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람 친구 - 레즈비언 생애기록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2
박김수진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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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X사람X친구는 소수자 중에서도 가장 대중에 노출되지 않은, 어쩌면 부정적인 인식은 커녕 존재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희미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로 레즈비언 이야기이다. 70년생부터 90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10명과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정제되지 않은 그대로의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작가의 의도와 노력에 걸맞게, 책을 읽는다는 것보다는 날 것의 녹취록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나아가, 내가 직접 인터뷰이와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 또한 받을 수 있다.


 

사실, 맨 앞에 서술한 대중의 정의는 부끄럽게도 본인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레즈비언은 나에게 일상 생활에서 만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알아보려는, 또는 이해하려는 노력 해본 적 없는 나의 관심 밖의 주제였다. 서울시청 앞에서 퀴어퍼레이드를 했다는 기사나 커밍아웃을 했다는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때에만 해당 내용을 몇 번 찾아본 정도가 전부였고 내가 아는 모든 것이다.


다수와 소수로 나누어, 그리고 우리들과 저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우리들과 저들이라고 나눌 만큼 레즈비언이 그렇게 특별하지도, 독특하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대상이 나와 다르다는 차이가 있을 뿐,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어쩌면 카페에서 옆 자리에 앉아있는,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누군가일 수 있었다. 그저 나와 별다를 것 없는 똑같은 인간이자 사람이었다.


대학 시절 인권과 관련된 교양 수업을 들으며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투의 에세이와 시험으로 좋은 점수를 받은 기억이 있지만, 결국 본인도 사회에서 규정해놓은 연애와 결혼의 대상, 법적 제도 등에 묶여 편협한 사고를 깨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이 그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에 앞서 혐오를 멈추고 나와 다를 것 없다는 생각만 갖더라도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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