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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의 이유
보니 추이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평점 :
『수영의 이유』 표지 속 구절을 읽고 괜히 심장이 뛰었다. "누구나 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수영에 얽힌 사연이 하나쯤은 있다" 최근 나는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그 덕에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중이다. 친언니와 사촌 오빠의 손을 잡고 도착한 집 앞 수영장에서 우리는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물장구를 쳤다. 나는 물 속에서 한 바퀴 회전하는 걸 즐겼는데, 나름대로 그 기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초등학교에서 현장학습으로 수영장에 갔을 때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자랑한 기억이 났다.
그래서 성인이 될 때까지 물을 사랑했냐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나는 집이 아닌 곳에서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음과 동시에 노출을 하고, 꽉 끼는 수모와 수경을 써서 왠지 미래지향적으로 보이고,, 허접한 수영 실력으로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다 부끄러웠기 때문에, 물멍만 즐기는 어른이 됐다. 어릴 때는 수영이 마냥 즐거웠는데 왜 이렇게 재고 따지는 게 많아진 건지, 나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서론이 길었지만 요즘 새벽마다 수영에 나간다. 비몽사몽한 채로 터덜터덜 걸어가서 샤워를 하고 낑낑대며 수영복을 입고 준비운동을 하고 팔다리를 열심히 흔든다. 그리고 이제야 알았다. 나는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단 것을! 그러니 내가 보니 추이의 『수영의 이유』를 읽기로 결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서핑과 수영을 사랑하는 보니 추이는 수영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했다. 아니, 그들과 함께 수영을 했다. 그리고 그때의 이야기를 생존, 건강, 공동체, 경쟁, 몰입이라는 5개의 챕터로 나눠서 책으로 엮었다. 각자의 챕터에는 중심이 되는 인물이 있고, 각각의 경험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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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에 걸친 생존 수영
저인망어선에서 조업을 하던 선원 다섯 명은 파도를 만나 차가운 바다에 빠졌다. 두 사람은 익사하고 세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섬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상 5도인 바다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운 일이다. ‘구드라우구르’는 차가운 바다에서 6시간을 헤엄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였다. 이처럼 아이슬란드의 역사에는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의 기록이 많다. 그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을 축복하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매년 수영대회 ‘구드라우구순’을 개최한다.
수영이 선물한 새 삶
하이힐을 신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킴 챔버스’는 재활을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그는 현재 세계 최고의 마라톤 수영선수로 꼽힌다. 킴은 자신이 처음 수영하던 순간을 ‘부활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수영을 하면 인간이 얼마나 오만하게 살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고, 나를 파괴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바다에 들어간다는 것은, 나 자신을 먹이사슬에 편입시키는 행위이다.
혼돈 속의 질서
‘조셉 제이 테일러’는 미국의 해외 파견 문화 담당관으로 바그다드에 왔고 그곳에서 수영 강습을 열었다. 전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나이, 성별, 인종의 사람들이 그의 수업을 들으러 모였다. “그렇게 군인과 외교관과 이라크 현지인과 그 외 여러 국적의 사람이 어우러지는 곳을 본 적이 없어요.” 수영장이라는 공간을 맨몸의 사람들이 공유한다는 것은 수용을 실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마음놓침의 상태
과거 수영은 군사 기술로 활용됐다. 당시의 전투 욕구는 오늘날의 스포츠 대회에서 재현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수영 선수들이 100분의 1초로 승부가 갈리는 경기 중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스포츠 심리학자 ‘짐 바우만’은 ‘마음놓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신 영역을 줄여서 전투기를 자율주행으로 조종하듯 경기에 임하는 것이다. 마치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주어진 임무에만 몰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립감의 축복
수영을 비롯한 스포츠는 몰입과 무아지경을 선사한다. 매 순간이 연결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 수영은 현대인에게 단절과 고립감을 느끼게 하는 귀한 운동이기도 하다. 이처럼 수영은 결국 혼자만의 운동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함으로써 다시 연결을 느끼게 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수영인과의 연결, 자연과의 연결이 『수영의 이유』에는 가득 담겨있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영은 "오늘날 수영할 때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욕구가 없는 상황에서도 생존을 향한 열정에서 희열을 맛본다"라고 적었다. 우리는 수영하면서 삶 그 자체의 강렬하고도 생생한 경험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우리는 진화한다. 그래서 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 P75
콕스는 "바다에 있는 시간을 ‘주어진 삶의 순간을 예리하게 인식하는 시간‘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바다에 나가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지만, 그 일이 일어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수영장에서 레인을 오가며 수영하는 것과는 다르다. 콕스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바다에 들어가 있으면 언제든 먹이사슬의 일부가 될 수 있어요." - P128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았다. 이 강에서는 수영하는 것은 세상의 일부가 되는 일이므로. - P271
땅에서 하는 운동과 달리 수영하려면 물에 들어가 특유의 고립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수영할 때 느끼는 고립감은 귀한 축복이다. 특히나 한시도 쉴 새 없이 연결된 현대 사회에서 물은 잠시나마 사라지기 위한 수단이다. 수영장은 현대인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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