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 말로 먹고 사는 두 여자가 공개하는 진짜 말 잘하는 법
강연희.이명신 지음 / 지와수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말이 중요하다는 걸 최근에 많이 느낀다. 같은 말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너무 다르다. 말이 직업이기는 나도 마찬가지인데, 말로 먹고 사는 말의 대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1장. 말이 곧 당신이다

2장. 입을 열게 하는 말 vs 입을 닫게 하는 말

3장. 말이 결과를 바꾼다

4장. 보기 좋은 말이 공감을 부른다

5장. 기술을 더하면 말이 더 꽂힌다

 

주로 강연희 저자의 화법 에세이가 주를 이룬다. 저자가 MBC 전문 MC를 거쳐 쇼 호스트로 일하기까지 말과 관련된 직업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이야기보따리를 하나 둘씩 풀어놓는다. 글을 통해 작가의 생각과 감성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어떤 사람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게 되는데, 저자는 '말'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전인격을 드러내는 주요 도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왜냐하면 저자가 말하는 '말'은 늘 '말하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었고, '말'을 이야기하기 전에 '말하는 사람'을 먼저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화법의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실제 경험담을 버무려 화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술술술 읽히게 된다.

 

저자는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이 긍정적인 말로 표현된다고 말한다. 굳이 '말'을 인식하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사람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고, 부정적인 사람은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내가 긍정인 사람인지, 부정인 사람인지를 자가판단할 수 없다면 내가 무슨 종류의 말을 주로 사용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쇼 호스트'는 매력적인 말을 구사해야 하는 직업이다. 우선 말을 많이 하는데, 그 말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사람의 관심을 끄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 구사력이 바로 실적과 연결되어 드러나는 게 쇼 호스트다. 따라서 얼핏 보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말의 재인식' 내지는 '말의 재발견'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 치열한 모니터링을 숨어 있는 듯했다. 치열한 현장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진 말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찾고자 했다. 물론 그 너머에 있는 사람에 대한 애정도 느껴져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에세이 사이사이에 '스피치 코칭'이라 하여 실생활에서 적용할 법한 기술을 알려준다. 아무래도 전자가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이다 보니 스피치 코칭에서는 화법의 이론을 겸하여 소개한다. 말이 어렵지 않고 최대한 핵심만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깊이 있는 이론 설명을 원하는 독자라면 다소 인스턴트 느낌이 있을 수 있으나 가볍게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독자라면 깔끔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목차만으로도 중요하다 여겨져 옮겨본다.

스피치 코칭01_내가 주로 쓰는 언어를 알아야 진짜 ‘나’를 알 수 있다

스피치 코칭02_뇌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한다

스피치 코칭03_더 확실한 효과를 불러오는 칭찬 화법

스피치 코칭04_전문성을 살리면서 호감을 주는 화법

스피치 코칭05_자랑만 늘어놓는 사람의 진짜 속마음

스피치 코칭06_말을 뺏는 사람들의 5가지 유형

스피치 코칭07_오픈형 질문 vs 폐쇄형 질문

스피치 코칭08_누구나 좋아하는 리액션의 공통 법칙

스피치 코칭09_상대방에게 나를 맞추는 페이싱 기법

스피치 코칭10_'알아차림’과 ‘받아들임’이 대화를 살린다

스피치 코칭11_마음 상하지 않게 필요한 말을 하는 화법

스피치 코칭12_말의 온도를 높이는 '넛지 스피치'

스피치 코칭13_호감의 법칙, 말이 반이다

스피치 코칭14_잘 듣는 사람이 말도 잘한다

스피치 코칭15_기대와 믿음! 표현 방법이 중요하다

스피치 코칭16_눈동자가 보내는 신호

스피치 코칭17_몸짓으로 알 수 있는 메시지

스피치 코칭18_질문과 리액션의 비율은 20대 80이 적당하다

스피치 코칭19_ 겸손의 말과 저평가의 말은 다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도움받은 부분은 빨간색 칠한 부분이다. 나는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부정적인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는 걸 녹음을 통해 언어횟수를 세어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상황에 따라 수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임을 알게 되었다. 설령 실제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았더라도 내 생각을 바꿈으로써 내 말이 달라지고 내 감정이 달라질 수 있음을 배웠다.

또한, '알아차림'과 '받아들임'은 달리 말하면 상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일 것이다. '대화'가 한 사람의 일방적인 쏟아냄이 아니라 마치 탁구처럼 핑퐁 핑퐁하는 것임을 깨닫는다면, 지금보다 좀 더 알아차리려 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5장은 언어적, 비언어적, 반언어적 기술에 대한 조언이 많다. 간략하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실제적인 연습법이 나와있고, 일반인이 따라하기에 수월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5장. 기술을 더하면 말이 더 꽂힌다

 

01. 또렷한 발음과 발성,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 또렷한 목소리를 만들어주는 모음 발음법

- 음절, 단어, 문장 순으로 연습한다

- 웅얼거리는 발음을 교정하는 연습법

- 입 모양만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02. 목소리 톤(tone)이 말의 이미지를 만든다

-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위한 톤 연습법

- 부드럽고 친근함을 위한 톤 연습법

- 안정적인 톤을 만들기 위한 기본 연습법

 

03. 말의 쉼표, 포즈(pause)로 속도를 조절한다

- 포즈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습법

- 강조를 위한 포즈 연습법

- 속도 조절을 위한 포즈 연습법

 

04. 끝 음 처리가 말투를 결정한다

- 내 말투 자가진단법

- 원하는 이미지를 위한 말투 연습

 

05. 말의 타이밍은 중요하다

- 언제 말할 것인가?

- 어떤 순서로 말할 것인가?

 

연희 테크닉01_‘가’부터 ‘희’까지 큰소리로 내뱉기

연희 테크닉02_‘솔’톤보다는 미‘나 ‘파’톤이 편안하다

연희 테크닉03_말의 속도를 조절하는 나만의 포즈

연희 테크닉04_말의 어미 ‘요’ 와 ‘다’섞어쓰기

 

발음과 발성, 톤, 포즈, 끝 음 처리, 타이밍 등은 말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수 있다. 어찌 보면 말의 '형식'과 더 연관이 깊다. 이러한 부분은 화자의 버릇과 습관이 이미 굳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5장에서 언급한 기술을 따로 익히는 것은 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간단하게 짚고 넘어간 그 부분만이라도 마스터하겠다는 느낌으로 연습하면 좋을 것 같다.  

 

화법의 기술을 깊이 있게 배우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조금 가볍다. 많은 분량을 할애한 에세이 부분을 훑고 넘어가면 읽고 싶은 부분이 매우 적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책 제목처럼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자꾸 말로 오해를 받는 사람'이 읽어야 한다. 그러한 독자에게는 이 책이 소소한 위로와 격려를 안겨줄 것이다. 치열한 현장에서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이를 과시하거나 자랑하지 않는다. 그들도 말 때문에 고민하고, 말 때문에 힐링을 얻는다. 그저 독자보다 말에 조금 더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어렵지 않은 팁을 실천하다 보면, 조금은 자신의 성장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