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있습니까? - 연애 감정부터 혐오까지, 격정적인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10가지 감정 지형
몸문화연구소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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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있습니까?-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책 진입의 문턱을 낮추는 멋진 제목이다. 나는 여러 권 읽어 온 저자들의 신간이라 즐거운 감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읽는 순서는 소개글, 그 다음은 관심있는 저자들과 관심주제였다.

0장의 저자 김종갑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감정문제들이 분출하는 이유를 감정을 억제해 오던 명분(권위, 종교, 윤리, 전통)들이 실종되었고 (p35) 억제와 죄책감의 문화에서 쾌락과 나르시시즘 문화로 전환되기 때문(p35)으로 분석했다. 또한 감정이나 느낌은 다름 아닌 몸의 변화(p5, p38), 감정이 폭발하면 위험하지만 감정이 없으면 최악으로 곧 죽음(p4) 혹은 역사의 종말(p38)로 정의한다.

같은 저자는 4장에서 혐오 감정은 대상의 내용이 아니라 표면 층위에서 발생(p126)하며 낙인효과를 지우기 어렵다는 특징(p126)을 꼽았다.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는 인간의 본질적인 이중성 중 남성이 긍정적인 면을 챙기고 모든 부정적인 면은 여성에게 투사하는 것(p135)이라 기술한다. 결국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는 남성일수록 자신을 혐오하는 꼭 그만큼 여성을 혐오한다고 분석했다.(p135~136)

내가 (그리고 아마도 상당 수의 독자들이) 가장 관심있는 제3장 연애 감정은 연애의 달콤함이 한 방울도 안느껴지도록 냉정하게 분석되어 있다. 저자 김운하는 사랑의 감정은 타자와의 합일과 항구적인 유대 상태를 추구하는 열정(p92)이라 정의하고 감정과 이성의 위상과 관계를 해석한다. 낭만적 사랑이란 근대유럽에서 발명된 것(p100)이며 맹목적으로 서로에게 미쳐버린 상태란 전에 얼마나 고독했었나를 증명할 뿐 (p103) 성숙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이렇게 저자는 지고지순한 낭만적 사랑을 가차없이 분해하고 평가하여 썰어내버린다.

그렇다면 달콤함도 맹목성도 축출된 사랑엔 과연 무엇이 남으며, 사랑에 빠진 인간은 과연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저자는 지식과 기술, 윤리적 이성이야말로 인간의 사랑을 동물의 사랑과 구별지을 요소라고 지적한다. 또한 연애감정도 역사적이고 문화화된 정신적 형식이므로 (p112) 사회 변화에 따라 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 19세기 발명품인 낭만적 사랑은 21세기에 맞지 않으니,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사랑 - 폴리아모리 등 - 을 발명할 때라고 읽혔다. 비록 낭만적 사랑은 지금도 다방면으로 잘 팔리는 문화상품이라 해도 말이다. 하지만 과연 이 초대형 히트상품을 사회가 쉽게 포기할까? 사회구성원들의 제어와 통제를 위해서라도 낭만적 사랑은 더 강화되어 소비되고 강압적으로 학습되지 않을까? 21세기 인간이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면 할 수록 사회로부터 낭만적 사랑의 도덕성에 대한 세뇌는 더욱 심해질지도 모른다.

6장의 임지연은 세월호 이후 다양하게 표현되는 윤리적 수치심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탈수치심 사회에서는 행복해질 수 없고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사회에서야말로 행복할 수 있으리라 제안한다(p186).

7장의 저자 서윤호는 공포감정을 다룬다. 현행 시스템 인식보다는 안전담론에 몰두 (p202)하고 개인들이 느끼는 공포를 증폭하는 방식으로 공포정치를 부추기는 (p202) 현재를 벗어나려면 사회적 연대를 회복해야 한다고 제안(p211)한다. 이미 우리는 촛불의 힘을 경험했음을 상기시키며.(p211)

그밖에도 분노, 애도, 시기심, 감정 방어, 감정 코칭, 감정 노동에 대해서도 꼼꼼히 기술되어 있다. 다양한 저자의 다채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감정 이야기인 이번 책도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저자들의 다음 책은 과연 어떤 주제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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