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서 네덜란드로 갔어 - 한국을 떠나려 하는 이에게
죠디 리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찾은 건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 나의 길을 찾는 여정이 쉽지는 않다. 저자 역시 그런 방황의 시기, 과감히 사표를 낸다. 승진을 하는 날에 퇴직을 하고는 네덜란드를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간다. 네덜란드가 목적이기 보다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길에 네덜란드가 있었다. 돈이 있어야 유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몸소 증명하듯 장학금을 받고 (받기도 전에 받을 것이라 확신하고 출발해버렸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던 그 나라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어느새 대학원 과정을 마치게 되는 걸 보니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돈이 없어서, 인맥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라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그 결과가 어떻듯 무언가를 해보고 안 해보고는 큰 차이가 있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하고 들이미는 삶, 어쩌면 젊었을 때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두드리다 보면 하나쯤 문이 열릴 수도 있다. 저자가 장학금을 지원받게 된 것처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의지와 열정만으로 개척해나갔던 길들. 2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도전은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그녀의 일기장을 보면서 새로운 나라로 날아갈 때의 설레임과 함께 오는 두려움, 공부만 할 때는 몰랐던 편안함, 이방인으로서 구직과 좌절 등을 따라가며 어느새 함께 기뻐하거나 안타깝게 되었다. 외국에서 사는 건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고달프기도 하다는 것. 하지만 그 속에서 나에 대해 조금은 알아가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면 더 없는 행운이겠다.
책 중간 중간 네덜란드 문화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단순히 정보 전달용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읽으니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했던 네덜란드가 한 발짝 내게 다가왔다. 새로운 문화는 언제나 그랬듯 신선한 충격을 준다. 네덜란드에 돌하르방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마리화나? 나는화나! 에피소드는 저자가 몸소 경험한 네덜란드의 일면을 볼 수 있어 신기했다. 먹으면 행복한 케이크라니 예전에 보았던 영화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가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그 나라에서만 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해보았던 것, 그것이 나중에는 추억이 될 수 있으니 너무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내일 학교를 결석하게 된다면, 제발 경찰에 신고해줘.(p.78)
책을 다 읽고 제일 궁금한 부분은 에필로그의 다음 이야기이다. 과연 체코에서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