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고정순 그림, 배수아 옮김, 김지은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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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 『인어 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어릴 적 누구나 다 한 번쯤 읽거나 들어보았을 법한 동화로, 평생 160여 편의 동화를 발표하여 사랑을 받은 안데르센의 작품이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많이 알지는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그림자』는 생소했다. 안데르센의 '숨겨진 명작'이 '고정순'이라는 작가와 만나 탄생한 그림책이라고 하니, 궁금증이 생겼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 제목: 그림자

- 지은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그림: 고정순

- 옮김: 배수아

- 출판사: 길벗어린이

- 출간일: 2021.5.10.

- 원문 출간 연도: 1846년

- 페이지: 총 68면

안데르센은 1805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1819년 연극배우의 꿈을 안고 코펜하겐으로 향하지만 재능의 한계에 부딪혀 고통을 받는다. 그 때 그의 작가로서의 재능을 알아본 요나스 콜린의 후원으로 라틴어 학교에 입학했고, 이후 1828년 코펜하겐 대학교에 입학하였다. 『즉흥시인』(1834년)으로 문학계의 호평을 받으며 1835년부터 본격적으로 동화를 썼고, 1872년까지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등 총 160여 편의 동화를 발표하며 아이들과 어른들의 사랑을 받았다.



더운 나라의 태양은 불덩이처럼 이글거린다! 그런 나라 사람들의 피부가 마호가니처럼 갈색인 것은 당연하다.

p8

북쪽에 사는 한 학자가 고향을 떠나 남쪽 땅으로 여행을 떠난다. 덥고 낯선 공간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던 학자는 그림자와 떨어지게 된다. 빛과 그림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그림자는 자유의 몸이 되어 온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뛰어나고 부유해져서 다시 학자를 찾아온다.

오랜 시간동안 학문에 몰두하여 존재감을 잃은 학자는 그림자의 설득에 응하여 함께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여행을 하며 그림자는 주인이 되고 학자는 그림자의 그림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웃나라 공주로부터 환심을 얻은 그림자는 어려운 질문을 받자 자신의 '그림자'인 학자를 활용하며 공주의 마음을 사로잡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유일하게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학자에게 비밀을 지킬 것을 강요하지만 학자는 이를 거부한다. 공주와 그림자의 결혼식 행사로 군중들의 환호와 함성이 터져 나오지만...

그러나 학자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p54



그림자는 빛으로부터 탄생하며 어둠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즉,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곳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그림자'이다. 나를 나타내는 분신이자 '도플갱어'와 같은 또 다른 나, 그림자는 학자의 마음에서 벗어나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나간다.

그림자에는 한계가 없다. 빛과 어둠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아무도 몰래 누군가를 엿볼수도 엿들을수도 있다. 이러한 능력을 활용하여 학자의 그림자는 학자 이상의 위대한 사람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학자의 지위를 강탈하며, 자신이 진정한 사람이 되고자 하고, 학자를 자신의 '그림자'로 전락시킨다.

나는 당신이 나를 '너'라고 부를 때마다 그와 똑같은 느낌을 받아요. 그럴때마다 땅으로 꺼지는 것처럼 기가 죽어요. 내가 당신의 그림자로살던 때가 생각나서 그런 거겠죠. 그래서 당신이 나를 너라고 부르는 걸 허락할 수 없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을 너라고 부르고 싶군요.

그날 이후로 그림자는 자신의 옛 주인인 학자를 너라고 불렀다. '이건 정말 너무하군. 나는 존칭을 하는데 저자는 하대를 하다니!' 학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참는 것 말고 달리 도리가 없었다.

p40-41



무라카미 하루키는 안데르센 문학상 시상식에서 안데르센의 『그림자』를 언급하며, 제2차 세계대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의식을 간접적으로 비판하였다. 우리 모두가 하나씩 가지고 있는 각자의 그림자는 우리의 삶에 대한 의식에 따라 다른 형태로 싹트고 자라날지 모른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결국 우리를 옭아매는 그림자로 되돌아올지 모른다.

모든 사람에게 그림자가 있듯,

사회와 국가에도 모두 그들만의 어두운,

피하고만 싶은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밝고 빛이 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이면에는 반드시 어두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림자를 수반하지 않은 빛은

진정한 빛이 아닙니다.

아무리 역사를 다시 써서

우리에 맞게 수정하려 해도

종국에는 우리 스스로 상처 입고

가슴 아파하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2016년 안데르센 문학상 시상식에서

누구에게도 떳떳하고 자신감 있는 삶에 대한 태도. 나 자신을 그림자로부터 지키는 길이 아닐까. 짧은 어린이 동화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내 안의 그림자와 다툼을 하게 한다.

이 책이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맞을까. 어린이에 앞서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동화 같지 않은 동화'였다. 고정순 작가의 표지 작품을 응시하고 있으면 또 다른 내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려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림자가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나는 사람이 되었어요.

우리 안의 그림자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그림자에게 우리 삶을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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