섬세한고 자상한 남편과 그녀만큼 당차고 똑똑한 딸, 덤으로 매력적이고 섹시한 어린 모델 애인까지 둔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이지적이고 냉철한 여성이고 

오스카  상을  휩쓴  능력있는 영화제작자  웬디 힐리는 일에서는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무능하고 이기적인 나르시시즘적 환상에 젖어사는 남편으로 위기일발의 가정으로 삶의 불협화음을 겪는다. 

독서를 한다는 행위에는 당시 나의 상황이나 심정이 많이  반영된다.책의 선택부터  읽고난 느낌까지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기에   연령대라든가  당시  나를  사로잡고  있는 생각이나  골몰하는 문제등에서  완전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십대나  이십대  초반이었더라면 꽤나 재밌게 읽고  그닥  나쁠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그녀들의 멋진 삶은 누구나 한번쯤은  망상으로라도 꿈꾸어 봤을테니까/ 혹은 소원으로  품을 수도 있기까지)  확실히  인생은 경험과 시간으로 인해 순수와 낭만을  제거하게  되고  왠만한  일에는 기대를 품게 하기보다는 체념이나  냉소를 퍼붓는 쪽으로  사람을  바꿔놓는다. 성정은  변치 않을지라도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취향과  반응은 나같은 경우  "비뚤아질테야" 쪽으로  점점  위악을 부리게 된다. 

어쨌든 킬링타임용으론  막장 드라마보는 것보다야 낫고 이렇게  바쁜 세상에 킬링 타임이 웬말이냐고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별 말을 지껄이네  하는 분들은 굳이 읽으실 필요는 없을 듯 하다.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드라마의 캐스팅은 정말 잘 했다는거, 특히 니코 오닐리 역을 맡았던 배우는 책속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뽐내며 읽는 내내 계속 그녀 얼굴이 떠올랐다.다른 주인공들도 마찬자지여서 웬디가  나오는장면은 머릿속에  계속 브룩쉴즈가  따라다녔고 빅토리가 나오는 장면은 이름은 모르겠지만 역할을 맡았던 아시아계 혼혈 배우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니코오닐리가 뛰어든 비즈니스 세계는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인데 그런 작동 매커니즘속에서  자신을 현명하게 통제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균형점을 찾아가는 모습은 부럽기도 하다. 건조하고 냉철했던 그녀가 인생의 어느 순간 여지껏 앞만보고 달려온 삶에 헛헛함을 느끼고  유혹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전부를  걸지는 않는다. 삶의 어느 순간 얘기치 않게 찾아오는 기습적 사건에 전부를  건다는건  그만큼 무언가 절박하다는 반증일텐데 립스틱 정글속을  활보하는 그녀들에게  절박함이나  결핍따위의  자의식 찾아가기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그것 또한 핀트 빗나가는 이야기가 될터이니 가징 무난한 설정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미모,돈,멋진일 등 자본이 점령한 현대시대에 필요충분조건이 되다시피 한 저 세가지 욕구의 구현을  완벽에 가깝게   성취한 그녀들에게 한 두번쯤의 일탈은 뭐 책 잡힐 일도 아니다.오히려 개인의 역사를 멋드러지게 장식해줄 화려하고 아찔한  크리스챤 루부탱의 킬힐이나 돌체앤 가바나의 호피 프린트 안감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칙릿소설은 스타일과 화려함 블링블링한 마스크,멋진 의상들이 주인공 만큼이나 중요하기에 드라마나 영화로 만나보는 게 훨씬 더 풍성한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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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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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소설 속 그녀들은 재기발랄하고 영악하고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위악까지 떠는 전략을 구사 할 줄 아는 자본의 시대에 매우 적합한 인물들이다.전작 <낭만적 사랑과 사회>의 그녀들은 매우 충실하게 전략적이었으며 <달콤한 나의 도시>은수는 위악을 떠는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엔 여린맘을 태연히  감출 수 없는 순진 무구함도 간혹 내비쳤었다.<오늘의 거짓말>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자신들이 사는 체제를  완전 흡수 할 수 없지만 그 나름에서 위악과 적당한 연기로 비빔밥 버무리듯 잘 살던 예전의 그녀들과는 좀 다른 양상이다.나이를 먹은 그녀들이  모든게 헛되고 핫되도다를  문신처럼 새긴 듯 체념의 정서가 깔려있다.체제를 전복하거나 정체성을 찾겠답시고 일상을  뒤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세계나 환경을 마냥 긍정하지도 않는다. 

허위와 자기기만임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인간이란 존재의 숙명성을 너무 일찍 간파한 [비밀과외]의  너,애타고 안달나게 만드는 이기적인 의사 애인의 알리바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음모의 공모자가 되는 임상병리사-이 사건을 전환으로 아마도 그녀는 애인과의 관계에서 수직적 위계의 꼭대기 쯤에 위치하게 될지어다.위치이동이 없더라도 그녀는 이제  환상이 거세된채로 애인의 범속함을 마주하게 된다.의사라는 사회적 지위나 안정된 직업이 아니라 왕가위의 화양연화를 문화적 취향으로 세련되게 썰을 푸는 그 모습에 반했다지만  의사의 배경이 분명한 프리미엄으로 그녀에게 알게 모르게 작동했을 거라 짐작한다.온화해 보이는 남편의 성품은 기실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주의로부터 비롯됨을 간파하지만  사랑이 뭐 별다르리라는 착각은 스물 다섯 이전에나 하는 거라며 지금의 잔잔한 호수같은 사랑을 긍정하는 섹스리스부부,.설령 그것이 인공낙원이라 하더라도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 까지는 아니라며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저마다 자위한다. 

