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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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을 잘 포착하는 사람들이 있다자발적 흐린눈인 나와는 다르게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이다똑같은 일상이어도 그들을 거치면 더 찬란하게 빛나는 듯한데,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를 읽으며 유지혜 작가가 그런 사람이라고 느꼈다이 책과 함께하는 동안 그의 수많은 비밀을 들었고 그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했다그의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은 내가 지금껏 관심을 주지 않았던 구석구석에 얼마나 다정한 순간들이 숨어있는지 알려주었다.

 

사랑이라는 주제의 변주곡 같은 책이다사계절 중 비교적 존재감이 없는 가을을 붙잡는 건, ‘향기보다 인간미 넘치는 냄새에 더 마음이 가는 건자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는 건 결국 사랑에서 시작된 행동이기 때문이다나는 지금까지 사랑이 부끄러워 냉소를 택했다가까운 사람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더 친절했고거절당하는 게 두려워 마음이 있어도 관심 없는 척 거리를 뒀다책을 읽으며 나의 전적이 부끄러운 동시에밑도 끝도 없이 확고한 사랑을 하는 저자의 믿음이 부러웠다.

 

늘 밝은 사람들을 보면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고 말한다사랑받고 자랐다는 건 뭘까아무래도 화목한 가정든든한 지원원만한 유대관계 따위의 분위기가 풍긴다사실 유지혜 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받고 자란 사람의 표본이다모든 걸 사랑으로 품을 수 있으려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할 거고 그러면 당연히 어릴 때부터 안정된 생활을 했겠지,라며 내 마음대로 추측했다그러나 그는 자신이 사랑보다 미움이 많은 아이였다고 고백한다. “넌 뭐가 그리 불평불만이 많아.”라는 말을 들은 열다섯 살부터 그는 불평을 줄이고 감사를 연습했다부모님의 가난으로 수많은 이사를 했지만 지금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모든 자유는 당신에게서 왔노라고당신이 가난했기에 나 자신을 무기로 떳떳해지는 법을 배웠다고.’(p.233) 물론 오해하지 말자그는 사랑받고 자랐다그 사랑을 스스로 표현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나는 스무 살이 넘도록 못 하고 있는 것을!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을은 빨리 사라진다.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홀연함으로. 되바라지게 더운 여름과 되바라지게 추운 겨울, 한 해의 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봄은 자기 몫의 여운을 꽤 챙겨가는 데 반해 가을은 그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스르륵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떤 때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여 우리에게 주어진 찰나의 가을을 붙잡아야 한다. - P15

향기보다 냄새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인간미가 깃든 그 말은 예쁜 것은 물론이고 더럽고 흉한 것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극적인 느낌이 든다. 냄새는 생활에 가깝다. 편안하고 생생하다. - P34

진짜 사랑은 말이 없었고, 자는 얼굴을 바라볼 때 내 사랑은 가장 시끄러웠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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