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마취 상태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9
이디스 워튼 지음, 손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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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고급스럽고 화목한 대가족, 그 속은 콩가루... 재밌어서 엄청 빨리 읽었어요. 이디스 워튼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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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베이비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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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난임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과거에 비해 결혼을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듯이 임신과 출산을 고려하는 나이도 점점 올라가고 있는 요즘, 난임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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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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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철 장례지도사는 세간에 ‘대통령의 염장이’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최규하,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치렀던 것이다. 또 그는 법정스님과 이건희 전 삼성 그룹 회장 등의 유명 인사뿐 아니라 노숙자와 이주노동자, 독거노인 등 무연고자의 장례까지 폭넓게 맡아왔다. 『대통령의 염장이』에는 그가 맡아온 장례 에피소드부터 장례지도사라는 직업과 장례 문화 등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겨있다.

 

1부의 제목이 ‘수천 가지 죽음의 얼굴’이듯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죽음을 맞이한다. 떠날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곡기를 끊는 할머니, 차에서 쉬던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엄마와 아이들, 가진 것을 잃는 게 싫어 주먹을 꽉 쥐고 떠난 아저씨 등 각각의 죽음을 만나다 보면 내가 죽는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죽음을 대비하라고 말한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은 고스란히 남은 이들의 몫이 된다. 장례식의 주인공이 고인이기 위해서는, 인생의 마침표를 제대로 찍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근거 없는 전통과 획일화된 장례 문화 속 애도는 점점 길을 잃는다. 2부에서는 장례지도사라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며, 장례 문화는 어떤 식으로 고쳐나가야 하는지, 또 죽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바라는 게 명확하다는 점이 좋았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기에 사람들이 장례지도사에게 갖는 편견을 깨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노력해야 하는 것은 장례지도사일 것이다. 장례를 기획하는 게 왜 중요한지, 사람들의 마지막을 어떻게 배웅해야 하는지 말하며 배어 나오는 그의 한결같은 자세가 직업의 경계를 떠나서 존경스러웠다.

 

인간은 모두 죽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죽는 순간을 떠올리지 않는다. 행복한 순간에 초 치기 싫을 것일 수도 있고, 무서운 마음에 외면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아무 계획 없이 죽는 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생전 장례식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보고 싶은 사람, 사과하고 싶은 사람 등을 초대해 죽기 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건데, 나도 그런 마지막을 갖고 싶다. 벌써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떠오르는데, 그러고 보니 굳이 나중으로 미룰 필요가 있나 싶다. 지금 연락해서 대화를 나눠도 좋을 것이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무서워 마라. 어차피 태어난 세상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었고, 가야 할 저 너머 세상도 경험한 바 없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봐라, 그래도 이 세상 아름다울 수 있지 않니, 마음먹기에 따라서…’ - P32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을 더러운 줄 모르고 만지고 사는 건 어느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사람들이 아끼는 돈이, 매일 만지는 스마트폰이 고인보다 더 오염되었을 수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고인을 오염물이라도 되는 양 여기는 건 고약한 편견이다. - P63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말하지 못하는 걸 말하는 사람이 도인일까? 죽음 앞에서 의연하고 평안한 사람이 진정한 도인이 아닐까 한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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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 낯선 세계를 건너는 초보자 응원 에세이
강이슬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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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라는 단어가 낯설어지는 순간이 올까. 아직도 시도해보지 않은 게 산더미 같은데, 시간이 좀 더 흐른다고 안-초보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우리 엄마는 50세가 넘어서 배드민턴을 배웠다.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을 왜 이제 시작했냐고 물었던 날, 엄마는 "옛날엔 아줌마가 짧은 옷(운동복) 입고 운동하면 사람들이 흉봤어. 자식 안 돌본다고 뭐라 하기도 하고."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엄마가 저녁 시간에 사람들과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며 라켓을 휘두르는 건 불과 몇 년 전에 열린 신세계인 것이다. 엄마는 요즘 사는 게 재밌다고, 밤새 놀아도 안 피곤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50년을 살아도 새로운 게 많아서, 여전히 초보인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은 초보인간 '강이슬'의 도전기이다. 그가 다루는 도전은 크게 운전과 채식인데, 도전 계기가 거창하지 않다는 점에서 가장 공감이 됐다. 그는 "탱크만 한 SUV를 한 손으로 몰면서 해안도로를 달리는 내 모습은 얼마나 멋"질지 상상하며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고, 제육볶음을 먹고 나서 강아지의 배를 쓰다듬다가 식습관에 의문을 느끼고 채식을 시작한다. 문득 내 경험이 떠올랐다. 복수전공을 결정하고 독서모임을 만들고 수영을 시작할 때 딱히 대단한 생각이 있진 않았다. 그냥, 필요할 것 같은데? 해야할 것 같은데? 하는 막연한 마음가짐이 나를 변화시켰고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의 초보 시절은 말 그대로 웃기고 슬프다. 배우려고 온 학원인데 유튜브 보고 공부하라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디스크가 있다며 학생에게 부드러운 도로주행을 요구하는(알려주지도 않고!) 선생님도 있다. "밥상 위에 사랑하는 존재들을 올리지 않음으로써 내가 바라는 나를 천천히 닮아가"려 노력하는 와중에, 비건인 나 때문에 가족과 지인들이 불편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되기도 한다. 후자는 비건 불모지인 한국에서 피할 수 없는 내적 갈등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강이슬은 포기하지 않는다. 올챙이 적을 기억하는 개구리로서 '초보내리사랑'의 세상을 만들자고 역설하고, 완전무결하지 않은 나를 얕봐도 좋으니 비건 세계에 발을 들여보라고 초대한다. 나는 운전과 채식 모두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진 채로 실천하지 못한 상태라 "언니 말에 속아서 내가 이렇게 개고생하잖아."라고 툴툴대면서라도 따라가고 싶어지곤 했다.


