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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 서른 살의 강을 현명하게 건너는 52가지 방법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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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 서른이란 인생에서 어떤 의미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난 20대 초반엔 30대 이후라는 내 인생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20대 중반은 대학 졸업 후 눈앞에 다가 온 취업이라는 굴레 때문에 그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리고 20대 후반은 어찌어찌해서 들어간 회사에서 내 미래에 대한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보냈었다.

그렇게 해서 맞이한 서른이라는 나이.

누구는 서른을 바로 앞 둔 스물아홉이 너무 우울했었다고도 누구는 막상 서른이 되고 나니 오히려 여유로워 진 것 같다고도 한다. 조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서른 그 얼마나 좋은 나이냐며 마음껏 즐기라고도 했다. 그러다 만난 책이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와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이다. 필자는 「더 이상 ‘너무 늦었다’고 말하지 마라. 그 말 뒤에 숨어봤자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패배감과 절망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인생은 어느 때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p.259)」고 말한다. 부끄럽지만 난 지금 서른이라는 나이에 백수이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 졸업이후 입사한 직장에서 이제는 나름대로 자리를 잡으며 생활이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시기에 난 아주 불안한 백수라는 위치에 있다. 백수가 된 이후로  ‘그 때 그 일만 아니었어도 나는 지금 더 잘 돼 있을 꺼야’라며 과거만 곱씹고 있기를 여러 번. 그 후회 뒤엔 ‘이미 늦었다’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않고 아무것도 시도 하지 않으며 결국은 내 스스로가 상처입고 말았다. 「지금 너무 늦었다고? 결코 늦지 않았다.(p.48)」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냥 내 친구가 ‘괜찮다’라고 등을 토닥거리면서 위로해 준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계속 이야기 한다.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한다’는 말에 주눅 들지 말라고. 한 번 뿐인 인생인데,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세상이 그것에 화답할 것이라고 격려해 준다.

한 장 한 장 읽어 나갈 때 마다 어느 부분에선 뜨끔하기도 어느 부분에선 얼굴이 빨개지도록 부끄럽기도 또 어느 부분에선 눈가가 저려오기도 했다. 내가 왜 그랬었는지 이해를 할 수 있기도 하고, 또 이래선 안 되겠구나 하며 다시금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끝없이 운명을 탓하고만 있는 것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어쩌면 운명 탓을 하면서 당신이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변명하고 합리화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p.242)」 그렇다. 운명만 탓하면서 현재를 소모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필자가 알려준 바와 같이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감정을 적절히 분출하면서, 올바르게 화를 내면서,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벗어나면서 그렇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차근차근 찾아나가 봐야겠다. 아직까지도 ‘너무 늦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며 망설이고는 있지만 무엇인가에 미쳐서 꾸준히 끈기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세상은 알아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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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 - 글쓰기의 달인을 위한
로버트 그레이엄 외 지음, 윤재원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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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현대 사회에서 컴퓨터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에 해당한다. 단순히 컴퓨터만이 아닌 모뎀, 랜선이 꽂혀있는 컴퓨터. 즉 가상공간인 인터넷 세계는 현재 우리에게 으레 당연한 공간으로 인식되어 있다. PC통신으로 시작된 가상공간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던 동호회의 공간과 더불어 현재는 미니홈피나 블로그같은 개인 공간이 정착되어 있다.  


예전에는 모여 앉아야만 여러 화제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현재는 각자 가입된 카페나 자신의 공간인 미니홈피, 블로그에 사람들은 글로써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예전엔 글을 쓴다는 것이 소수의 창작이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이나 허구의 이야기를 적는 대중의 문화가 되었다. 남들에게 공개되는 일기장과 같은 블로그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사람들은 글을 쓰는 것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떻게 쓰면 다른 이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까,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자신이 느끼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인터넷의 확산과 대중화가 한글의 파괴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일들을 가져온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인터넷의 대중화로 네티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바르고 정확하게 내고자 ‘글쓰기’라는 것에 관심을 갖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그냥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적는 글쓰기가 아닌 ‘창의적’인 글쓰기다. 수 천 수 만개의 글들 사이에서 내가 쓴 글이 다른 글보다 돋보일 수 있는 것.
그런 의미에서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은 많은 사람들에게 책장을 한 번 들춰보고픈 마음이 들게 만든다.  

