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엄마가 죽었다.”

주인공 뫼르소의 이 독백으로 시작하는 카뮈의 <이방인>을 마지막까지 읽었을 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죽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죽음,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는 뫼르소를 떠올릴 때 어디 한 곳 마음 둘 데 없는 뫼르소의 마지막이 애처롭게까지 느껴진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 후 한 행동들 때문에 자신이 죽을 처지에 몰린다.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뫼르소가 저지른 살인이 자신의 최후를 비참하게 만드는 결정적 사건임에는 틀림없지만 말이다. ‘살인이라는 굴레에 어머니의 장례 후 애인과 바닷가에서 놀고, 사랑을 나누고, 친구를 만나 어울린 것들이 자신의 목을 옥죌 줄 뫼르소는 알았을까?

나는 뫼르소란 캐릭터의 무덤덤함이 좋았다. 감옥에서도 그는 담배를 못 피고는 것을 포함해 몇몇 문제들을 제외하면 단지 크게 불행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시간을 죽이는 일라고 할 정도로 주어진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담담했다. 또한 죽음 앞에서 자신을 위로하려는 사제에게 분노로 울부짖는 모습에서도 죽음을 앞둔 이 앞에서는 종교적 의미도 무색케 하는 인생의 허무함이 공존함을 느꼈다.

 

그의 하느님이나 우리가 택하는 삶, 우리가 정하는 운명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결국 뫼르소의 이 말은 마음가는대로 한번쯤 살아볼 만 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인간은 결국 혼자이기 마련이고, 누가 정해준 대로 사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뫼르소 자신도 자신의 사형 집행일에 되도록 많은 사람이 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 또한 혼자됨’, ‘고독의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죽음 앞에서 다시 모든 것에 대해 살아 볼만 한 감정을 느낀 뫼르소를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내가 죽음을 앞에 둔 적은 없지만, 우리는 모두 죽음이란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쉼 없이 달리고 있다. 가까이 있진 않지만 우리 생의 주위를 떠도는 것이 죽음이고 그것 앞에서 삶의 의지를 다시금 다지게 되는 것은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같은 것이었다.”

뫼르소가 아랍인 사내를 총으로 쏘고 난 뒤 한 독백이다. 죽어버린 몸뚱이에 네 발의 총을 더 쐈다. 그것은 불행을 넘어 죽음으로 가는 노크였다. 우리는 뜻하지 않던 행동이 인생의 방향을 트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최근의 시사를 예로 들어보자, 성완종 경남기업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직에 다수 포진 된 정치인, 관료들에게 돈을 줬다는 내용을 남기고서 말이다. 이후 위태위태하던 이완구 총리가 날아갔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정치 호흡기가 거의 떨어질 판이다. 그 외 성완종 리스트에 있는 인물들은 진실을 외치며 정작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들, 성완종 회장이 목숨을 버리지 않았다면 근래 마음을 졸이며 살 필요가 있었을까?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이번에는 죽음이 주제는 아니다. 이른바 MB가 대통령이 됐다는 것에는 태진아 나비효과설이 작동한다. 때는 1970년대. 가수 태진아와 당시 현대건설 사장 부인과 염문으로 당시 사장이 낙마한 후 왕회장의 복심으로 승승장구, 그 공석에 MB가 올랐다는 사실. 이후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 따라서, 태진아가 현대건설 사장 부인과 염문만 있지 않았어도 대한민국을 하느님께 봉헌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얼토당토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것은 정말 우리 국민에게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한 번의 큰 북소리와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갑자기 시사 이야기를 예로 들어 생뚱맞을 수 있겠지만, 뫼르소의 총구에서 불을 뿜은 이후의 시간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최소한 한 번 정도는 우연과 행운이 무언가를 뒤바꿔 놓았다는 것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는 뫼르소의 말대로 불행의 문을 두드리기 보다는 우연과 행운이 우리를 한 번 쯤 뒤바꾸는 경험을 하길 바라며 이만.

"그것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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