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 - 다시 읽는 최서해 다시 읽는 한국문학 14
최서해 지음 / 맑은소리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어느 다른 책에서 '갇힌 자의 분노'라고 최서해를 표시해 놓은 것을 보았다. 이것이 이 소설을 다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난이라는 굴레에 갇혀서 아무리 아무리 벗어나려고 애써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현실... 과연 내 주위가 그렇다면 어떨 것인가?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망이 전혀 없다면 삶의 목표가 있을까?

내가 이 글을 읽으며 가장 화가 났던 점은 이것이 탈출의 가능성이 없고 또 의지와는 관계 없이 우리 민족 모두가 겪어야 했던 고통이었다는 점이다. 단지 일본의 식민지라는 이유만으로. 만약 이것이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화가 나지 않을 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가 아닌 우리 민족 모두의 고통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비참하고 용납되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사람의 태도 역시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삶이 험난하고 고통스러웠더라도 결코 이렇게 피해서는 안된다. 피해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 나라면 운명과 부딪혀 봤을 것이다. 자기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고 점점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의 삶은 물론 가족의 삶마저도 포기하는 삶의 태도. 정말 한마디로 0점이다. 이 책에서는 애써 설명하려 하고 있지만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우선 식민지에 대한 울분이다. 식민지-가난-탈출 이것이 꼭 이래야만 했는가. 좀 더 나은 방법과 대책은 전혀 없었을까? 식민지 우리 민족의 비참한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고 일본 사람들과 도와주지 않은 중국 사람들이 참 밉다. 다음으로 글쓴이의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깊은 산에라도 들어가서 화전을 일구며 살아갈 각오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라면 맞부딪혀서 투쟁해야 한다. 그러면 개척할 확률도 높아지고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삶의 의미는 있을 것이며 자책감 등에 시달리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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