 


총 여섯 챕터로 구성된 책은 먼저 “CH1. 본격적인 글쓰기를 위한 사전준비, CH2. 일반적인 관념과 태도”에서 글쓰기에 앞서 여러 가지 ‘사전준비’를 할 수 있다. 글쓰기 전에 커피를 한 잔 타 와서 앉는다든지 하는 사전준비가 아닌 실제로 우리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줄이고 책의 제목대로 창의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또한 글을 쓸 때 우리들이 고려해야할 요소들에 대한 개념 정리를 장황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을 간략하게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간단하게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글을 쓸 때 우리가 미리 인지하고 적절하게, 자연스럽게 그 입장이 될 수 있도록 개념을 세우고 여러 가지 연습방향을 제시해준다.  


CH3. 글쓰기의 핵심 테크닉에서는 소설류의 이야기를 쓸 때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 등장인물 설정, 대화문, 여러 가지 플롯, 구조 등 글을 쓸 때 필요한 요소들을 다양한 예시와 다양한 인물들이 정립한 이론을 소개하며 설명한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챕터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핵심이 되는 부분으로 제시된 여러 가지 형태를 숙지하고 활용하면서 다양한 글쓰기 기법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 


이후 “CH4. 글의 형식과 장르, CH5. 출판과 정보, CH6. 작가로서의 이념과 삶”은 챕터의 제목대로 운문부터 산문까지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여러 가지 글의 형식과 장르부터 글의 디자인으로 문단과 단락, 행 나누기 등의 블로거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까지 여러 가지 놓쳐서는 안 될 개념들이 정리되어있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은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책의 내용을 독자들이 연습하여 글쓰기의 향상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닌지라 ‘글쓰기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글쓰기 연습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만 간략하게 개념 정리되어 있어 찾아보기 쉬운 구성에 글쓰기 연습 방향대로 착실히 연습한다면 좋은 글쓰기 연습 교재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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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밌는 Fun Fun 일본어 문법
정의상 지음 / 시사일본어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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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면서 일본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관심은 관심일 뿐 진지하게 일본어를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이 전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의 대사나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통해서 혼자서 일본어를 익혀 나가기 시작해 최근들어 진지하게 일본어 학원을 다니면서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런데 학원의 수업을 등록하려는 시기에 애매한 위치에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완전 초보의 수업부터 시작하기에는 기본은 어느 정도 혼자 익혀서 전혀 흥미를 일으키며 수업에 임할 수 없는 상태이고, 중급의 수업부터 들어가기에는 중구난방으로 익힌 일본어가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아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결국 학원을 다니며 진지하게 일본어를 익히기 전에 혼자서 익힌 일본어를 문법과 함께 제대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만나게 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밌는 Fun Fun 일본어 문법'.

 

 

 