마지막으로 황선우 작가의 추천사를 인용하고 싶다. 그의 글 덕에 초보에 대해 다시 정의 내릴 수 있었다.

"누군가를 초보로 만드는 건 노련하지 못함이 아니라, 낯선 세계에도 자신을 던져보는 용감한 시도 그 자체다. 강이슬 작가의 글을 읽으면 세상의 모든 초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 응원은 커지고 번져서 나에게로 돌아온다. 누구나 인생의 어떤 영역에서는 영영 초보일 뿐이니, 초보를 응원한다는 건 곧 우리 모두가 기꺼이 씩씩하게 살아봐도 괜찮다는 감각일 것이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큼이나 나를 믿고 싶어 하는 존재가, 나만큼이나 나를 살리고 싶어 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죽을 때까지 나는 나를 떠날 수 없으므로, 평생을 나랑 살아야 하는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할 사람이 이왕이면 멋지고, 사랑스럽고, 든든했으면 좋겠다. - P33

어른은 고사하고 내가 먼저 되어야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어른은 불행의 다른 말처럼 느껴졌다. - P61

나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엇이 미안하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 알고 있었다. 인간이 무엇을 미안해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 본래 고통을 주는 존재보다 받는 존재들이 고통에 대해 더 낱낱이 아는 법이니까. 고통을 준 존재들은 어떤 고통을 가하고 있는지 공부해야 겨우 알지만 고통을 받는 존재들은 피부에 촘촘히 스민 고통을 그저 고통스러워하며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니까.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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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 시베리아 숲의 호랑이, 꼬리와 나눈 생명과 우정의 이야기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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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은 누구나 불완전합니다사람도 호랑이도그래서 연민을 느낍니다연민은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까닭 없는 아픔이며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고   나면 죽어야 하는 불완전한 것들에 대한 막막한 슬픔입니다태어나 먹고살다 사라지는 것들이기만 하면아득히 다가오는 사랑입니다."

 

나에게 겨울은 연민의 계절이다지하주차장 곳곳에서 은신하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마주할 때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 노숙인 소식을 접할 때 겨울이 야속하다어떤 계절은 특히 잔인하다이런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겨울을 좋아하지만동물적으로는 여름이 낫다고 말하곤 했다(물론 둘 다 야속하긴 마찬가지다). 꼬리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가졌다책에서 묘사되는 자연의 섭리가 아름다운 동시에 매정하게 다가와 꼬리에게 연민을 느꼈다.

 

꼬리는 시베리아 숲 야생 호랑이의 이름이다자연 다큐멘터리스트이자 자연문학가인 박수용 감독은 꼬리와 함께한 마지막 1년의 시간을 꼬리에 담았다가장 크고 힘이 센 왕대 호랑이에서 노쇠한 호랑이가 되고, “이인자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지금까지의 위엄과 권위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냉혹한 생존 투쟁의 정상에서 바닥으로 곧바로 굴러떨어지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정상에 올라가는 것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가진 것들을 놓치기 싫어 발악하다 외려 험한 꼴을 보이게 된다는 건데책에 담긴 박수용 감독의 바람도 이와 결이 같다그는 꼬리가 무사히그리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길 빌었다둔해진 몸과 추운 날씨 탓에 사냥을 하지 못하는 호랑이는 민가로 내려오고가축을 잡아먹고때때로 사람도 공격한다충분히 배를 채웠음에도 눈앞의 사냥감에 욕심을 내게 된다.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축의 알과 우유를 가져가듯 호랑이도 가끔 개와 소를 가져가는 것이지만, “인간은 자연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기에 야생동물의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자는 꼬리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돕는다사체에 폭죽을 설치하고 멧돼지로 유인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서 말이다.

 

꼬리는 배가 고파도 사람과 가축을 구분했고자신의 뒤를 밟는 인간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격하지 않았다그는 현명한 호랑이였다시베리아 호랑이는 죽을 때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습성이 있다저자는 용의 등뼈에서 발견한 호랑이의 주검이 꼬리라고 분명하게 밝히지 않지만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한 시대를 호령하던 왕대 호랑이의 말년은 처량하면서도 애틋하다의지할 구석도 없이 매 순간이 전쟁이었을 생을 무사히 마친 꼬리가 대견하고 또 그립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죽음 때문에 삶을 내팽개쳐도 안 되지만 삶 때문에 죽음을 내팽개쳐도 안 된다. 그것이 자연에서 죽음이 삶을 끌어안고 삶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 P84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잊게 했고 꼬리로 하여금 오로지 지금만을 생각하게 했다. - P152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이 건초창고 안에 떠다니는 저 먼지 같은 거야.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고 한 번 나면 한 번 죽어야 하는 불완전한 존재들이지. 태양이끈을 놓으면 인간이 이루어낸, 아니 지구가 이루어낸 모든 것이 사라져.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합쳐도 주정뱅이 노래 하나 막지 못하고 풀 한 포기자라는 걸 막지 못하지. 우리 모두는태양의 미세한 요동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외줄을 타는 지구의 광대들일 뿐이야. 그런 어릿광대들끼리 말이 좀 통하지않는다고 우습게 보고 괴롭힐 건 또 뭐야.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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