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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소속감 - 슬기로운 조직 문화를 위한 위트 있는 반격
김응준 지음 / 김영사 / 2019년 8월
평점 :
책의 표지를 보고 든 생각은 조직생활에 필요한 마인드와 스킬?을 알려주나 싶었지만 프롤로그를 읽고 저자가 자기가 몸담은 조직을 바라보는 태도를 어림잡아 알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현직 공무원4년차이며 공무원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대해 현기증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의 삶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으로서의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이라는 삶을 철저히 분리시킨 이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기존 자기계발서의 메세지와는 사뭇 다르다.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을 분리시키고 노동시간에서 오는 피로감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가시간을 활용한다는 저자의 생각은 학교나 직장을 다니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어려움없이 당연한 듯 다가왔다.
소속감은 한국인들에게 낯설지 않은 용어이다. 한국인들 뿐 아니라 많인 사람들은 자기가 속하거나 속해있던 조직과 공간에 대한 애착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속감은 시간이 흐르고 자신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애착을 가질 때 쯤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지 상사가 소속감을 가지라 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소오속감을 가지라며 계속해서 주입시키는 상사들의 잔소리를 듣느라 애먹은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조직안에서의 자아와 조직 밖에서의 자아를 철저히 분리시켰다. 조직안에서는 일의 처리가 비효율적이고 업무수첩을 늘 끼고 다니는 기존문화가 가식적이라 느끼며 자유롭게 토론하자고 의미없이 부하직원들을 불러들여 의견을 강요하는 직장상사들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정시퇴근 후 저녁시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채널들을 보며 휴식을 취하며 업무와 자기의 일상을 철저히 나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또다시 출근길을 나선다. 이러한 작가의 일상은 자칫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겠지만 작가는 이러한 일상에 큰 불만이 없을 뿐더러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황금 working and life balance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공무원 조직에 한편으로는 비효율적이라고 느끼고 한편으로는 이해한다고 느끼는 2가지 관점을 책 전반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사실 어떠한 조직이든 그 조직 고유의 문화는 있기 마련인데. 엄격힌 상하보고체계는 일의 진행을 더디게 하고 책임자의 상황에따라 프로젝트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공무원이 비효율적인 일처리방식에 불만을 느끼는 한편 온갖 민원들을 처리하는 공무원들의 사정또한 잘 알고 있으며 공감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현직 공무원이 자신의 직장문화와 삶에 대해 느끼는바를 상당히 냉소적이게 쓴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런 공무원도 있군' 정도의 느낌으로 책이 읽히면 좋겠다 했고 독자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내용보다는 그냥 자신이 평소에 하던 생각을 일기처럼 써놓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저자는 꼰대를 기피하고 정시퇴근을 선호하며 검은 옷을 즐겨입는 등 자신의 취향을 여지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티비와 유투브로 예능을 보며 에너지충전을 위해 일찍 잠을 자는 등 저자의 세세한 습관까지도 보여준다. 이 책은 공무원의 삶보단 사실 공무원"김응준"의 삶과 가치관에 대한 책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공무원 수험생들은 단지 공무원의 안정적인 급여와 보장된 여가시간을 꿈꾸며 지금 이순간에도 노량진 방 한칸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도 신림동에서 열심히 공부한 옛시절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사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고 예전 한가지 목표만을 위해 순수히 열혼을 불태웠던 자신에 대한 향수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책은 저 멀리 보이는 오아시스를 향해 사막을 걷고 있는 우리 수험생들에게 오아시스는 환상일 뿐 거기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다기 보다는 환상속에 가려진 공무원의 실제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예비공무원들이 조금은 자기가 속하게 될 미래의 조직에 대해 시야를 넓히게 해주는 기능을 하지 않을까 싶다.
공무원의 라이프스타일을 알고자 하는 수험생들과 조직생활을 앞둔 예비 사회초년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