교재는 크게 품사편과 표현편으로 나뉘어 우리에게 익숙한 품사인 명사, 수사, 형용사, 동사 등등으로 정리되어 있다. 표현편은 말 그대로 표현편으로 여러가지 표현에 대해서 정리되고 있으나 현재 여기까지 공부 진도가 나가지 않아 꼼꼼하게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책의 구성은, 도입부분에 각 테마별 문법 사항을 만화로 구성하여 이번 테마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어있다. 그 후 이어서 '읽으면서 쑥쑥! Q&A'는 각 테마의 중점이 되는 부분이 질답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으면서 스스로 "이번 장에서는 요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하게 한다. 실제 나도 이 부분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각 장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서 학습할지를 결정하였다. 그리고 각 테마의 맥 짚어보기에서 전체적으로 어떤 흐름으로 진행될지 짐작할 수 있어 본문을 공부하는 데 조금 수월했다. 본문에서 유용했던 부분은 '콘 선생의 비밀 과외!'와 '질문있어요.'. 전체적인 문법 사항말고 주의할 점이나 중요한 점들을 정리해두어서 여기저기 본문에 체크하면서 공부할 필요없이 요 부분들만 전체적으로 다 주의하며 공부하고 있다. 중간에 나오는 확인문제와 각 테마가 끝나는 연습문제를 풀면서 본문을 제대로 익혔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처음 만화로 흥미를 일으키는 것과 함께 각 테마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점도 좋고, 본문의 글씨가 큼직하고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어 한 눈에 들어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올 칼라로 눈을 붙잡는 효과도 있었고, 교재의 제목처럼 'Fun Fun'하게 공부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점도 있다. 다만 전부 칼라여선지 종이가 무겁고 무광코딩이 되어 있는 점이 공부를 할 때 조금 불편했다. 종이가 일반 책들보다 무거워서 여러가지 짐이 들어있는데다 다른 책들도 넣어 다니는 내 가방에 넣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생각보다 무거운 책에 잘라서 다닐까, 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출퇴근 하며 보는 책을 가방에서 빼는 걸로 대신했다. 덕분에 책을 받은 이후 가방에 늘 들어있는 책이 이 교재다. 교재를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나 틈 날 때면 꺼내보게되서 이럴 땐 무겁다는 게 꼭 단점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또 하나 책이 코팅이 되어 있달까- 매끄러워서 확인문제나 연습문제를 풀기가 조금 불편하다. 쓰다가 틀리면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는 점도 문제고 글씨를 쓰고 나면 너무 진하게 자국이 남는 것도 조금 거슬려서 처음이후에는 이면지에 문제를 풀고 본문의 문법과 단어 체크 정도만 형광펜으로 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단점은 책의 내용이나 구성이 아닌 책 그 자체밖에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도움을 받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제대로 공부하며 문법의 체계를 잡고 다음달부터는 중급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Fun Fun'하게 책과 함께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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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 / 푸른숲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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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미술관련 서적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라는 문구를 보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다시 본 제목의 끝에 찍힌 퀘스천 마크.
그러게,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 걸까? 아니 진짜 혼자인 여자가 많은 거 맞아? 심지치유와 미술관에 혼자 온 여자랑은 무슨 관계야?
그렇게 나는 책 제목에 찍혀있는 퀘스천 마크 보다 더 많은 퀘스천 마크를 품고 책을 펼쳤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시작되는 1장에서 ‘혼자인 여자, 나는 누가일까?’라고 또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이 책의 저자인 플로렌스 포크는 자신의 이야기와 또 자신이 상담했던 많은 이들의 실제 이야기를 서술하며 ‘혼자인 여자’들의 많은 유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나’와 조금은 닮은 부분을 문득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나는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다. 이건 어느 순간부터가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시작에서부터 난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친구를 사귀는 것에 서툴렀으며 그래서 인간 관계는 손에 꼽으면 금세 바닥날 정도로 넓지 않았다. 즉 나는 혼자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니 현재도 많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기에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받아들였던 나도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인 여자, 나는 누구인가? 

 


책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계속한다. 우리가 어느 순간 잃어버린 자신만의 비밀 공간을 이야기하며 그것을 찾아가도록 하고 어머니, 아버지, 가족을 바탕으로 타인과 관계 맺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혼자인 것과 친해지는 것, 결코 ‘혼자’라는 것이 두려움이나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혼자라는 상황이 동반하는 고독을 즐기며 그 고독이 주는 선물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마침내 1장에서 던졌던 나는 누구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최소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아직 ‘마침내, 자신을 찾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닐 것이다. 늘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혼자의 시간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새롭게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고독이 내게 주는 것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또 그 ‘선물’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준 것. 그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중이겠지만 이 책을 통해 질문을 던졌고 그래서 답을 찾으러 떠날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에 한 발자국 다가서고 있으니 나도 그 어느 순간 ‘마침내, 자신을 찾아’ 행복한 시간을 보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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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슬기 맑힘이다 사이의 사무침 1
구연상 지음 / 채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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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접해 본 철학은 딱 고등학교 시절의 윤리 수업 시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냥 칠판에 씌여진 필기를 옮겨 적고 기계처럼 암기한 후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지워낸 걸로 따지자면 그 이하. 철학에 대해서 완전히 무지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게 철학, 하면 이내 "=" 부등호와 함께 어려운 것, 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녔다.   


