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이런 의심을 전혀 가져본 적이 없다만, 내 안에 이모든 것이 숨어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나도 모르는 관념들이 내 안에서 사납게 날뛰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술을 퍼마시고 주먹질을 하고난동을 피웠는지도 몰라. 내 안에 있는 그것들을 잠재우기 위해, 그것들을 가라앉히고 억누르기 위해, 주먹질을 일삼았던 거지, 동생 이반은라키친이 아니야, 그는 관념을 숨겨. 동생 이반은 스핑크스야, 침묵하지, 언제나 침묵해.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건 하느님이야. 오직 하느님만이 나를 괴롭혀. 아니, 하느님이 없다니, 그럼 어떻게 되지? 그건 그저 인류가 만들어낸 인공적인 관념에 불과하다는 라키친의 말이 옳다.
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하느님이 없다면, 그땐 인간이 지상의 우두머리, 우주의 우두머리가 되겠지. 대단하군! 다만, 하느님 없이 인간이 어떻게 선량하게 될 것인가? 그게 문제야! 나는 줄곧 이 생각을 하고 있어, 그렇게 되면 그는 대체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 그러니까 이 인간이 말이다? 누구에게 감사하고, 누구에게 송가를 불러야 하지? 라키친은 웃고 있어. 하느님 없어도 인류를 사랑할 수 있다고 라키친이 말하더군. 그건 그따위 코흘리개 얼뜨기나 주장할 수 있는 거고, 나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 라키친한테야 산다는 게 아주 쉬운 일이지.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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