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생으로 읽은 소감

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이 책은 우리나라 법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 중 하나는 법률 용어이다.

내가 공부하는 민법총칙에는 일상 생활의 용어와는 다른 언어가 자주 쓰인다.

예컨데 책에도 나오듯이 선의, 악의 등은 선하다 나쁘다의 의미가 아닌 모른다, 안다의 뜻이다.

그 외에도 의제, 실익 등등 법을 공부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용어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어려운 용어는 쉬운 용어로 충분히 바꿀수 있음에도 불구,

법률가들은 그 용어를 고집한다는 데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일반인과 법률가 사이의 장벽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교수님은 법률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계시는 데,

이 책을 통하여 이것이 단순히 법을 공부하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언어로 다져진 권력의 성벽을 허무는 작업에 속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 하나 내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법과 법률가들의 현실이다.

예를 들자면 레걸 마인드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연수원을 나왔으며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한때 검사를 했던 사람으로,

우리나라 법의 현실에 대해 어느정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법 강의를 듣다보면 레걸 마인드(legal mind)를 키워야한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우리 교수님도 수업도중 종종 이런 말씀을 하셨고,

나도 레걸 마인드란 법을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얻을 수 있는 능력같은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레걸마인드란 결국 직감의 다른 말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판사들이 재판을 할때 있어서 논리보다는 가치관에 의해 먼저 판단을 내리고

그에 짜 맞추어 말이 되도록 법 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률가에게 집중된 권력의 문제, 헌법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 묵비권에 깔려있는 정신 등도 유익한 내용이었다.

굳이 법대생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읽어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책 자체가 읽기 쉽게 되어있고 이런저런 에피소드 들도 있어서, 비록 일부 내용은 쉽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비교적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예전에 친구의 추천으로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읽은 적이 있는 데, 그 책이 우리나라 법 현실의 문제를 외부에서 관찰한 느낌이라면, 이 책은 내부에서 관찰한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느끼기에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해결책은 다소 붕 뜬 느낌이었는데,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좀더 현실에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전문가라면 일단 신뢰하려 하는 태도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묵비권에 관련된 내용, 검사의 권력남용에 관한 것을 읽으면서 일상생활에서 아는 것이 힘이라고들 하지만 법에서는 아는 것이 정말로 힘이자 권리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