철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은 나의 삶과 연관될 일도 없고 딱히 철학을 알아서 나한테 도움이 되는 게 뭐가 있겠어. 어려운 건 머리 아프게 고민하고 알려들지 말고 그냥 모르는 채 살아도 좋은 거야, 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미분적분 몰라도 시장가서 더하기 빼기만 잘 하면 물건 값 사기 당할 일 없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과 동일하게. 하지만 철학이라는 게 그저 어려운 학문이라고 치부하고 연을 끊고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나이가 들어가면서 공부를 하면서 느끼게 된다. 삶과 연관될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학문이 삶의 가장 밑바닥부터 지금 현재의 나까지 다 연관이 되어 있는 걸 느끼면서 간과할 수 없는 학문이라는 걸 깊게 느꼈다. 그러면서 철학에 대해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내 안에서 어렵다고 단정지어 놓은 학문이 하루 아침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철학의 기본이 되는 책이라며 교수님이 읽어보라고 했던 책도 읽어보고 도서관에서 조금이라고 익숙한 사상가의 이름이 보이면 잘 살펴보고 괜찮겠다 싶어서 빌려오기도 여러번이었다. 뭐든 마음이 앞선다고 따라갈 수 있는 건 아니구나. 다시 한 번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결과였다. 그래도 여전히 철학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러다 만난 '철학은 슬기 맑힘이다'라는 책.
 


철학이라는 말도 어려운 내게 슬기 맑힘이라는 말은 생소하기까지 한데 이 책은 내게 철학=어려운 것이 아니라 철학=슬기 맑힘으로 조금은 생각을 바꿔주었다. 사실 철학은 알고 싶기는 한데 무작정 어렵게만 느껴지는 내가 '대체 철학이 뭐야?'라고 생각하길 수십, 수백번. 이 책은 내가 그렇게 질문을 던졌지만 답은 찾지 못했던 철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물론 철학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철학에 대한 심도깊은 질문이 아니라 그 어원에서부터 철학에 대해 접근하는 이 책은 새로운 시각이라 익숙치 않을지 모르겠으나 영 철학이 어렵다는 생각이 가득한 내겐 기존에 보았던 책과는 다른 어원부터 밝혀 들어가는 점이 더 쉽게 다가왔다.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 한 단어 한 단어 풀어 들어가다보면 철학은 슬기 맑힘이라는 새로운 단어에 그렇군,하면서 글쓴이의 말에 동의를 하게된다. 


2부에서 밝히는 개인의 유래도 이와 마찬가지다. 사실 철학의 어원풀이로 슬기 맑힘이 되고 개인의 어원을 밝히며 못나누미라든지 여러가지 글쓴이가 직접 만든 여러가지 말이 나오면서 생각의 혼란이 오는 부분도 많았다. 책을 펼치면서 기대했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책에 갸우뚱해진 것도 있었지만 철학에 대해 높은 장벽을 가진 나에게는 새로운 방향으로 철학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으로 만족한다. 


이 책은 글쓴이의 강의 가운데 두 번의 강의록에 해당하는 것인데 그래서일까 어원에 대한 기초 이야기만 하다 끝이난 느낌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이 강의가 완결이 되었을 때는 새로운 방향으로 우리말로써 철학에 접근하여 이해할 수 있는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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