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소설은 늘 그렇듯 힘겹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숨이 찰 때가 많다. 언젠가 후배가 ‘남한산성‘을 읽다가 숨이 턱까지 차서 힘들다 했었다. 난 오히려 이 소설이 그런 느낌이 더 강했다. 현재 삶에 더 다가와 있어서인지, 헐떡거리는 인생을 내가 살아내고 있어서인지 알 수 없으나, 김훈 작가의 소설 중 가장 힘들게 읽어 내려간 듯 하다. 마동수, 마장세, 마차세 이 세 부자의 삶의 테두리는 넓어 보이나 좁았고, 멀어 보이나 가까웠다. 턱 밑까지 올라와 말을 붙이고 질문을 하며 답을 요구했다. 시선은 자꾸 흩어지고 바라봐야 할 대상을 잃기 일쑤고 날아오는 질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심장 깊숙이 박혀버려 빼내기조차 버겁다.
황정은 작가의 문체에 리듬이 있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 리듬은 웃음 속에 슬픔을 만들어낸다. 슬픔 속에 웃음을 또한 만든다. 슬픈 시대 속에 웃는 역사를 그려낸다. 작가는 말 한 마디에, 단어 하나에 집착하고 그걸 통해 우리에게 속삭인다. 잘 들여다보라고, 잘 들여다보아야만 잘 볼 수 있다고... 작가의 집착은 내 삶을 아무도 아닌 사람이 아닌,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아닌 것이라고 말하고픈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