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정원 -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
정석범 지음 / 루비박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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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정원>은 참으로 독특하다.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이 상당히 신선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직업 군인인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 전국 곳곳으로 돌아다녀야 했는데, 이 책에서는 시간과 장소의 흐름에 따라, 본인의 이야기를 비롯한 그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선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제시되고, 그 짤막한 기억 속에서 느꼈던 감정, 생각들과 연계되는 그림들을 소개하고, 그 그림에 대한 설명도 제시되어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해변으로 가요' 라는 노래 가사가 쭉 나와있고 저자의 초등학교 시절 여름날을 이야기하는데, 그 다음 장에 '라울 뒤피'의 <카우스의 요트 경기> 라는 그림이 책 두 페이지에 걸쳐서 실려있었다. 그 노래에 가장 어울리는 그림이었기에, 그냥 책을 읽는데도 시원한 느낌이 감돌았다. 저자의 에피소드들 하나하나도 상당히 재밌었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특히 이야기와 그림이 아주 적절히 들어맞는 것을 보니, 이야기도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고, 그림에 대한 이해도 빨라졌다. 

 

 또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화가 '고흐'의 작품도 소개되었는데,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에 관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점이 좋았다. '그는 암울하나마 씨 뿌린 만큼 거두는 농부들의 운명을 차라리 부러워했는지도 모른다.' 라고 저자는 그 나름의 해석을 달았는데, 그 동안 이 작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기에 몇 번이고 그 부분을 반복적으로 읽기도 했다. 한 가지 그림에 관해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청개구리에 집착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베르트 모리조'의 <나비채집>이라는 그림을 소개했는데, 아름다운 대상을 배타적으로 소유하려는 인간의 미적 본능에 바탕을 둔 행위가 바로 나비채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느끼게 된 근거도 제시한다.

 

 이처럼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좀 더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 <아버지의 정원>이다. 하나의 작품에 대해, 그 작품 자체보다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을 높이 평하고 싶고, 저자의 옛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추억에도 흠뻑 젖을 수 있기에 더더욱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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