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울기도 하고 잔잔한 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어릴때 부터 그냥 보아왔던 사람으로 생각하며 읽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리고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분의 삶을 감동 자체만으로 받아들이기에도 무언가 부족함이 있고. 책을 덮으며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그런 감정들이 명치끝에서 부터 밀려 왔습니다. 15년전,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그분을 한 뭉치의 보도자료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스물한살, 대학 2학년 삶의 열정이 넘치고, 무언가 열심히 해 보겠다는 의지가 하늘을 찌르던 그 때 손가락 두개를 절단한 채 명동거리에서 갱목을 지고 시위하는 모습의 보도자료 속에 그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이 살아온 삶의 흔적들이,우리가 자의든 타의든 모른척 하고 살아온 그 시간들이 그 곳에 있었습니다. 그날의 그 충격은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 늘 온화하고 자상하신 분으로만 기억했었는 데... 그분의 어디에 이런 강단이 숨어 있었을까? 지금도 늘 일상에 매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살고 있는 나에게 그분의 삶은 반성을 하게 합니다. 젊은날의 열정도 잊고 급급하게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 같은 분이시지요. 그리고 때로 가끔 잊고 사는 나에게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다가와 다시금 반성의 눈물을 흘리게 하시는 군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선뜻 하셔서 그런것은 아닙니다. 그분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사람을 사랑하시는 일관된 자세와 마음이 저를 울게 합니다. 이제는 끝이겠지. 더는 이런 굴곡이 없겠지 하지만 늘 새로운 굴곡이 나오고, 다시 험난한 삶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시면, 더러 지칠법도 하건만 더러 타협할 법도 하건만 언제나 올곧이 사람사랑을 실천하시는 그 힘이 진정 저를 고개 숙이게 합니다. 그를 묵묵히 지지하고 속 끓이면서도 그의 삶의 뒷받치고 있는 그의 가족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무엇보다 그의 삶 곳곳에 있는 어려움의 뒤에 아무도 모르게 눈물 훔쳤을 그의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여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