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마음 사전 아홉 살 사전
박성우 지음, 김효은 그림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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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이다

겨우 80단어가 담겼다

어느 사전이나 그렇듯 사용법으로 시작한다

이 사전은 각 단어마다 두 쪽에 걸쳐 설명을 하는데,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 왼쪽 위에 위치하고 그 아래로 '표현을 활용할 만한 상황'이 그림과 함께 놓여있다

오른쪽 위에는 '마음을 표현하는 말의 뜻'이 등장하고 그 밑으로 '같은 말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상황들'이 예문처럼 나온다.


'감격스럽다'를 시작으로 가나다순으로 배열된 사전은 '흐뭇하다'로 마무리된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적절한 상황에 맞추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야속하다’는 말을 ‘친구가 혼자 우산을 쓰고 가 버렸어.’라는 설명을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그림일기장의 한 장면처럼 아이들의 머리속에 이미지가 이야기처럼 깊이 뿌리박힌다. 그리고는 또 다른 예들 또한 탁월한데, ‘언니가 나에게는 먹어 보라고도 안 하고 혼자만 과자를 다 먹을 때 드는 마음.’이라고 장면을 상상할 수 있도록 표현했다. 

‘찝찝하다’와 ‘후련하다’ 등처럼 설명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감성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장면과 함께 묘사하기에,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떠올리기 쉽게 구성되었다. 

그 외에도 ‘불쾌하다’와 ‘불편하다’처럼, 거기에 ‘불안하다’와 ‘불행하다’처럼 겹쳐지는 감정적인 단어들도 상세히 잘 설명해내고 있다. 


책 제목에 대해 언급하자면 앞 부분은 좀 아쉽고 뒷 부분은 무척이나 잘 지었다. 어른의 입장에선 9살이라는 숫자가 상징적으로 보일 테지만, 정작 이 책을 함께 읽어나갈 아이 입장에선 협소해보일 수 있다. '왜 난 8살인데, 왜 난 10살인데...'라며 짜증을 부릴 아이들 모습이 떠오르는 나 뿐일까?

그럼에도 '마음사전'이란 제목은 탁월하다. 사전이란 말이 줄 수 있는 무게감을 누르고 책을 집어들게 만드는 선택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까지 책 제목을 '아홉살 감성사전'으로 기억했다. 서평을 쓰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살피니 제목이 '아홉살 마음사전'이다. 감성어린 단어를 차례로 설명한 것이나 아이들이 읽기에는 '마음'이라는 단어가 훨씬 어울린다.


왜 80단어였을까? 무엇이 기준이었나?라는 질문은 늘 따라다닐 것이다. 작가의 말은 없지만 '마음 사전 사용법'에 그에 준하는 글이 있다.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건 어렵습니다. 자기 마음이 어떤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도 여전히 마음을 표현하는 게 서툰 사람이 많다. 작가가 지적하듯 마음의 상태를 알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그 상태를 표현할 적절한 어휘를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읽은 '바디무빙'이라는 책에서 김중혁 작가는 글의 마침표마다 '소설을 읽으라!'고 권한다. 그러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무수히 늘어날 것이고 더 다양한 표현을 구사해 마음을 펼쳐갈 수 있다고 설파한다. 맞다. 그걸 누가 모르겠는가? 책을 읽는 것이, 소설을 읽는 것이 생활에 풍성한 감성 표현을 더해갈 거라는 건 지나가던 개도 안다. 소설 읽기에 시간이 없나? 부담스럽나? 그럼에도 내 안에 갇혀있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가? 이 책은 성인이 된 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고 유익하다. 그림과 예문이 너무 쉽게 단어를 머리 속에 쏙쏙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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