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인정한 아나톨이 심판을 받는다. 지상에 다녀온 소회를 묻자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좋은 가장, 좋은 가톨릭 신자, 좋은 직업인이라는 그의 삶은 천국 기준으로 모두 부적합했다. 다섯 살 때의 행동, 배필이 아닌 사람과의 결혼, 음주운전, 재능 낭비 등의 이유로 말이다.
기억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잘못까지 포함한다면 정말 '좋은' 사람이 존재할까. 설계된 대로 살지 않고 재능을 낭비하고 정해진 운명의 상대와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일까. '좋은'의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일까. 등등 읽다 보면 의문이 많아지는 지점이다.
행운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에 무지한 자들이 붙이는 이름이에요.
내 곁에서 평생 나의 행복만을 바라는 수호천사가 있다. 아나톨에게는 카롤린이 수호천사였다. 물론 로또나 허황된 기도를 들어주지는 않았다. 하루 세 갑씩 피운 담배로 폐암에 걸리지 않게 해주지도 않았지만 수많은 사고들로부터 그를 지켜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