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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3월
평점 :

'호통판사' 천종호의 소년재판 이야기
8년의 시간이 쌓아 올린 견고하고 아름다운 기록
소년부 판사의 판결은 한 소년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기에,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를 했습니다. 소년들에게 가장 적합하면서도 공정함을 잃지 않는 처분을 내리게 해달라고, 소년들이 나의 처분을 죄에 대한 응보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전환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달라고.
(우리가 알지 못한 소년에 대하여 중에서, 8쪽)

'호통판사'로 잘 알려진 전종호 판사님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천종호 판사님이 지금까지 출간했던 세 권의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중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받았던 글을 추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듬어 펴낸 책이다.
요즘 인터넷 기사를 보다 보면 청소년들의 범죄가 너무나 잔인하고 대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잘못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SNS에 버젓이 올려놓기도 하는 것을 보면 자식 가진 부모로서 내 아이가 걱정되어 엄벌론에 마음이 기울곤 했다. 하지만 천종호 판사님의 책을 보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그 이면의 일들에 대해 알게 되어, 내가 쉽게 판단해버렸던 그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찔리는 마음이 들었다.
비행청소년들의 대다수는 가정이 온전치 못한 아이들이라고 한다. 가족 간 불화와 가난, 학대 속에서 살아남기 바빠 배려, 공감과 같은 것들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라고 한다.
이런 환경 속의 아이들은 가정에서 지낼 수 없기 때문에 거리로 나가게 된다. 당장 먹을 것이 없고, 잘 곳이 없어서 자기와 비슷한 아이들과 무리를 지어 지내게 된다. 그 안에서도 떨어져 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한다.

보통 우리는 '아무리 환경이 어려워도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모든 것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판단하곤 한다. 나도 이제까지 그랬던 것 같다. 잘못한 일에 대한 벌은 받아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되기까지 나는 무관심으로, 찌푸린 얼굴로 상처를 주고 낙인을 찍은 사람이었다.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 미숙한 어린아이들이 선택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바람에 휩쓸리는 나뭇잎처럼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돌던 아이들도 작은 도움을 받으면 자리 잡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래서 판사님은 '청소년회복센터'의 예를 이야기한다. 소년재판을 받은 보호소년들의 공동생활 가정으로 이곳의 아이들은 재범률이 눈에 띄게 낮다고 한다. 또 개인적으로 판사님의 관심을 받는 아이들 중에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판사님은 이렇게 작은 도움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이 특별하다고, 순수한 기쁨은 슬픔 뒤에서 천천히 걸어온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표현했다.
판사님은 우리 어른들에게 당부한다.
앞으로는 좀 더 크게 헤아릴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남과 같은 곳만 바라보며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남이 보지 못하는 곳을 살피고, 마음을 열고 작은 도움의 손길이라도 베푸는 참다운 어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160쪽)
자신이 만나는 학생들이 쓴 가면 뒤에 숨은 진정한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보는 노력을 그만두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거친 분노와 냉소의 가면 뒤, 어쩌면 홀로 울고 있는 한 소년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204쪽)
판사님이 이제까지 만나 온 여러 소년범들의 이야기가 모두 놀라웠고, 안타까웠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을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고선 손가락질만 해 온 것 같아서 찔리는 마음이 많이 들어 부끄러웠다.
우리 아이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사랑받으려고 태어났는데...
우리 아이만 소중한 게 아닌데...
덩치만 컸지 아직 어린,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