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어느 날 - 기댈 곳 없는 사람과 갈 곳 없는 고양이가 만나 시작된 작은 기적
11월 지음 / 아라크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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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 날...

나에게 반려견, 반려묘, 애완동물은 
먼 기억 언저리에 남아있는 어린시절 아픈 경험으로 인해
그저 일정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아주 작은 동물들에 한해서.

하지만 최근에 새끼고양이 한마리를 알게 되었고

그 고양이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는 고양이=시크함 이라는 공식을
와르르 무너뜨려주었고
그 새끼 고양이가 자라는 모습을 약 두달정도의 시간동안
주기적으로 마주하면서
내 안의 어떤 유리벽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받자마자 표지에 예쁘게 찍힌 '감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기쁜 마음도 잠시,
귀여운 아이들의 사진들과 상반되는, 한편으로는 너무도 절절하게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이야기들이 마음 한 켠을 아리게 만들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을 설명하는 단어가 있을까'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아픔과 상처를 경험한 저자가
운명처럼 만난 감자와 보리.
그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가득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저자는 감자와 보리를 만나
어찌보면 제 2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며 아주 당연하지만 핑계같은 이유들로 버려지는 아이들을 품고
⁠진정한 가족을 찾아주기도 하고,
⁠로드킬을 당한 아이들의 마지막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로드킬 당한 아이들이 일반 쓰레기와 함께 한다는 이야기,
우리는 대부분 아주 가벼운 이유로 아이들과의 동거를 결정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우리는 기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으며,
나 또한 언젠간 고양이를 키워봐야지 라며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형편없는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감자와 보리, 저자가 만들어가고 있는 진정한 가족의 모습,
사랑이 넘치는 모습들은
나를 미래의 집사로 만들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전염병으로 삭막한 요즘,
기회가 된다면 많은 분들이 
꼭 한 번 책 속에 있는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들을 마주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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