안온한 중산층의 삶의 홈을 따라 미끄러지듯 별 탈 없이 살던 그녀들에게 예기치 않은 일상의 균열은  잠시 휘청거리게 하지만 결국에는 아무일 없었던 듯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개중에는 불완전 마침으로 끝을 맺지도 하고(위험한 독신녀,오늘의 거짓말)  튿어진 솔기를 매끄러운 봉합으로 박음질 하는가 하면(어금니,어두워지기전에) 사랑의 숭고와 비루를 동시에 깨달으며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열정이나 낭만이 우습다는 걸 체득한 그녀들은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들이라 공감은 가면서도 당위로서 있어야 할 혹은 우리가 희망하고 기대하는 캐릭터를 만날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존재함으로 인식하게 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캐릭터로 인해 이런 존재를 그려 볼 수 있는 그런 기대나 꿈을 정이현의 소설에서는 기대 할 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도시속 불빛만큼이나 수많은 욕망들이  뒤엉키는 도시적 삶과 그 안에  파편화 되어 있는 개별성을 정밀하게 소묘하는 그녀의 소설은 처음엔 참신하고 발칙해서 재밌게 집어 들 수 있었는데 오늘의 거짓말은 그닥 와닿거나 울림을  주지는 않는다.[위험한 독신녀],[삼풍백화점],[어두워지기전에]는 좋았지만 처음에 나오는 단편 [타인의 고독]은  플롯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진부한 전개와 소재는   독신자들의 아파트 생활 보고서도 아니고 꽤나 심드렁한 반응을 이끌게 했다. 

그외 다른 단편들은 스타일에 끼워맞춘듯 거창한 초반과  무리하게 무난한 결론이 형식과 내용 모두 건질 것이 없는 실망스런 수준의 단편이었다..특히 [빛의제국]과 [오늘의 거짓말]은 읽고나서 감각을 흔들거나 이성을 살짝이라도 터치하는 아무런 감흥을 받을 수 없었다.[그 남자의 리허설]은 의도는 알겠으나(주체가 되지 못한 주변인의 삶은 좀비와 같으며 재능과 시간의 낭비를 부패와 연결 시키려 어느 날 갑자기 '그 남자'에게 하룻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썩은 내가 진동하며 따라다닌다)마지막을 마무리하는 방식이 마뜩치않다. 

문학은 그 장르적 특석상 호불호가 명쾌하게 갈리는 특성이 있다.개인의 취향 나름이지만 오늘의 거짓말은 정이현이라는 작가를 과식하게 만든 느낌을 준다.그건 다음 음식이 나올때 까지를 기대 한다기보다는 당분간은 그만 섭취하고 좀 쉬어도 될 것 같은,충분히 많이 먹었고 그 맛도 비슷비슷해 당분간 새로운 맛을 기대하지 않게 될 거라는 속내를 안타깝지만 솔직히 얘기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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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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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와 그림이 저 책을 손에 넣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다.등을 보인 채 열려진 문을 향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서  껍처럼 하도 씹어대서 고독도 비껴간 듯한 저 둔탁한 뒤태에  나를 투사했는지도 모른다.무었보다  책을 집어넣은 제목이 와락 끌렸었드랬다.내용이야 어떻든  저 표지가 있는 책을  수중에 넣는게 목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분명히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대책없이  책을 사들이는  그릇된 애서가인 나는  저 그림과 제목을 통해 지지와 위안을 얻고 싶었던것일수도......맞아! 책꽂이에 꽂혀 있는 완독되지 못한 무수한 나의 책들도 그냥 여기 이렇게 내 곁에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 것 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있는거야라면서....

쌓여가는  책이    점점 많아질수록 이상한 죄책감과 언젠가는 손봐야  할 밀린 과제처럼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한마디로  이 책은  내가 책을 삼키는게 아니라 책이 나를 삼키는 전도된 나와 책과의 관계에 종지부는 아닐지라도 관계개선에 도움을 줄거라 여겼던 것이다.무슨  말이 이리 길까!관계개선?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책에 실린 단편들은 하나같이 이쁘다.책을 매개로 사람들은 서로를 더 알아가기도 하고   몰랐던 자신을 시간의 지층에 따라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사랑이 시작되는 지점도 생겨나고  헤어진뒤에는 돌려줄까 말까를 고민해야 하는 번거로운 물건이 되기도 하고  이국의 여행지에서  자신이 팔았던 책을 분신처럼  만나기도 한다.주인공을  작가의 세계로  이끌기도 하고  혼자간  여행지의 료칸에서  누군가가 놓고간  책을 한때는 열광했었지만 이제는 시들해져버린 감성으로 다시 조우하기도 한다. 

보송보송 솜털같은 단편들이 실려 있다 .읽으면 므흣해지고 아련해지기도한다.알싸한 잔향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치만 거기까지이다.아마 내가 지금보다는 감수성이 더 말랑말랑한 20대 초반 쯤이었다면 아마 여기저기 추천도 하고 완소책이 됐을 것도 같은데 이제 나는 이런 감성에 녹진하게 녹아들 마음의 오지도 없다.내 마음의 땅뙈기들은 죄다 현실적이고 부박한 것들이 점령해버렸다.그리고  일본 소설에 익숙치 않은 나는 첫 단편을 읽고 이거 뭥미 하는 반응을 보였드랬다.시원한 탄산수인줄 알고 집어든 페리에의 정체모를 맛을 보고 난후의 반응이 이와 비슷했었다.하지만 페리에도 가끔씩 마시면 색다르고 독특하다.내겐 일본 소설이 페리에의 맛과 비슷하다.페리에와 콜라가 있다면 콜라를 마시겠지만 가끔씩은 페리에의 어정쩡한 맛이 그리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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