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여왕
가와조에 아이 지음, 김정환 옮김 / 청미래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학 판타지 소설'

 

책 표지에 적힌 문구를 보고, 어떤 내용일까 몹시 궁금했었다.

 

학창시절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긴 했지만, 소수, 피보나치 수열, 페르마의 정리 등 이미 학창시절과 거리를 둔지 오래된 상황에,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수학 이론이 난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되었다.

 

​48 x 52를 계산기 없이 계산할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복잡해 보이지만 수를 쪼개어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50 - 2) x (50 + 2) = 50 x 50 - 2 x 2 = 2500 - 4

정답은 2496이다.

 

소수 (素數). 자신과 1이외에 약수를 가지지 않는 2 이상의 수.

4899999991. 두 소수의 곱으로 구성된 숫자를 찾아내는 과정은 전율이 돋았다.

 

 


수 원리로 만들어낸 환상적 이야기

- 가와조에 아이의 『수의 여왕』 (2020)

 

- 지은이: 가와조에 아이 (Ai Kawazoe)

- 제목: 수의 여왕 (THE QUEEN OF NUMBERS)

- 옮김: 김정환

- 출판사: 청미래

- 출간일: 2020.8.25.

- 원문 출간 연도: 2019

- 페이지: 408

 

가와조에 아이는 규슈 대학교 문학부 문학과(언어학 전공)를 졸업하고 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언어학, 자연어 처리이다.

 

언어학자이지만 수의 원리를 이용하여 신과 요정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을 작성한 점이 참신하다.

프로그래밍을 주제로 한 『정령의 상자 - 튜링머신을 둘러싼 모험』이라는 책을 저서하기도 한 저자는, 컴퓨터가 취급하는 대상인 ''를 이야기에 중심에 두면서 수의 세계가 지닌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태초에 수()가 있었다.

모든 존재의 근원, 어머니 수, 즉 수의 여왕인 최고신은 대기를 낳고, 신들을 낳고, 대지를 창조하고, 요정을 만들고, 그리고 인간을 만들었다.

 

본디의 수(소수)와 운명수

 

요정이나 인간, 신들을 포함해 세상 모든 존재들에게 부여된 수 <운명수>.

<최초의 1>이 받은 운명수는 소수 중에서도 큰 수인 <축복받은 수>였다.

자신의 수에 불만을 가진 <최초의 1> <그림자>의 유혹을 받아 불멸을 얻고자 하였고, 분노한 신들에 의해 낙원에서 추방되었다.

이야기는 '나쟈'라는 메르세인 왕국 왕비의 양녀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쟈와 언니 '비앙카'를 비롯한 소녀들은 매일 주어진 어떤 수, 41392 같은 큰 수를 소수로 나누는 일을 한다.

 

어느 날 비앙카가 실종되고, 나쟈는 언니를 찾아 나서다가 요정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요정들의 임무는 거울을 통해 왕비가 지시하는 일, <운명수>를 분해하는 일을 한다.

나쟈가 하던 일과 같은 일이었다.

 

요정들은 노예처럼 왕비가 시키는 일을 하고 있지만, 노예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4899999991이라는 수가 가진 비밀의 키를 찾아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그 비밀은 '' '카흐'라는 요정의 운명수를 찾는 일이다.

나쟈는 그 비밀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나쟈의 운명수

 

왕비는 잔인한 성격을 가진 아들 '리햐르트'를 후계자로 생각하지만, 자객의 해를 입은 리햐르트는 죽어간다.

나쟈를 이용하여 리햐르트를 살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왕비는 나쟈를 잡아들이다.

 

나쟈의 운명수는 124155, 리햐르트 왕자의 운명수는 100485.

나쟈의 운명수의 약수 1, 3, 5, 9, 15, 31, 45, 89, 93, 155, 267, 279, 445, 465, 801, 1335, 1395, 2759, 4005, 8277, 13795, 24831, 41385를 모두 더하면 리햐라트 왕자의 운명수가 된다.

운명수의 약수를 '쌓아 옮김'으로써 죽은 자의 운명수를 '복원'시켜 되살리는 것이다.

 

왕비에게 해를 당하기 직전 탈출에 성공한 냐쟈는 요정들을 노예에서 탈출시킬 숫자 4899999991의 비밀을 푸는데 성공한다.

두 소수의 곱으로 이루어진 수를 찾기 위해 먼저 식을 변형시킨다.

4900000000 - 9 = 70000 x 70000 - 3 x 3 = (70000 + 3) x (70000 - 3)

이렇게 나온 비밀의 수는 70003 69997이다.

 

 

왕비의 축복받은 수와 낙원장의 운명수

 

왕비는 자신의 운명수가 <축복받은 수>, 1외에는 나누어지지 않는 큰 소수로 생각하지만, 사실 이는 4261, 8521, 12781로 분해되는 '금이 간 수'이다.

왕비를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은 이 세개의 수로 이루어진 독벌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편, 언니인 왕비가 떠난 이후 낙원을 지키는 '낙원장'의 운명수 또한 독특하다.

499500로 이루어진 운명수는 '제곱분할 복원수'이다.

자신의 제곱 수인 249500250000을 잘라 둘로 나눈 다음 그 둘을 더하면 다시 원래로 돌아가는 수이다.

(249500 + 250000 = 499500)

 

비앙카의 운명수

 

죽은 줄 알았던 비앙카는 '마틸데'라는 이름으로 위장하여 왕비의 시중을 들면서, 독벌을 이용해 왕비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비앙카의 운명수는 857142로 이는 '순환하는 수'이다.

독벌의 영향으로 비앙카의 운명수가 142857로 줄어들었는데, 이 두 수는 순서만 다를 뿐 똑같은 숫자이다.

, 142857 6배를 하면 857142가 된다.

배수를 이용하여 비앙카와 마틸데로 몸을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자와 왕비

 

불로의 삶을 갖기 위한 왕비의 계획은 <그림자>라는 악의 계략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그림자는 왕비를 먹어 삼켜 불로의 삶에서 불멸의 삶을 추구한다.

나쟈와 비앙카, 낙원장, 요정들의 활약으로 악의 그림자를 물리치고 평화를 찾게 된다.

 

 

판타지 소설답게 작가의 상상력이 넘치는 작품이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소수, 소인수 분해, 과잉수, 부족수, 완전수, 피보나치 수열, 순환수 등 보기에도 어려워보이는 수론 (數論)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만든 점은 정말 참신했다.

언젠가 영화로 나와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읽으면서 계산기를 부른다.

계산기로 이게 사실인가 하는 의심을 가지며 감탄하게 된다.

수가 가진 신비에 감탄을 하면서 새로운 전개 방식의 스토리를 느껴보기를 추천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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